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무성, ‘살생부 정국’ 돌파할까
與 김무성, ‘살생부 정국’ 돌파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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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생부 존재’ 여부 두고 정두언과 진실공방
▲ 서청원 최고위원이 29일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김 대표를 겨냥해 “최근 공천학살설이 불거져 나온 것이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그 중심에 이유야 어떻게 됐든 말을 했든 안 했든 당 대표가 있단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총선이 목전에 다가오면서 이번에도 여지없이 ‘살생부 논란’이 일어나 정국을 뒤흔들고 있다.
 
살생부에는 비박계 의원으로 현 서울시당위원장인 김용태 의원부터 구 친이계인 이재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해 친박계였으나 비박계로 돌아선 유승민 의원 등 다양한 인사들이 거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과거 친박계과 친이계가 서로를 향해 한 차례씩 공천 학살한 전력이 있는 만큼 이번 살생부 파문은 김무성 대표의 일관된 ‘상향식 공천’ 의지로 가라앉혔던 ‘공천 학살 공포’를 다시금 떠올리게 해 어느 때보다 ‘살생부 존재’의 진위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이번 사태에서 ‘살생부’란 그간 강조돼 온 ‘상향식 공천’과는 대척점에 있는 ‘전략공천’을 상징하는 만큼 이른바 ‘살생부’가 실제로 존재했고 소문처럼 청와대 일각에서 김 대표에 전달됐다는 것이 확인될 경우 현재 이를 완강히 부인해온 김 대표가 ‘거짓 해명’을 한 셈이 돼 정치적 위기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
 
다만 그간 ‘전략공천’을 반대해 온 김 대표가 굳이 ‘살생부’를 거론해 친박계가 바라는 ‘전략공천 바람’을 불어넣을 이유가 없어 일각에선 이번 논란이 벌어진 이유로 이한구 공관위원장과의 맞대결에서 밀리던 김 대표가 친박계의 ‘살생부’를 역이용해 공관위의 신뢰도를 약화시키고 정국 주도권을 되찾으려는 의도에서 일부러 세간에 흘렸다고 분석하기도 하고 있다.
 
그런다고 해도 현 상황에선 어느 쪽이 옳든 진실공방으로 비화돼 김 대표로서도 진퇴양난의 난감한 상황에 직면한 만큼 현재 ‘살생부’가 실재한다고 보는 정두언 의원과 ‘외나무다리 대결’을 벌이는 것 외에 딱히 방법이 없어 이 난국을 어떻게 풀어나갈 것인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친박계, ‘살생부 논란’ 놓고 김 대표 성토
 
김무성 대표가 친박계 핵심 인사에게 현역 40여명의 물갈이 명단을 받았다고 지난 27일 조선일보가 처음 보도한 이래 소위 ‘살생부’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이 사안이 끝내 29일 오전 당 최고위원회의 자리에까지 올라와 서로 얼굴을 붉히는 상황이 벌어졌다.
 
김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살생부와 관련해 “누구로부터도, 또 어떤 형태로든 공천 관련 문건을 받은 적도 없고, 말을 들은 적도 없다”며 “제 입으로 문건, 살생부 이야기를 한 바 없다”고 전면 부인했다.
 
그는 이어 “다만 최근 정가에 떠도는 말을 종합하면 (물갈이 대상이) 이들이라는 말이 들린다고 한 것”이라며 정두언 의원에게 직접 친박계로부터 받은 살생부 명단을 언급했다는 언론보도 내용과 달리 그저 시중의 찌라시를 거론한 수준이었단 식으로 해명했다.
 
