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천 잡음’에 시름 깊은 與野
‘공천 잡음’에 시름 깊은 與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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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내 공천 결과 발표 불복…‘컷오프 의원’ 탈당까지
▲ 10일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모두 공천 문제와 관련해 일어난 지지자들의 반발로 하루종일 몸살을 앓았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총선이 목전에 다가왔다고 알리는 듯 여야 예외 없이 공천 결과 발표를 놓고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새누리당은 지난 4일 경선지역 23곳과 단수추천지역 9곳, 우선추천지역 4곳을 대상으로 1차 공천 결과를 전격 발표했는데 그간 ‘상향식 공천’을 주장해온 김무성 대표가 단수추천과 우선추천지역이 적지 않은 1차 공천 결과에 대해 반대 입장을 드러낸 것은 물론 이날 현역의원으로 첫 컷오프 대상이 된 친박계 김태환 의원도 공천관리위원회의 발표에 반발해 끝내 탈당하면서 당이 ‘공천 후폭풍’에 휩싸였다.
 
그래서인지 10일 공개한 2차 공천 결과에선 1차 때보다 늘어난 31개 경선지역을 발표했음에도 단수추천지역은 4개 지역으로 크게 줄었고 우선추천지역은 없었던 데다 컷오프된 현역 의원 역시 하나도 없었다.
 
‘공천 발표’ 역풍은 비단 여당에만 국한된 게 아니었는데 이미 더불어민주당은 지난달 24일 발표된 1차 컷오프 결과에 반발해 대구의 홍의락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고 전북의 전정희 의원이 국민의당으로 옮겨가는 등 진통을 겪게 되자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결과를 번복하고 1차 컷오프 의원 일부를 구제하기 위해 직접 나서기도 했다.
 
1차 컷오프 당시 대상 의원 10명에 대해 직접 공천 배제 사실을 통보한 데 따른 즉각적인 반발이 상당했기 때문인지 더민주는 2차 컷오프에 대해선 해당 의원에 통보하기보다 그 의원의 지역구를 전략공천 지역으로 발표하거나 다른 인사를 단수 추천하는 등의 우회적인 방법을 통해 10일 5명의 현역 의원을 공천 배제했다.
 
특히 이번 2차 컷오프부터는 초·재선의 30%, 3선 이상 중진의 50%를 컷오프 하겠다고 예고한 데 비해 1차 컷오프 규모의 절반 수준인 5명 컷오프에 그치고 있는데, 이에 대해선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지난 8일 3선 이상 중진들에 대한 심사가 아직 끝나지 않아 현재 심사된 것까지만 우선 발표한다고 미리 전한 바 있어 아직 공천 명단에 포함되지 않은 의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마음을 졸이고 있다.
 
불안감에 휩싸인 곳은 더민주 뿐만이 아니다. 당 규모가 작은 만큼 컷오프 규모는 미미할 정도지만 국민의당 의원들 역시 ‘현역 물갈이’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또 이미 국민의당 첫 컷오프 대상으로 유일하게 꼽힌 임내현 의원은 중앙당에 공천 배제 근거를 밝히라며 무소속 출마까지 시사하고 있어 원내교섭단체 구성을 위해 현역 의원 1명이 아쉬운 국민의당 입장에선 딜레마에 빠진 상황이다.
 
◆ 與 당 내홍에 ‘컷오프’ 일단 유보?
 
새누리당은 김무성 대표와 이한구 공천관리위원장 사이에 ‘살생부 파문’부터 ‘여론조사 문건 유출’, ‘친박 윤상현 의원의 욕설 파문’ 등으로 ‘공천 전쟁’을 이어가고 있어 더민주와 같은 대규모 컷오프는 자제하는 분위기다.
 
김 대표와 이 위원장 간 갈등 양상이 연일 터지는 각종 파문으로 말미암아 대표와 공관위원장 사이의 공천 주도권 다툼 수준을 넘어 각자 비박계와 친박계를 대표한 계파 충돌의 형태로 굳어지면서 1차 공천 결과에서 친박계 1명에 그쳤던 컷오프가 2차 공천 결과에선 단 한 명도 없게 될 정도로 ‘현역 공천 배제’를 하기에 매우 부담스러운 상황이 됐다는 걸 반증하고 있다.
 
게다가 2차 공천 결과 발표를 불과 이틀 앞두고 윤상현 의원이 지난달 살생부 파문 당시 김 대표를 공천 탈락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내용의 녹취록이 언론에 전격 보도돼 이한구 공관위원장에게도 의혹의 눈길이 쏠리고 있는데 만일 이 상황에서 대규모 컷오프를 단행한다면 자칫 특정 계파 학살로 비쳐지며 총선 직전 당 내분이 극대화되는 최악의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새누리당은 우선 공관위가 계파를 떠나 공정 공천을 시행하고 있다는 믿음을 회복해야 하는데 오히려 10일 2차 공천 결과 발표 당시 이 위원장이 이날 원래 발표키로 예정됐던 김 대표의 지역구인 중구영도구 경선 후보 발표만 일방적으로 보류하면서 의심을 키웠다.
 
