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통합’ 논란에 국민의당 ‘분열’되나
野 ‘통합’ 논란에 국민의당 ‘분열’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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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당 지도부, ‘야권 통합’ 놓고 사분오열 양상
▲ 지난 7일 국민의당 마포 당사에서 열린 선대위 회의에서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야권 통합을 놓고 반대와 찬성으로 갈리며 신경전을 벌였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민의당이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의 야권 통합 제안에 연일 홍역을 치르고 있다.
 
지난 7일 안철수 대표와 김한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야권 통합을 놓고 극명한 이견차를 드러내며 정면충돌하자 당 내홍까지 우려되고 있는 상황인데 그동안 각자 정치적 견해가 다양한 인사들로 지도부가 구성됐던 국민의당 특성상 이 같은 엇박자는 예견된 결과였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앞서 국민의당은 지난 4일 더민주의 통합 제의를 두고 의총과 최고위원회까지 열어가며 ‘통합 불가’를 당론으로 정했음에도 김 위원장이 이를 뒤집는 발언을 한 데 이어 8일 천정배 공동대표까지 안 대표와 달리 선거연대 가능성을 피력하면서 ‘야권 통합’ 논란은 하나로 뭉쳐도 모자랄 국민의당을 분열시키고 있다.
 
이처럼 국민의당 혼란이 장기화될 경우 기존 양당은 총선에서 어떤 식으로든 수혜를 볼 것으로 전망되는데 새누리당은 야권 통합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야권 표가 분산돼 총선 승리 가능성을 높이게 되고, 더민주 역시 국민의당이 분열될수록 야권 지지층이 더민주로 집결하게 돼 일각에선 김 대표의 통합 제안은 기실 국민의당 분열을 노린 고도의 전략이라고 평가하기도 한다.
 
이를 보여주듯 최근 국민의당 지지도는 갈수록 더민주와 격차가 벌어지며 한자리수 대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이고 당 분열로 안 대표의 리더십까지 크게 훼손되면서 안 대표의 총·대선 지지율마저 크게 흔들리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2014년 3월 새정치민주연합을 창당할 때도 함께 했으며 얼마 전 더민주를 탈당해 지난 2월 국민의당 창당에도 함께 했던 안 대표와 김 위원장, 이 둘의 대립이 총선 직전 정국에 어떤 파장을 몰고 올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안철수-김한길 대립, ‘동상이몽’ 발각?
 
지난 7일 마포구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회의는 그간 간신히 봉합된 모양새를 보이며 유지돼 온 국민의당 지도부가 당 존립을 뒤흔들 만큼 중요한 현안 앞에선 얼마나 쉽게 분열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준 자리였다.
 
이날 먼저 발언권을 가진 김 위원장이 ‘야권 통합 반대’를 고수한 안 대표를 겨냥해 “저는 우리 당이 교섭단체 이상의 의석만 확보한다면 여당이 개헌선을 넘든 말든 상관없다는 식으로 정치를 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며 직격탄을 날렸다.
 
이는 야권 통합은 물론 수도권 총선 연대까지 거부할 만큼 강경 입장을 내놓은 안 대표를 향해 총선 승리를 위해선 저조한 지지율을 보이고 있는 국민의당의 현실을 직시해 야권 통합을 고려하라는 지적으로 해석된다.
 
김 위원장은 이어 “여당이 180석 이상을 확보한다면 캐스팅보트니 뭐니 다 무용지물이 되는데 그때 교섭단체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라며 “안 대표 말대로 통합적 국민저항체제가 꼭 필요한 시점이 바로 지금”이라고 거듭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안 대표는 “‘무조건 통합’으로는 이기지 못한다. 이미 익숙한 실패의 길”이라고 맞받아치며 “저희의 목표는 기존의 거대 양당구조를 깨는 일”이라고 말해 김 위원장과의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그렇다면 과거 통합의 주역으로 함께 했던 둘 사이에 언제부터 이렇게 간극이 커졌는지 그 이유를 살펴볼 필요가 있는데 더민주의 전신인 새정치민주연합 탈당 전까지도 당내 비주류를 대표하며 당시 문재인 대표와 맞서온 안 대표와 김 위원장은 친노패권주의에 대항한다는 점에선 이해관계가 일치해왔지만 국민의당 창당에 있어선 일찌감치 서로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미 새정치민주연합으로 한 차례 야권 통합을 경험했던 안 대표는 기성 정당의 한계를 인식하고 현 정치권의 양당 체제를 깨는 3자 구도를 이룰 목적으로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한 만큼 혁파 대상에는 단지 새누리당 뿐 아니라 그가 탈당을 결단할 정도로 더는 개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더민주도 포함된다는 점에서 김 위원장과 입장을 달리한다.
 
이에 반해 김 위원장은 새정치연합 탈당 직전인 지난해 12월 24일 출근길에서 자신의 거취를 묻는 기자들에게 “우리 당이 이대로 가면 (총선) 실패할 수밖에 없기에 지도부의 변화가 필요하고, 그래야 야권 통합이 가능해 총선 승리 정권교체를 말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야권 승리를 위해 작동하는 한 부품으로서나마 저도 제 역할을 제대로 해내야 하지 않겠나”라고 속내를 내비쳐 표적은 오로지 여당인 새누리당 뿐이라는 기존 야권의 시각을 그대로 보여줬다.