그러자 곧바로 친박계 맏형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김 대표를 겨냥해 “최근 공천학살설이 불거져 나온 것이 정말 참담하고 부끄럽기까지 하다”며 “그 중심에 이유야 어떻게 됐든 말을 했든 안 했든 당 대표가 있단 것 자체가 심각한 일”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서 최고위원은 이어 “분명한 건 이것이 어제 오늘 일이 아니라 작년 말부터 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데 명백하게 진상규명해야 한다”며 “파동의 중심인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문건을 받은 적이 없다고 하면서 뉴스의 중심에 서있는데 죄송하단 말을 안 한 건 유감”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는 “공관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진상규명을 요청하기 때문에 최고위에서 철저히 가려야 한다”며 살생부 ‘내용’의 진위 자체보다 김 대표가 이를 알고 있었느냐 몰랐느냐는 부분에 더 무게를 실었다.
 
이인제 최고위원 역시 이에 발맞춰 “지금 나돌고 있는 살생부 논란은 기본적으로 공천관리위원회의 역할을 마비시키는, 우리 당의 단합을 저해하는 있을 수 없는 낡은 정치 유산”이라며 “공관위 위원들은 국민 눈높이에서 국민을 대신해 우리 당의 당헌당규 정신을 받들어서 공명정대하게 민주적인 경선을 관리하는 것”이라고 단언해 ‘살생부 논란’으로 공관위의 신뢰도에 의혹이 집중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고 나섰다.
 
이 최고위원은 이어 “친박계 핵심 인사가 그런 명단을 대표에게 얘기했다면 친박계 인사는 당장 당에서 출당시켜야 한다”며 “진상을 명백히 밝히고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살생부 논란을 확산시킨 정두언 의원에 대해서도 “의총에 나와서 소상하게 진실을 얘기해야 한다”며 “(김무성) 대표도 협조하고 진상을 밝히고 책임을 묻고 해서 일을 마무리해야 한다. 어물어물 넘겨선 안 된다”고 못을 박았다.
 
◆ 당내 일각 “공천 문제, 당헌당규 따라야”
 
반면 20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바 있는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번 논란에 대해 “우리 당이 서서히 자중지란의 모습으로 빠져들고 있다. 당이 분열돼선 절대 안 된다”며 “당이 쪼개지지 않고 잘 나가는 게 최고지 물갈이가 목표는 아니다”라는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도 김 최고위원은 “당헌당규 규정대로 당 대표가 임명한 공천관리위원회에 모든 것을 맡기고 지켜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김 최고위원은 “분명히 말하지만 공관위 자격심사는 상향식 공천과는 별개 문제”라며 “모든 공천 문제는 당헌당규에 따라 한 치의 오차도 없이 공정하게 이뤄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처럼 그는 일견 공관위에 모든 것을 맡기자는 식으로 이한구 공관위원장에 힘을 실어주는 듯하면서도 김 대표가 그간 강조해온 대로 공관위는 무조건 당헌당규를 바탕으로 해야 한다는 점을 부각시키는 한편 당 통합을 내세워 이 공관위원장의 ‘물갈이론’을 불식시켜 실상 김 대표의 손을 들어주는 모습을 보였다.

이와 비슷한 주장을 펼친 이가 또 있는데 같은 당 정병국 의원은 이날 오전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나와 살생부 논란과 관련, “이런 것이 흘러나오게 되면 이게 (당에) 누가 되기도 하고, 출마하는 사람은 자기에게 유리하게 이런 부분을 활용하는 국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비박계인 정 의원은 이어 “당헌당규에 정해져있는 원칙대로 관리하고 그런 절차에 따라 공천하면 되는데 이걸 무리하게 자기들 입장에서 해석하다보니, 또 자기 의도를 나름대로 표출하다보니 이런 오해와 여러 문제를 야기한다”고 말해 최근 당헌당규에 있다면서 우선추천제를 내세워 ‘전략공천 부활’ 움직임을 보이는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겨냥했다.
 
