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특한 ‘전승설화 뮤지컬’의 세계
독특한 ‘전승설화 뮤지컬’의 세계
  • 이문원
  • 승인 2004.03.19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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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나부상화(裸婦像畵)"
서양 설화를 바탕으로 한 여러 예술작품들을 볼 때, 혹은 서양 설화를 우리 실정에 맞게 번안한 작품들을 볼 때 항시 드는 생각이 있다. 우리에게도 분명 '이야기거리'로서 충분한, 또 현대화했을 때에도 나름의 의미와 비젼을 제시할 만한 설화들이 많은데 왜 '우리 설화'를 바탕으로 한 예술작품은 드문 것일까. 굳이 근거를 따지자면 유난히 우리 것에 대해 무지하고 자긍심이 부족한 한국인 특유의 '문화비수호주의'를 꼽아야만 하겠지만, 이번에 극단예우에서 창단 15주년 기념작으로 선사하는 "나부상화"의 경우, 이런 '우리 설화' 부재에 대한 갈증을 말끔히 씻어줄 작품이 될 듯 싶다. "나부상화"는 '왕조'와 '왕조'가 바뀌는 격동의 시대를 배경으로 삼아, 이 시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과 우리 전래로 내려오는 '전등사 설화'를 서로 엮어 하나의 완성된 역사/설화의 혼합구조를 만들어낸 작품이다. 바로, '나부상'이라는 하나의 소재를 둘러싸고 엇갈려버린 두 인물의 서로 다른 삶과 사랑의 운명구도를 그려낸 작품으로서, 처자식을 살리기 위해 이성계의 제의를 받아들여 고려의 왕족들을 수장시켜버린 인물 왕동량과 전등사 대웅전을 건립하던 중 주막집 작부의 계략에 넘어가 사랑과 돈을 모두 잃은 인물 도편수, 두 인물의 인생이 차례로 나열되며, '굵은 죽음'과 '가벼운 죽음' 사이에서 펼쳐진 인간의 운명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 이미 "청춘예찬", "대대손손" 등의 작품으로 그 독특한 세계, 가히 키취적 향취까지 엿볼 수 있는 세계를 표현해온 연출가 박근형과 "황금사과", "눈꽃" 등의 작품으로 각종 문학상을 휩쓴 작가 우봉규가 만나 펼쳐보이는 "나부상화"는 초히트 뮤지컬 "명성황후"에 이어 한국 뮤지컬계에 '코스츔 붐'을 일으킬 만한 수작으로서, 향후 '우리 전래 설화'를 다매체 예술쟝르로 옮기는 데 중심점 역할을 할 수 있을 듯하다. (장소: 대학로 세우아트센터, 일시: 2004.03.25∼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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