또 이 발언에서 알 수 있듯 김 위원장은 문 대표가 퇴진해 야권 통합 명분이 마련될 경우 ‘안철수 신당’과 새정치연합 간 가교 역할을 하겠다는 데에 애당초 방점을 두고 새정치연합을 탈당해 안 의원에 합류했다는 것인데 그런 점에서 보면 야권 통합에 대한 안 대표와의 이견 차는 필연적이었다고 밖에 할 수 없다.
 
문제는 김 위원장이 이미 결정된 ‘통합 반대’ 당론에 직접 도전하는 모습까지 보였음에도 안 대표가 그 즉시 김 위원장을 설복시킬 만큼 총선 승리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단 점인데 이는 단순히 안 대표의 리더십 위기를 넘어 당 내홍으로까지 비화될 수 있어 많은 우려를 낳고 있다.
 
3당 구도를 주장해온 만큼 안 대표가 비록 당 대 당 통합은 반대할 명분이 명확할지언정 총선 연대는 어느 정도 타협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 현실적으로 수도권은 물론 호남에서도 점점 더민주에 밀리고 있는 상황에서 새누리당의 개헌선을 저지할 방법에 대해서도 “퇴행적인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이 무너지는 결과를 국민들이 주지 않을 거라 믿는다”고 막연한 희망사항에 기대고 있어 지도부 내에 총선 연대 목소리가 여전히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 국민의당 일각, 통합은 안 돼도 연대는 가능?…안 대표와 온도차
 
▲ 국민의당 천정배 공동대표는 8일 “당론이 정리됐기 때문에 다시 통합논의가 나오는 것은 온당치 않다”면서도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여러 연대가 들어갈 수 있다”고 야권 연대 가능성은 열어뒀다. 사진 / 원명국 기자
당장 천정배 공동대표의 경우 이날 선대위 회의 뒤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3당 체제 확립보다 개헌저지선 확보가 더 중요하냐”는 질문을 받자 “새누리당에 개헌저지선을 주는 건 절대 있을 수 없다”며 “개헌 저지선을 줬는데 우리 당이 몇십석을 갖든 그건 나라의 재앙”이라고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 천 대표는 “그 점에 대해 내부에서 냉철한 과학적인 분석과 논의가 필요하고 어떤 수를 써야 하는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새누리당이 개헌저지선을 넘는) 그 문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막아내야 하고 그 책임의 전면에 국민의당과 당 대표 중 하나인 제가 가장 큰 책임이 있다”고 말해 공동대표직에 있는 안 대표를 압박하고 나섰다.
 
한 발 더 나아가 그는 8일 당사에서 기자들에게 “수도권뿐만 아니라 새누리당의 압승을 저지할 수 있는 여러 연대가 들어갈 수 있다”며 안 대표가 일축한 바 있는 선거 연대를 수도권에 그치지 않고 오히려 더 확대할 수 있다는 뜻까지 내놨다.
 
심지어 지난 7일 선대위 회의에서 “이번 총선은 정권을 심판하고 야권을 재편하는 계기가 돼야 하고 그 목표를 위해선 국민의당이 제3정당으로 우뚝 서야 한다”며 안 대표에 힘을 실어줬던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 역시 8일 SBS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선 “지역구 후보자별 자율적인 연대는 선거에서 발생할 수 있는 일”이라면서 선거 연대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혀 안 대표와 차이를 보였다.
 
다만 그는 전날 “여당의 180석 장악 저지와 우리가 제3당으로 우뚝 서는 목표는 양립할 수 있다”고 주장했듯 이날도 “수도권에서는 5%라도 새누리당 표를 우리가 흡수할 것으로 본다”며 “야권이 분열되면 불리한 결과가 나오지만 반드시 야권 분열이 대참패로 간다고 보진 않는다”고 말해 야권 통합에는 분명히 선을 그었다.
 
이처럼 야권 통합은 일축하더라도 선거 연대에 대해선 안 대표 외엔 지도부 내에 큰 거부감이 없는 것으로 비쳐지는데 제3당의 정체성까지 포기해 창당 취지를 스스로 부정하는 ‘야권 통합’과 달리 ‘선거 연대’는 비교 우위의 야권 후보로 각 지역마다 단일화해 최소 의석 확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물론 야권 분열의 책임도 피하면서 새누리당의 개헌 저지선 확보도 이룰 현실적 방안이란 점에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일 야권 내 선거 연대가 성사될 경우 수도권에서 미미한 지지율을 보이는 반면 상대적으로 호남에서 아직 강세를 보이는 국민의당은 현재 호남 지지율마저 위협해오는 더민주에 수도권을 내주는 대신 호남은 국민의당 후보로 단일화하자는 타협안을 내놓을 수 있어 적어도 호남을 통해 최소 의석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더민주의 지지율이 국민의당을 큰 폭으로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더민주가 선거연대에 나설지에 대해선 회의적 시각이 많은데 김 대표의 경우 야권 통합 가능성은 열어두겠다는 입장이면서도 국민의당과의 후보 단일화 등 선거 연대에 대해선 절대 반대한다는 입장을 고수해온 바 있어 현실적으로 이뤄지기 어려워 보인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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