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견제? 지방의원들부터 변하라
지자체 견제? 지방의원들부터 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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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회는 정부를 견제한다.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으로 여겨지는 삼권분립의 가장 기초적인 원칙이다. 민선 지방자치 시대 20년 시대를 맞은 현재 지방의회의 역할 역시 지방정부의 견제에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중앙정부에서는 모양새나마 어느 정도 견제가 이뤄지는 것 같지만 지자체의 힘이 비대해진 지방에서도 지방의회의 지자체 견제가 잘 이뤄지는지는 의문이다.
 
현재 지방의회의 운영 실태는 실로 심각하다. 제도적으로나 실제적으로나 지자체가 막강한 권한을 휘두르다보니 지자체와 함께 지방의 정책을 이끌어나가야 하는 지방의회의 역할은 제한되고 있다. 본인들 스스로도 전문성이 떨어지고 유급보좌관제 도입이 지연되면서 가치를 제시하는 의원들을 보좌할 전문적인 인력 확보도 쉽지 않다. 지방의회 선거에 대한 관심도도 떨어지기 때문에 본인을 어필할 길이 별로 없다.
 
이렇다보니 지방의원들이 두각을 나타내는 길은 곳곳을 누비며 민원을 해결하는 것 정도만 남게 된다. 지역에서 문제가 되는 곳을 찾아 의견을 청취하고 이를 해결하는 민원 해결사 노릇을 하는 셈이다. 물론 지역민들의 애환과 고충을 듣고 지역민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는 것이 문제가 될 건 없지만 문제는 지자체에 예속돼 있는 지방의원들이 민원 해결을 주력으로 삼다보면 지자체로의 예속이 더욱 심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소지가 있다는 점이다.
 
지방의회가 제도적으로 지자체를 견제하는 것이 쉽지 않다보니 지방의회가 지자체와 결탁하는 일을 찾는 일은 부지기수다. 지자체장이 의회 사무처장과 사무직원의 임면권을 갖고 있는 것은 지자체가 지방의회의 현실적인 우위를 갖게 되는 단적인 이유다. 의회 사무직원들은 대체적으로 지자체 공무원들의 전보로 채워져 지자체의 이익을 대변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이를 둘러싼 논쟁에 대한 판단은 헌법재판소까지 올라갔지만 지난 2014년 합헌 판정을 받았다.
 
유급 보좌관이 따로 없기 때문에 재정이 넉넉치 않은 지방의원들은 지방입법 활동에 한계를 느끼게 된다. 이는 가뜩이나 견제 권한도 없는 지방의원들에게 무기력함을 불러일으킬 공산이 크다. 지자체장에 예산과 인사권을 비롯한 대형 사업의 인허가권이 집중되다보니 지방의회의 지자체 자치사무 행정감사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친다.
 
이는 청탁과 이권 개입의 유혹이 뒤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적 문제로 이어진다. 유혹에 노출된 지방의원들이 지방자치제 부활 이후 임기 중 비위로 사법처리 받은 경우가 1000여건이 넘는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는 지자체로의 예속을 스스로 자처하게 된다는 사실이다. 몇 남지 않은 선택지 중의 하나인 민원 해결을 위해 지자체의 협조는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지방의원들은 지자체장은 물론이고 공무원들에게 잘 보여야 하는 상황에 처한다.
 
실제 서울의 한 자치구에서는 구의회 의장이 부구청장 등의 청탁을 들어줬다는 얘기도 들린다. 한 구의원이 논란에 휩싸인 부구청장의 차량운행일지를 요구했더니 의장이 해당 구의원과 부구청장이 포함된 자리를 만들어 이를 자제토록 했다는 식의 얘기다. 사소한 부탁에서도 지자체 측에 예속되는 지방의원들은 결국 지자체의 이익에 부합하는 청부 입법 등으로 결탁을 이어갈 수밖에 없다. 지자체장과 지방의원, 지역 토호 사이의 유착 고리에 따른 비리가 만연하고 있다는 얘기는 이미 기정사실화된 지 오래다.
 
지방의원들의 마음가짐도 문제다. 그리 멀지 않은 과거에 지방의회는 무보수 명예직이었다. 지방의원들은 생계를 위해 허용된 겸직으로 살림을 꾸려 나갔다. 그다지 매력있는 업무는 아니었을 게다. 하지만 책임감과 전문성있는 인사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2005년 유급제로 전환된 뒤 지방의원들은 각 지방의회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매년 수 천만원 가량의 보수를 받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에 제한된 권력에도 지방의회에 대한 경쟁률은 훌쩍 뛰어올랐다. 이렇다보니 자리에 대한 과욕이 각종 부정과 무리수의 온상이 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수 년마다 의정비를 스스로 인상하는 국회의 악습을 답습하는 일도 허다하다.
 
최근 들어 지방의회들은 자치입법권 확대라는 목적으로 의회 사무처장 등의 임면권을 지방의회 의장에게 달라거나 유급 보좌관제를 도입해 달라는 등의 요구를 국회에 지속적으로 하고 있다. 실제 이 같은 조치들이 이뤄지면 지방의회의 지자체 견제 강화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도 있다. 하지만 자리에 집착해 비뚤어진 의정활동을 하면서 권리만 달라고 하는 것을 이해해 줄 주민이 어디에 있을까. 지방의회 의원들 스스로도 각오와 책임감을 달리 해야하는 것이 급선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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