그는 한 친박계 핵심 인사가 김 대표에 넘겼다고 주장하는 살생부에 대해 “국민을 넘어 이런 것들을 하는 게 국민을 무시하는 행동”이라며 “구태정치 중 하나다. 그렇게 하다보면 공멸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 정두언, 김 대표와 ‘살생부 논란’ 진실공방 이어
 
▲ 정두언 의원은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도 김무성 대표에게 직접 전화통화로 살생부 관련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는 주장을 폈다. 사진 / 원명국 기자

한편 이번 사태의 당사자이자 ‘살생부’ 내 포함된 인사인 비박계 정두언 의원은 김 대표가 이날 오전 최고위원회의에서 또 다시 살생부와 관련해 모든 것을 부인하자 “김무성 대표가 나한테 ‘청와대 관계자가 자기한테 살생부 명단을 언급했다’고 말했다”고 밝혀 파문이 청와대로까지 확산됐다.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밝힌 그의 발언에 따르면 김 대표에 살생부를 전했다는 그 친박계 핵심인사는 청와대 내 인물이 되는 것이어서 단순히 원내 친박계와의 계파 갈등 수준을 넘어 정권 차원의 공천 개입 문제로 번질 소지가 있는 만큼 파장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또 정 의원은 처음 조선일보에 살생부 관련 보도가 나간 뒤 김 대표로부터 전화가 와 ‘당 대표한테 직접 들었다고 하지 말라’는 부탁을 받은 데 이어 자신이 공관위 면접에 가서 ‘당 대표에게 직접 들었다’고 언론에 밝히니까 또 다시 김 대표의 전화가 와 ‘찌라시를 얘기한 거니 맞춰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며 김 대표가 두 차례나 전화해 말을 바꿔달라고 했다는 주장을 폈다.
 
그는 “김 대표 본인은 (살생부 논란) 기사가 나가길 원한 것 같다”며 “그래서 기사가 나갔는데 논란이 되니까 왜 도망가나”라고 일침을 가했다.
 
이한구 공관위원장 또한 살생부와 관련해 김 대표가 전면 부인한 것을 두고 이날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공관위 전체회의 직전 기자들에게 “정두언 의원과는 반대되는 얘기”라며 “정두언 의원이 나에게 구체적으로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공관위원장은 “최고위에 유능한 분들이 많으니까 최고위에서 조사할 것”이라며 자신이 이번 파문과 관련해 당 최고위에 공식 조사를 요청한 사실을 재확인했다.
 
이에 따라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오전 최고위 직후 이날 오후 1시 30분에 예정된 최고위에서 정두언 의원과의 대질 심문을 통해 김 대표 해명의 진위 여부가 가려질 것이란 입장을 전했는데 어떤 이유에선지 당은 돌연 오후 예정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고 정 의원의 입장 발표는 의원총회에서 하는 것으로 변경됐다.
 
이날 오후 열린 의총에서 정 의원은 자신의 기존 주장을 되풀이한데 이어 의총 뒤 소집된 최고위에 출석해서도 같은 내용의 발언을 한 것으로 전해졌는데 이에 김 대표는 의총에서 “이유야 어찌됐든 의원 여러분들께 심려 끼쳐 죄송하다”면서도 “분명한 것은 누구로부터 살생부나 문건 같은 것을 받았다는 얘기는 한 적이 없다”고 똑같이 맞받았다.
 
김 대표는 이어 “여러 말이 떠돌지만 우리가 여러 차례 회의를 거쳐 의결했고 당헌, 당규까지 고쳐 정한 공천 룰이 제대로 지켜져야 한다고 생각했다. 여러 말들에 대한 우려와 걱정스런 얘기를 (정 의원에게) 한 것”이라며 “앞으로 그런 일(살생부)이 있으면 막겠다는 뜻”이라고 해명하면서도 의총 직후 정 의원과의 대질 심문을 위해 열린 최고위엔 불참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이번 논란이 확실히 규명되지 않은 채 양측의 주장만 평행선을 달리는 형태로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면서 총선을 얼마 남기지 않은 시점임에도 계파 갈등이 또 다시 불거질 가능성을 높여 이를 두고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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