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사업, 진정한 주민 참여의 시대 열어야
지자체 사업, 진정한 주민 참여의 시대 열어야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민선 지방자치가 출범한 지 어느덧 20년을 넘기면서 더 이상 주민참여제도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요즘이다. 지자체가 정책과 사업을 진행하는 데에 있어 주민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의견을 내놓을 수 있도록 돼 있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많은 도시계획들은 주민설명회나 공람, 설문조사 등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드시 진행해야 하고 일부 경우에는 주민들이 직접 사업을 제안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규정을 실생활 속에서 체감하는 주민들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은 어떤 지역 사업에 대해 주민설명회가 열렸다는 사실을 모르고 넘어가기 일쑤다. 사실 그런 사업이 진행되는지도 잘 모르는 경우가 태반이다. 알더라도 자세한 내용을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사업이 어느 정도 진행되고 나서야 소송이나 몸싸움 등이 벌어지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이는 주민들의 무관심 탓도 있겠지만 기본적으로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하겠다는 의지를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많은 지자체들이 선심성, 전시성 사업이나 한 쪽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사업을 추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들은 주민들의 반발이 공론화될 것을 우려, 사업의 목적과 내용 등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지 않는다. 실제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사업과 관련된 주민설명회는 종종 아수라장으로 변한다. 설명회장에서 갖은 고성이 오가는 것은 물론이고 몸싸움도 심심치 않게 벌어진다. 이 같은 상황이 부담스러운 지자체들이 사업을 제대로 알리지도 않고, 주민들의 참여가 쉽지 않은 시간대나 일자에 주민설명회를 배치하는 식으로 ‘소리소문없이’ 최소한도의 절차만 준수하려고 하기 마련이다.
 
이런 실정이다 보니 지자체들이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은 지자체의 사업 추진과 이에 대한 주민들의 의견 수렴 절차 진행이라는 구조로 단순하게 도식화된다. 미국의 경우처럼 사업 추진 단계에서부터 주민들의 의견이 수렴되고 수 없이 많은 수정을 거친 끝에 사업 내용이 결정된다거나, 아예 주민 참여를 전제로 사업 계획이 짜여지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독일의 프랑크푸르트나 베를린 등의 주요 도시에서는 대규모 사업이나 정책을 시행할 때 사전이 미리 주민들에게 우편과 이메일로 정보를 공개하고 주민은 이메일로 다시 의견을 보낸다. 담당자는 주민들의 의견을 모두 정리해 반영 여부를 알려준다. 미국 인디애나주에서는 보다 많은 주민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공청회사 설명회 시간대를 평일 오후 7시 이후에 개최한다. 일본 역시 계획 이전 단계부터 주민 참여를 전제로 사업을 추진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지자체들 사이에는 기본적인 인식 면에서부터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단지 요식적인 행위로 치부하고 되도록 조용히 넘어가려는 분위기가 만연해 있다. 이는 지자체가 주민들을 사업의 주체로 보는 것이 아니라 객체로 보는 것이고 반대 주민들의 목소리는 ‘일부 주민들’의 목소리로 치부되기 일쑤다. 이해관계가 있는 주민들 대다수는 사업 내용을 적극적으로 알리려 하지 않는 지자체의 홍보 부족 아닌 홍보 부족 속에 뒤늦게서야 불합리함을 발견하고 반발하게 된다. 일부 지자체는 주민들의 동의도 없이 도시관리계획을 변경했다가 역풍을 맞기도 한다.
 
일부는 주민들의 관심이 낮은 것이 지자체들의 ‘스리슬쩍’ 도시계획이 발생하는 원인이라고 하나 필자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는다. 지자체는 홈페이지 구석에 전문용어들로 도배된 게시물로 소극적인 고지 의무를 다하는 것이 아니라 세금을 내는 지역 주민들에게 민감한 내용의 사업의 추진부터 과정까지 모두 적극적으로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동네 곳곳에 상세한 내용을 담은 홍보 문구를 게재하고 현장에 나가 사업과 이해관계를 갖는 당사자들과 최대한 많이 접촉해 충분한 의견을 수렴해야 하는 것이 먼저다. 주민들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돼 있다.
 
갈등이 두려워 주민 의견 수렴 절차를 요식행위로 만들어 버리는 일은 용납하기도 힘들고 용납되서도 안 된다. 본래 갈등은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다. 다양한 이해관계가 충돌하고 대립하면서 그 과정에서 도출되는 해결책이야 말로 민주주의적인 절차에 따른 올바른 해결책이다.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해놓고 주민설명회에서 반발하는 주민들을 고소·고발하는 지자체가 전시성 축제를 곳곳에 홍보하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턱턱 내놓는 모습이 겹쳐지는 것은 왜일까. 지자체의 주인은 주민들이라는 점을 잊지 않길 바란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