이를 의식했는지 이 위원장은 이날 오전 당사에서 공천 결과 발표 당시 “(살생부 파문의)진실이 안 밝혀진 상황에서 김 대표만 경선에 참여하면 정두언·김용태 후보 등에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새벽에 공관위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보류했다”며 “김 대표만 처리해주면 정 의원 발언이 신뢰성 없다는 식으로 오해를 받게 될 수 있다”고 강변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이 같은 공천 보류 결정을 김 대표에 대한 이 위원장의 ‘보복’으로 보고 크게 반발하며 실력행사에 들어갔는데 당장 황진하 사무총장과 홍문표 부총장은 이날 오후부터 공천심사를 거부했고 김 대표 지지자들도 공관위가 있는 당사로 몰려와 격앙된 반응을 내비치며 정국은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상황이 수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자 이 위원장은 이날 저녁 급히 예정에도 없던 기자회견을 열고 “김 대표와 관계된 공천은 경선하는 것으로 이미 결정됐지만 발표를 늦추겠다고 한 것이지 이미 결정 난 것을 다시 심사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정두언 김용태 의원과 (김 대표 공천을) 연계된다고 한 건 많은 반대가 있어 일단 현 단계에서 연계시킬 현 단계에서 연계시킬 생각이 없다”고 번복했다.
 
또 이 위원장은 공천 심사를 거부한 황 총장과 홍 부총장을 향해 “이제 공관위원으로서 좀 제대로 참여해주기를 좋겠다고 부탁한다”며 당무에 복귀하라고 호소하고 있지만 황 총장은 이 위워장을 겨냥해 “각종 이유를 들어 (공천 심사를) 지연시켜 답답하기 짝이 없는 상황”이라며 “이 위원장이 지금과 같은 태도를 고치겠다는 확실한 약속이 없으면 더 이상 회의 참가는 어렵다”고 일축했다.
 
이렇듯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비박계의 반발이 본격화되면서 친박계가 다수인 공관위와 최고위에 대항해 당내 다수인 비박계의 주도로 의원총회가 소집될 가능성도 있어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 것인지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 野 ‘컷오프 후폭풍’ 본격화…탈당 재발하나
 
▲ 홍창선 더불어민주당 공천관리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20대 총선 경선 단수지역 및 2차 컷오프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바에 따르면 정청래, 윤후덕, 최규성, 부좌현, 강동원 등 5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배제됐다. 사진 / 원명국 기자
새누리당이 공천 주도권을 두고 계파 갈등이 극대화됐다면 더불어민주당은 문재인 전 대표의 사퇴와 김종인 비대위 체제 출범 이후 계파 문제는 수면 아래로 내려간 반면 ‘공천 혁신’을 내세워 현역 컷오프를 단행하는 과정에서 잡음이 커지고 있다.
 
더민주 홍창선 공관위원장이 10일 발표한 2차 공천 결과를 통해 2차 컷오프 대상은 마포을 정청래 의원을 비롯한 5명인 것으로 밝혀졌는데 이날 공천 배제 결과와 관련해 정 의원은 그간의 막말 논란으로, 윤후덕 의원은 자신의 지역구인 파주에 공장이 있는 LG디스플레이에 자녀 취업 청탁을 했다는 구설수에 휘말렸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되고 있지만 나머지 의원들은 납득할 수 없다며 즉각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날 전략검토 지역 3곳 중 하나로 선정된 ‘경기 안산단원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는 초선인 부좌현 의원은 즉각 공천 배제 결과에 반발하며 “빠른 시일 내에 정식으로 이의 신청을 하겠다”고 밝혔다.
 
부 의원은 이어 “야권이 일방적으로 우위를 차지하지 못하는 우리 지역을 20년 간 지켜온 저를 배제했다”며 “당은 지역 현역 국회의원인 제가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한 근거가 무엇인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나섰다.
 
또 본래 통합진보당에서 정의당을 거쳐 더민주에 입당한데다 지난해 대정부 질의에서 대선 개표 조작 의혹을 제기하며 논란을 일으켜 이날 컷오프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비쳐지고 있는 강동원 의원 역시 자신이 공천 배제된 데 대해 크게 반발했고, 함께 컷오프된 3선의 최규성 의원(전북 김제·부안) 역시 재심을 신청하겠다고 벼르고 있어 컷오프 불복 분위기는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중에서도 2차 컷오프 인사들 중 가장 주목받았던 친노 핵심 정청래 의원의 경우 조만간 SNS를 통해 입장을 표명하겠다며 아직 침묵을 지키고 있지만 벌써부터 전국 시도당에 지지자들의 항의전화가 쇄도하고 이날 하루 더민주 홈페이지 접속이 일시 마비되는 등 후폭풍이 만만치 않아 장차 당내 중진들을 대상으로 한 3차 컷오프가 발표된다면 김종인 체제가 한층 더한 ‘공천 역풍’의 시험대에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역 의원이 19명에 불과한 국민의당은 당 시행세칙에 근거한 컷오프 평가 대상도 광주를 지역구로 둔 소속의원 6명에 한정돼 결국 임내현 의원(광주북을) 1명만 공천 배제되는 것으로 결론 났는데 여타 컷오프 의원과 마찬가지로 임 의원 역시 이날 “공천배제 이유와 내용, 근거를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는 “가장 투명하고 공정해야 할 공천이 비밀스럽고 불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소문이 난무하고 있다”며 “현역의원 평가를 위해 ARS 조사를 마치고도 공개면접에서 도덕성에 흠결이 있는 것처럼 공격성 질의를 했고 다음날 조작이 가능할 수 있는 직접 전화통화에 의한 여론조사를 실시한 것도 각본이 아닌가 의심이 든다”고 컷오프 결과에 대해 의혹을 제기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임 의원은 컷오프 이유 등을 밝히라는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은 물론 중앙당의 향후 행보에 따라 무소속 출마도 고려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고 있어 원내 교섭단체에 근접한 국민의당에게 또 다른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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