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과 날선 공방…국민의당, 의총서 ‘통합’ 논란 결판낼 듯

안 대표와 더불어 국민의당 예비후보들도 야권 통합에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이들은 통합 거부파의 주축을 형성한 반면 거꾸로 당내 상당수 현역 의원들은 통합 가능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천정배 공동대표의 경우 야권 통합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고 김한길 선대위원장은 심지어 김종인 대표와의 물밑접촉설까지 흘러나올 정도로 적극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지도부가 야권 통합 사안을 두고 찬반이 갈리면서 공통된 의견을 내지 못하자 자칫 내분으로 번질 것을 우려했는지 이례적으로 4일 선대위 회의까지 비공개로 진행하며 관련 논의를 이어갔으나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해내지 못한 채 각자의 이견 차만 확인했다.
이 때문에 이날 저녁 의원총회와 최고위원회의 연석회의를 연이어 개최해 야권 통합에 대한 끝장 토론에 들어가기로 예고했는데 이 회의 결과가 당의 존립과도 결부될 수 있는 만큼 어떤 결정이 나오더라도 국민의당 내 파장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 안철수 “통합 거부” - 김한길·천정배 “통합 숙의해야”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지난 3일 부산을 방문한 자리에서 더민주 김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대해 “필리버스터 중단에 따른 국면전화용”이라며 “진정성 있는 제안이라고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또 안 대표는 김 대표를 겨냥해 “저 안철수만 빼고 다 오라, 다 받겠다는 오만한 말까지 서슴지 않았다”며 “이런 것이 바로 막말정치”라고 일침을 가했다.
하지만 당내 일각에선 야권 통합과 같은 중요한 사안을 의원들과 논의조차 없이 안 대표가 당의 공식입장인 것처럼 일방적으로 발언했다며 국민의당이 안철수의 ‘사당’이냐는 반발까지 일어난 것으로 전해지면서 4일 ‘통합’ 관련 논의를 위해 오후 8시에 의총까지 소집키로 결정됐다.
앞서 안 대표를 비롯해 천정배 공동대표와 김한길 상임선대위원장 등 당 지도부는 ‘야권 통합’에 대한 공통된 뜻을 모으기 위해 4일 오전 당사가 있는 마포 인근의 한 식당에서 1시간 정도 회동했으나 이들은 뒤이어 열린 당사에서의 선대위 회의에서도 입장차를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안 대표가 강경하게 ‘통합 거부’ 입장을 고수한 데 반해 김한길 위원장의 경우 지난 2일 “깊은 고민과 뜨거운 토론이 필요한 문제”라고 밝힐 정도로 더민주의 ‘통합 제의’가 논의할 가치가 있다고 보는 입장인데다 천 의원도 야권 통합의 가능성은 열어놔야 한다는 견해여서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 같은 논란이 지도부 분열로 비쳐질 것을 경계했는지 이례적으로 선대위 회의까지 모두발언 없이 비공개로 진행한 4일 안 대표는 회의가 끝난 직후에도 여전히 기자들에게 “제 생각은 변함이 없다”며 “(의총서 자신의 생각과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같은 생각을 다 공유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고 단언했다.
다만 그는 “의총 내 상당수 의원들이 ‘통합할 수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기자들이 지적하자 “오늘 말씀을 나눠 보면 될 것”이라며 침묵했다.
이에 반해 천정배 공동대표는 이날 저녁 ‘야권 통합’을 주제로 열리는 의총과 관련, “저로선 오늘 결론을 내길 희망한다”며 “당의 공식기구에서 결정하면 따라야 되는 것”이라고 밝혀 미묘한 온도차를 보였다.
당내 현역 의원들을 대상으로 열리는 의총의 경우 현재까지 알려진 대로 상당수 의원들이 야권 통합에 긍정적이라면 천 대표 역시 ‘야권 통합’ 결정을 그대로 따르겠다는 뜻이어서 오히려 ‘통합 거부’를 분명히 하고 있는 안 대표를 압박하는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또 안 대표 역시 의총까지 열어 중의를 모은 만큼 자신의 생각과 달리 ‘통합 찬성’ 결정이 나왔다고 해서 의총에 이어 열릴 최고위원회의를 통해 뒤집는다면 엄청난 반발에 직면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해서 이런 결과를 수용하기엔 그간 강력히 반대해온 자신의 리더십이 타격을 받게 돼 현재 안 대표는 의총에서 ‘통합 반대’의 결과가 나오길 기대하는 것 외엔 선택지가 없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해 있다.
◆ 안철수 지지율, 당 지지도와 동반 폭락…安 리더십 ‘흔들’?
아울러 최근 여러 여론조사 결과에서 상승하는 더민주와 달리 국민의당은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는 점도 당내 일각에서 ‘야권 통합론’에 기우는 원인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데 4일 한국갤럽이 필리버스터 정국 이후인 3월 첫째 주 정당 지지도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더민주는 4%나 상승한 23%인 반면 국민의당 지지율은 1% 상승에 그친데다 여전히 한 자릿수인 9%에 머물렀다.
