[기고] 봄날에 숨은 위험··· 해빙기 안전사고
[기고] 봄날에 숨은 위험··· 해빙기 안전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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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포소방서 이재옥 서장.ⓒ마포소방서
어느덧 입춘을 거쳐 동면하던 개구리가 깨어난다는 경칩과 농가에서 봄보리를 갈고 들나물을 캐어 먹는 춘분이 자리 잡은 3월이 가까워졌다. 사람들의 옷차림이 조금씩 가벼워지고 겨우내 움츠렸던 몸에 생기를 불어 넣기 위해 근교로 나들이를 계획하는 이들을 보면 계절의 변화를 실감할 수 있다. 또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모든 만물들도 봄의 기운을 느끼고자 기지개를 펴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런데 우리 소방관들은 이러한 봄날에도 긴장을 늦출 수가 없다. 바로 해빙기 안전사고 위험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1월 불조심 강조의 달로 시작해 올해 2월까지 겨울철 소방안전에 만전을 기울이다가 봄을 맞이했지만 안전에 대한 휴식은 존재하지 않는다. 물론 연중 소방관들에게 안심하고 지낼 수 있는 시기가 따로 있겠냐마는 특히 3월부터 시작되는 해빙기는 겨울철 내내 그토록 강조했던 화재예방과 안전에 대한 긴장을 놓치기 쉬운 시기이고 이것이 안전에 대한 방심과 무사안일 속의 매너리즘으로 이어져 대형 참사가 발생할 수 있다.

과거 사고사례를 살펴보면 2009년 2월 성남시 분당구 동판교 택지개발지구 공사현장에서 지반 붕괴로 사망 3명, 부상 8명이 발생했고 2015년 2월에는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한 아파트 단지의 옹벽이 무너져 차량 39대가 매몰되는 사고가 있었다. 2010년부터 2015년까지 최근 6년간 해빙기 안전사고는 총 425건이 발생했으며 이중 노후건축물·공사장 56.3%(239건), 축대·옹벽 39%(165건), 산림공원 4%(18건), 절개지·낙석 0.7%(3건) 순으로 나타나 노후건축물과 공사장, 축대·옹벽이 매우 취약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안전사고의 발생 원인은 해빙기가 되면 일교차가 심해짐에 따라 토사나 암반층에 함유돼 있던 수분이 동결, 융해를 거치면서 지반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단단해 보이는 지반층에 수분이 유입되어 동결, 융해를 반복하다 보면 수분 동결 시 부피가 증가함에 따라 암반이나 토사층의 균열 틈을 벌리게 되고 이것이 확장되면 결국 침하, 붕괴되는 것이다. 건축공사장의 경우에는 해빙기 지하수나 기타 유입수 등으로 동결, 융해가 반복돼 연약지반이 붕괴될 수 있고 축대·옹벽은 토사의 함수비(含水比)가 커짐에 따라 토압의 증가로 붕괴 또는 전도 위험이 있으며 절개지·낙석은 동절기에 결빙되었던 토사, 암반층의 약화로 붕괴 위험성이 가중될 수 있다.

따라서 소방관서에서는 해빙기 취약시설물들에 대한 감시체계를 강화해 3, 4월 동안 건축공사장, 축대·옹벽, 산림공원에 대한 지반 침하 위험, 구조물 균열 및 변형 여부, 절개지 붕괴 위험 등을 확인하기 위해 주 1회 현장 순찰을 실시하며 사고발생 시 신속한 초기대응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대상별 현지적응 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언론, 소셜미디어 등 각종 매체 활용, 관내 기관 자치회의 시 방문 홍보를 통해 해빙기 안전사고 위험을 알리고 예방을 위한 공감대 형성에도 주력하고 있다.

한편 일반인들은 거주 지역 주변의 축대·옹벽, 산림공원 절개지에 대해 토사가 흘러내릴 위험이나 낙석방지책, 망 등의 안전시설이 제대로 설치돼 있는지, 구조물이 기울어지거나 균열은 없는지 등을 한번쯤 살펴보고 이상이 있다면 관할 행정기관이나 119에 확인요청을 해야 하며, 공사장에서는 지반 침하 위험에 대해 각별히 신경 써 이상 징후 발생 시 작업을 중단하고 안전조치를 최우선으로 해야 한다.

해빙기 안전사고는 빈번히 자주 발생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번 발생하면 큰 인명, 재산피해가 뒤따른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기에 간과할 수 없다. 오히려 이제는 3월부터 시작되는 해빙기 안전점검을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안전관리의 기본체계로 인식해야만 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다가올 따뜻한 봄날의 기운을 만끽하면서도 항상 안전에 대한 감수성을 유지하고 민감하게 대응해야 하며 이를 통해 나와 가족과 나아가 지역사회를 안전하게 지키는 파수꾼 역할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마포소방서장 이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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