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수요집회 600회 맞아, 세계 8개국에서 동시 개최
일본군 '위안부'에 대한 일본 정부의 공식사죄와 배상을 촉구하는 `수요시위'가 17일 한국과 일본, 미국 등 세계 8개국에서 1천여명이 참가한 가운데 동시에 열렸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는 `수요시위 600회'를 맞아 한국, 일본, 미국, 필리핀, 대만, 스페인, 벨기에, 독일에서 동시에 수요시위를 개최했다고 밝혔다.
수요시위는 지난 1992년 1월 8일 미야자와 전 일본 총리의 방한을 계기로 시작되어 올해 1월 12주년을 맞았으며 간헐적으로 진행되던 시위가 정기시위로 자리잡게 되었다. 그동안 수요시위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에 대한 활동을 알려내는 장으로, 이념과 성별, 세대를 초월한 연대의 장으로, 살아있는 역사 교육의 장으로 자리잡아 왔다.
'끊기 있게 전쟁반대! 멈추지 않는 평화 울림!!'이라는 표어를 내건 이날 행사에서 정대협 측은 시위에 앞서 참석자들에게 빨간색 티셔츠를 입고 나올 것을 당부했는데 여기서 빨간색의 의미를 '이제 우리는 일본 정부에 경고한다'는 경고의 의미와 '열심히 싸워보겠다'는 의지에 두었다.
할머니들, 가슴의 한 쏟아내
윤미향 정대협 사무총장의 사회로 진행된 행사장에는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 16명, 열린우리당 김희선.송영길 의원, 한국여성단체연합 정현백 상임대표, 일본 '오키나와 평화회' 회원 30여명 등 모두 400여명이 참가했다.
`오키나와 평화회' 소속 고노 다이스케(32)씨는 "아직 일본 정부가 위안부 문제에 대해 사죄조차 하지 않아 모두를 분노케 하고 있지만 꾸준히 운동을 펼쳐 나가면 언젠가는 올바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생존자 증언에 나선 김순덕(83) 할머니는 "지속적인 노력에도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이 안 돼 유감"이라고 말했으며 이용수 할머니(77)는 "오히려 수요시위를 통해 여러분들에게 많이 배웠다. 앞으로도 할머니들에게 힘과 용기를 달라"고 호소했다.
황금주(86) 할머니는 "소학교 졸업 25일 앞두고 처녀공출제로 끌려간 뒤 일본놈들에게 내 인생을 완전히 짓밟혔다"면서 "일본정부는 하루 빨리 내 청춘을 돌려달라"고 외치며 가슴의 한을 쏟아냈다.
이날 김희선 의원 등은 민족정기 의원모임 명의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한 기념관 건립에 써달라며 500만원을 전달했고 일본 대사관측에서도 수요시위 사상처음으로 일본 대사관 정치부 서기관이 직접 나와 항의서한을 전달받는 성과도 있었다.
한편 행사장은 각 단체에서 준비해 온 피켓들로 참가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전쟁시 여성에 대한 성폭력을 중단하고 여성의 성적 자기 결정권을 보장하라. ▲우리는 할머니들의 한 맺힌 뜨거운 눈물을 보았다. 할머님들의 슬픔은 우리 모든 여성의 슬픔이다. ▲잘못을 인정할 줄 모르는 일본은 피눈물 흘리게 될 것이다. 사죄! 사죄! 사죄하라! ▲한국 정부는 굴욕적인 사대외교를 청산하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명예 회복에 앞장서라. ▲일본 정부는 자신의 범죄를 시인하라. ▲범죄 인정 책임자 처벌! 등의 내용으로 대체로 그 의미는 상통했다.
단체들, 성명서 통해 '여성 인권 보장 및 명예회복 노력' 다짐
'무지개 여성 평화 대행진' 참가자 일동은 전쟁피해여성들의 진정한 평화 실현을 위한 성명서에서 "우리는 이 땅의 어떤 전쟁도 있어서는 안됨을 촉구하며, 여전히 여성이 상품화되고 희생되는 반인권적인 상황을 반대한다"고 밝히고 "여성의 기본적인 인권이 보장되는 평화로운 세계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리의 의지가 실현될 때까지 세계 곳곳의 여성들과 단합하고 연대를 형성해 가는데 총력을 기울임은 물론, 세계에서 유일한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전쟁의 상처를 몸소 겪은 미주 국제결혼 한인 여성들과 2차 세계 대전 때 일본군의 '위안부' 범죄를 목격했던 할머니들은 우리의 사랑하는 딸들과 여성들의 당당한 삶과 보장된 미래를 위한 평화대행진을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무지개여성평화대행진'은 미국 각지에서 여성권리의 평화로운 실현을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태평양을 건너 조국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관련, 워싱턴DC 한미여성재단 윤홍교 이사장은 "반드시 일본의 사죄를 받아내야 하고 역사에 똑바로 기록 되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누드 동영상 파문에 대해 "미국에서도 큰 이슈였다"며 "그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고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온다"고 전했다.
'서울 성가소비녀회' 김영숙 소비녀는 "처음 나왔는데 같은 여성으로써 분노를 느끼며 이것은 참석하는 것 자체가 정의를 위한 큰 힘을 보태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위안부 문제를 누드 동영상으로 상품화시킨 것은 매우 화가 날 뿐 아니라 연예인이나 여성들의 의식 속에 여성 인권에 대한 문제 의식이 없으면 이런 잘못된 현상도 쉽게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고 충고했으며 "할머니들의 분노가 언론을 통해 널리 알려진 것은 국민들의 의식을 일깨워 준 것 같아 참으로 다행한 일"이라고 말했다.
'사립학교 법개정 운동본부' 이선철(70)씨는 "일제시대를 산 사람으로써 전쟁 말기에 일본 순사 앞잡이가 집에 들러 부모님을 설득 해 젊은 여성을 붙잡아 가려는 걸 본적이 있으며 할머니들이 어린 나이에 머리에 비녀를 꽂은 것을 보았는데 알고 보니 정신대에 가기 위함이였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한편 지난달 이승연의 '위안부' 테마 영상 화보집 사건을 계기로 결성 된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네티즌 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및 반전을 위한 '네티즌 6000인 선언'을 통해 "정대협과의 지속적인 관계를 통해 재가자원봉사활동과 일본군 '위안부' 명예와 인권의 전당 건립 후원 등, 할머님들께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자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할머님들이 한 분이라도 더 살아 계실 때 빠른 시일 내에 일제의 잔혹했던 일본군 '위안부' 범죄에 대해 그 진상을 규명 및 공식사죄하고 정부차원의 법적 배상을 시행하라"고 일본정부에 경고했다.
일본대사관에 요구서와 성명서 전달
사실 일본군 위안부로 끌려갔던 아픔을 가슴에 묻고 평생을 살아온 위안부 할머니들은 처음 거리로 나와 일본의 만행을 폭로할 때는 행인과 눈을 마주치기는커녕 고개도 제대로 들지 못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국, 일본 등 세계 곳곳을 찾아다니며 일제의 만행을 알렸고 이런 할머니들의 활동에 힘입어 이번 600회 기념 시위는 국내뿐만 아니라 미국, 일본 등 전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었다.
신혜수 정대협 상임대표와 황 할머니 등 대표 3명은 일본대사관을 찾아가 정치부 서기관에게 일본정부에 대한 7대 요구사항이 담긴 요구서와 네티즌 6000명의 성명서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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