또 같은 날 조선일보가 ‘미디어리서치’에 의뢰해 이뤄진 수도권 유권자 대상 정당 지지도 조사에선 서울의 경우 새누리당이 30.8%, 더민주가 25.6%의 지지도를 얻은 데 반해 국민의당은 3.7%에 불과했고 인천·경기 지역 역시 새누리당이 31.4%, 더민주는 24.7%, 국민의당은 3.4% 순이었다.
특히 수도권은 이번에 바뀐 선거구 획정안에서 기존 112석에 비해 122석으로 늘어난 만큼 최대 승부처로 꼽히고 있어 이처럼 수도권에서 양당 구도가 굳어지면 국민의당은 총선 승리가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나마 국민의당이 기대를 걸 수 있는 곳은 그간 더민주에 앞서왔던 호남지역 뿐이지만 지난달 29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리얼미터가 실시해 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호남지역 정당 지지율에서 더민주가 33.7%, 국민의당은 33.4%를 기록해 이마저도 오차범위 내에서 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상당히 암울한 상황이다.
이 같은 저조한 지지율은 정당 지지율 뿐 아니라 대선주자로서의 안 대표 본인 지지율에까지 영향을 미쳐 같은 날(3일) 발표된 리얼미터 조사에서 처음으로 오세훈 전 서울시장(11%)에 밀리며 안 대표는 4위(8.2%)로 내려앉아 대선가도에도 먹구름이 낀 상황이다.
심지어 총선조차도 안 대표가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는데, 조선일보가 4일 발표한 지난달 28일부터 3월 1일까지 서울 노원병 유권자 507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디어리서치의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안 대표는 비록 1위는 유지했지만 36.3%를 기록해 30.2%로 2위인 새누리당 이준석 후보와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적극 투표층만을 대상으로 살펴볼 경우 안 대표는 34.1%, 이 후보는 32.6%로 격차가 더 좁혀지고 있어 일각에선 이런 여러 지표를 통해 살펴봤을 때 창당 초기와 반대로 이제 국민의당과 안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대다수 유권자가 회의적 시선을 보내고 있다고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고 있다.
◆ 당내 일각 安 대표 비호 나서…의총서 최종 결판날까
이런 상황에서 그나마 안 대표에게 위안이 되는 부분이 있다면 당내 일부 현역 의원들이 더민주의 야권 통합 제안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며 안 대표와 함께 하고 있다는 점인데 안 대표 측근으로 꼽히는 문병호 의원은 4일 CBS라디오에 출연해 “필리버스터 중단으로 인한 야권 지지자들의 비난을 피하고자 하는 목적이 있고, 국민의당을 와해시키고 분열시키려는 정치공작이었다”고 더민주의 야권 제안을 혹평했다.
그러면서 문 의원은 “지금 더민주의 대주주는 문재인 전 대표와 친노고 지금 김종인 대표는 월급사장”이라며 “저희가 신당 만들 때는 새정치연합(더민주 전신)이 패권친노가 지배하고 있어 총선 대선에 승리할 수 없다는 진단 하에 만든 건데 지금 (더민주에)아무 변화가 없는데 야권 통합한다는 건 과거 새정치연합으로 회귀하는 것”이라고 거부 의사를 확실히 했다.
한편 그간 야권통합을 줄기차게 주장해오다가 전날 국민의당에 입당했던 박지원 의원 역시 이날(4일) MBC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김 대표가 진정성 있는 야권통합을 제안했다면 충분히 검토해 볼만 했을 것”이라면서도 “그런데 안 대표만 빼고 전부 돌아와달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은 정치 도의상 올바른 생각이 아니다”라고 꼬집었다.
또 박 의원은 “저를 포함해 탈당한 사람들은 친노 패권주의 청산을 요구하다가 그게 지켜지지 않아 탈당한 것인데 과연 그 원인이 제거됐는지도 봐야 한다”며 “몇 사람이 컷오프 됐지만 패권세력이 지금도 더민주를 조종하고 있고 언젠가는 전면으로 나설 준비를 하고 있는 상태”라며 “친노패권주의를 완전 청산하지 않은 채 다시 돌아오라는 건 준비도 없고 진실성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같은 당 박주선 최고위원도 전날 SBS라디오에 나와 “김종인의 야권 통합 제안은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잃고 비열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며 “국민의당 무력화를 노리는 고도의 정략적인 꼼수고 정치적 술수”라고 맹비난했다.

그럼에도 더민주 김종인 대표는 이날(4일) 역시 국민의당을 향해 “다가오는 4·13총선에서 야권이 단합해 ‘여소야대’를 만들고 이를 바탕으로 국민을 실질적으로 치유하는 정책을 제시해 2017년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이뤄내자”며 통합을 호소했는데, 특히 안 대표에 대해서도 이전과 달리 “특정 목적을 가지고 정치를 시작한 사람도 우리 당에 동참한다면 자기 능력에 따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고 포용 의사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이날 저녁 예정된 국민의당 의원총회 결과에 따라 김 대표와 안 대표 중 누가 웃게 될 것인지 판가름 날 것으로 전망돼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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