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반발에도 최고위서 1차 공천 결과 통과

이 위원장은 살생부 사태와 여론조사 문건 유출 논란의 파고를 뛰어넘은 데 이어 김 대표가 강조해온 상향식 공천을 문제 삼는 한편 당내 일각의 반발을 무릅쓰고 1차 공천 발표에서 단수추천까지 전격 강행하는 등 파죽지세로 김 대표를 몰아세우고 있다.
이처럼 말도 많고 탈도 많던 1차 공천 결과가 친박계의 비호 속에 7일 끝내 추인되면서 이 공관위원장의 어깨에 더욱 힘이 들어가는 것은 물론 향후 2차 공천 발표는 더 거침없이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 대표가 비장의 수단을 준비해 이 공관위원장에게 새로이 반격할 수 있을 것인지 아니면 이대로 순응할 것인지를 두고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살생부·문건 유출 파문’ 계기로 날개 단 이한구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전략 공천은 절대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던 김 대표와 우선추천제와 단수추천을 내세워 사실상 전략 공천 의도를 드러낸 이 위원장은 그동안 공천 심사 과정에서 신경전을 벌여왔다.
공관위의 1차 공천 결과 발표 전부터 김 대표가 친박계 핵심 인사로부터 ‘공천 살생부’를 받았다는 논란이 불거져 공천 결과가 이미 친박계에 의해 정해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일면서 첫 공천 결과 발표를 준비 중인 공관위의 공정성이 크게 의심받은 바 있다.
친박계의 지지로 공관위장에 오른 이 위원장에 의심의 눈길이 몰리자 그는 지난달 28일 당사에서 직접 브리핑을 갖고 “공정한 공천을 해야 하는 사람이 ‘찌라시 딜리버리’, ‘찌라시 작가’ 비슷하게 의혹 받는 상황을 그대로 놔둘 수 없다. 우리는 결코 친박이니 비박이니 이런 식으로 구별하며 공천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당 공식 기구에서 (살생부 진위 여부를) 철저히 조사하길 바란다”고 상황을 정면 돌파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김 대표를 겨냥해 “김무성 대표는 (김학용) 대표 비서실장을 통해 입장을 밝힌 것 밖에 없다. 비서실장을 통해 나온 자료와 정두언 의원에게 직접 들은 것 사이에 차이가 난다”며 “정두언 의원에게 직접 들은 상황, 대외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상황까지 생각하면 ‘3김 시대’ 시절 음모 정치 냄새가 나는 것 같다”고 역공을 폈다.
앞서 김 대표는 살생부 파문이 처음 일어난 지난달 26일 김학용 비서실장 명의로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메시지에서 “김 대표는 그런 (살생부) 요구를 받은 적이 없고 정두언 의원과는 정치권에 회자되는 이름들에 대해 얘기를 나눴을 뿐”이라며 정 의원의 주장은 상당히 부풀어진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 의원이 “김 대표가 자신의 발언을 부인하는 문자를 발송한 직후 양해를 구하는 전화까지 해왔다”며 김 대표와 계속 진실공방을 이어가자 쟁점은 공관위의 공천 공정성과 연계됐는지 보다 김 대표가 거짓말을 했는지 아닌지에 집중되면서 김 대표가 궁지에 몰려버렸다.
결국 공천 과정의 투명성이 쟁점화 될 것 같았던 살생부 파문이 오히려 김 대표와 정 의원의 진실 공방으로 흘러가면서 김 대표가 29일 최고위원회의 자리에서 파문 진화를 위해 사과하기에 이르렀다.
또 이 자리에서 공관위의 공정성이 저해되는 언행을 금하고 이를 어길 경우 클린공천지원단이 즉시 조사해 엄중히 처리한다는 방침이 정해졌는데 김 대표는 클린공천지원단의 진상조사에까지 응하겠다고 밝혀 사실상 김 대표가 굴복하고 반대급부로 이 공관위원장에 더 힘이 실리게 됐다.
이 같은 상황을 보여주듯 이 위원장은 지난 2일 살생부 파문과 관련, “최근 허위 살생부 파동은 부도덕성을 넘어서는 음모의 문제”라며 “공천 심사 및 경선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드러난 후보들의 불공정·부도덕성 문제를 공천의 중요한 기준으로 삼겠다”고 천명해 이번 논란의 중심에 선 김 대표 등을 공천 배제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이 위원장은 같은 날 오후 가진 공관위 전체회의 직후 현역 지역구 의원 지지율이 당 지지도보다 낮을 경우 등 현역 물갈이 기준까지 구체적으로 내놓으면서 그간 강조해온 ‘현역 컷오프’ 의지를 한층 강력하게 내비쳤다.
이렇듯 ‘살생부 사태’는 이 위원장이 최대 수혜자가 되며 일단락되는 듯 싶었으나 지난 3일 여론조사 문건 유출 파문이 일어나면서 이른바 ‘제2의 살생부’ 논란이 불거졌다.
당 내부 여론조사 문건이 유출된 듯 보이는 괴문서가 새누리당 일부 출입기자들과 보좌진들의 SNS로 전송돼, 잠잠해지려던 새누리당을 다시 한 번 뒤흔들었는데 그 중에서도 공천 최대 관심지역인 대구에서 소위 진박 후보들과 비박 후보들 간 격차가 그간의 언론 보도나 여론조사 결과들과 달리 오차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것으로 나타나 비박계 의원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문건의 진위 여부를 놓고 당이 들끓자 4일 원유철 원내대표는 “(당 사무처에서는) 일단 진본이 아니라고 한다”면서도 “지금 공관위에서 각 지역구별로 경선을 어떻게 할지를 놓고 거기에 대한 기초자료를 검토하고 있다. 이 자료로 공천이 바로 결정되는 게 아니고 참고자료로 활용할 뿐”이라고 밝혀 진본이 아님에도 공관위에서 자료로 쓰이는 만큼 단순히 ‘찌라시’는 아니란 점을 암시했다.
이에 따라 많은 이들의 이목은 자연스럽게 ‘진본도 아닌’ 이 문건을 활용했다는 공관위에 쏠렸는데 이 위원장은 이번에도 정면 돌파를 택해 4일 당사에서 직접 기자회견을 열고 “절대로 공관위에서 나올 수는 없다”며 “숫자가 있는 자료는 원체 민감하기 때문에 그런 자료는 절대 바깥으로 유출할 수가 없다”고 단언했다.
그는 이어 “공관위원들이 그 자료를 본 뒤에 반드시 반납하도록 돼 있고, 모두 회수한다”며 “(유출이)불가능한 걸 자꾸 의심의 눈초리로 보면 곤란하다”고 힘주어 말했다.
그러면서 이 위원장은 “유출자를 색출하고 동기를 추궁해 공관위를 흔들려고 하는 식의 움직임을 빨리 차단해 주길 부탁한다”며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권위 있는 기관에서 조사해 진실을 규명해주길 바란다”고 ‘살생부 사태’ 때처럼 스스로 진상 규명을 청했다.
이에 중앙선관위는 4일부터 여의도 연구원 여론조사실 담당자와 공천관리위원회 담당자 등을 상대로 여론조사 문건 유출 파문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는데 이런 와중에 같은 날 새누리당 예비후보 9명의 이름과 공천배제 사유를 명시한 ‘음해 문건’까지 나돌면서 1차 공천 결과 발표를 앞두고 당내 혼란이 극에 달했다.
◆ 이한구, 1차 공천 결과 반발도 일축…김무성 초조
더 이상의 논란 확산을 막기 위해서인지 공관위는 결국 4일 저녁 경선 지역 23곳과 단수추천지역 9곳, 우선추천지역 4곳을 포함한 1차 공천 결과를 발표했는데 공정성 논란을 우려한 듯 첫 현역 컷오프 대상으로는 비박계가 아니라 3선의 친박계 중진 김태환 의원(경북 구미을)을 꼽았다.
이 같은 결과에 당장 김 의원 본인은 4일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당은 분명히 국민공천제를 한다고 했는데 그 결과는 밀실공천”이라며 이 위원장과 공관위를 맹비난했는데, 그는 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까지 직접 참석해 이번 공천 결과에 대한 억울함을 호소했다.
김 의원은 항의 방문을 마친 뒤 기자들에게 “내가 한번 양보하는 게 좋다고 하면서 컷오프 시킨다면 납득할 수 있지만 나보다 지지도도 훨씬 낮은 분을 단수추천, 소위 전략공천 하기 위해 나를 컷오프 시켰다면 내가 납득할 수 있겠느냐”며 “이대로 자기들 공천이 맞다고 하면 그 다음에 내가 갈 길은 뭐냐”고 말해 18대 총선에서 당의 공천을 받지 못하고 무소속으로 출마한 끝에 원내 입성했던 과거를 상기시켰다.
하지만 이번 공천 결과에 더 큰 불만을 내보인 쪽은 김 대표였는데, 특히 전략공천으로 보이는 ‘단수추천’을 두고 김 대표는 지난 6일 이 위원장과의 공천 면접 자리에서 “단수추천은 당 분열 아니냐. 상향식 공천의 정신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며 공관위와 신경전을 이어간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단수추천의 문제점으로 “경쟁력이 있는데도 단수추천으로 경선도 못 해보고 탈락하는 2, 3위 후보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들이 탈당해서 출마한다면 당의 분열을 일으키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는데 이 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은 이를 일축했다.
김 대표의 공세에 이 위원장은 “여론조사 목적으로 도입한 안심번호 명단이 정확하지 않아 문제가 있다”며 김 대표가 주장해온 안심번호제를 문제 삼아 반격했는데, 이에 대해 김 대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맞받아치면서 긴장감이 돌았다.

김 대표는 7일 이 공관위원장이 출석한 가운데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단수추천에 문제가 있다는 취지로 자신의 기존 입장을 피력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고위에선 그대로 1차 공천결과를 추인했다.
또 이 위원장 역시 이날 당사에서 면접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오전 중 당 최고위에 출석한 것과 관련, “앞으로 부르지 마라, 내가 처음이니까 예의 차원에서 갔는데 앞으로는 부를 일 없을 것”이라며 “공관위는 독립된 기관으로 누구도 여기에 대해 압력을 넣는 건 용납할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한편 ‘칼자루’를 자신이 쥐고 있음을 확실히 하고 있는 이 위원장에 대해 친박계 역시 대체로 호응을 보냈는데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은 이날 오전 TBS라디오에 출연해 이 위원장 체제의 공관위에 대해 “당헌당규를 따르고 여론조사, 민심의 동향을 잘 읽고 따라가고 있다”고 호평하면서 김 대표에 대해선 “아무리 당 대표지만 당헌당규를 다 잘 알 수는 없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렇게 당내에서 이 위원장의 목소리가 점차 확고해짐에 따라 친박계 김태환 의원을 첫 컷오프 대상으로 삼은 이번 1차 공천 결과가 진정 공정성을 내세운 공천 신호탄이 될 것인지, 향후 2, 3차 공천 결과에서 비박계 핵심 현역들을 겨냥한 공천 학살이 이뤄질 명분을 마련하기 위한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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