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 좌장’ 이해찬 낙천으로 14일 현역 공천심사 마무리

특히 이 의원은 ‘3선 이상 하위 50%’란 기준에 들지 않았음에도 컷오프돼 일각에선 이제 본격적인 친노 숙청에 돌입한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종인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가 출범한 이래 중진과 초·재선을 막론하고 공천 칼날이 당내를 들쑤신 끝에 14일 4차 컷오프까지 총 21명의 현역 의원이 공천 배제됐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인사들이 친노로 분류된다.
물론 지금까지 이뤄진 더민주의 공천 결과에선 당초 김 대표가 공언한 수준의 친노패권 청산 의지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나 국민의당 측은 여전히 혹평하고 있지만 분명한 것은 새누리당이 156석 중 경선 패배자를 제외한 현역 컷오프는 7명에 그치는데다 국민의당도 현역 19명 중 1명을 공천 배제한 데 불과해 106석 중 약 20%에 해당하는 21명을 컷오프한 더민주는 적어도 규모 면에선 여타 정당들을 확실히 앞서고 있다.
그럼에도 몇몇 상징적 친노 인사 외에 세간에 물의를 일으킨 일부 친노 인물들에 대해선 그대로 공천을 확정해 컷오프 기준에 대한 형평성 논란이 당내 시한폭탄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
◆ 무늬만 친노 패권 청산?
국민의당 이해찬 정청래 이목희 전해철 김경협
현역 공천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든 14일 친노계 좌장격인 6선의 이해찬 의원이 석연찮은 이유로 공천에서 탈락한 데 이어 의정활동 부진, 경쟁력 미흡 등을 이유로 5선 중진의 이미경 의원과 정대철 전 고문의 아들인 초선의 정호준 의원도 컷오프 됐다.
더민주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공천 관련 브리핑에서 “비대위가 전략지역으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한 지역구는 세 곳으로, 서울중·성동을, 은평갑, 세종”이라고 전했는데 이 3개 지역은 각각 정호준, 이미경, 이해찬 의원의 지역구다.
앞으로 남은 경선 결과 발표를 제외하면 사실상 마지막 현역 컷오프 대상이 된 3인방 중 누구보다도 가장 주목받은 인물은 이해찬 의원이었는데 6선의원인 그는 바로 전날까지도 선거 사무소를 개소하는 등 7선에 나설 의사가 뚜렷했던 데다 이날 공천 결과 발표 때 당이 뚜렷한 낙천 이유를 밝히지도 못했기 때문이다.
김 대변인은 이미경 의원과 정호준 의원에 대해선 “은평갑은 경쟁력이 낮고 의정활동이 부진했다는 평가이고, 성동을도 경쟁력이 낮다고 판단했다”고 한 데 비해 이해찬 의원에 대해선 “하위 50%에 들지 않아도 공천관리위에서는 여러가지 판단을 내릴 수 있다”며 공천 기준이 아닌 다른 이유로 컷오프하게 됐음을 에둘러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오늘 비대위 결정에 총선승리를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점을 이 의원이 충분히 이해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선거구도 전체를 놓고 고심 끝에 내린 정치적 결단이라고 이해해 달라”고만 전해 끝까지 어떤 이유였는지에 대해선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앞서 더민주는 공천관리위원회에서 이해찬 의원에게 우회적으로 낙천될 것이란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 의원 측은 이날 컷오프 소식 발표 직후 트위터에 “당의 불의한 결정에 대한 이 후보의 입장을 조만간 밝힐 예정”이라고 전해 이대로 순응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한 발 더 나아가 이 의원 측은 “공천배제 뉴스를 접하고 지지와 격려의 전화가 쉴새없이 오고 있다”며 “끝까지 응원해 달라”고 여론에 호소했다.
이 같은 반발 속에 김종인 대표는 이날 이 의원을 컷오프한 이유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공세를 퍼붓자 “쓸데없는 소리하지 말라니까 왜 자꾸 그런 걸 물어?”라며 신경질적 반응을 보였다.
김 대표는 이어 “정무적 판단은 정무적 판단으로 끝나는 거지”라고 덧붙여 이해찬 의원 낙천은 공천 평가 기준보다는 정치공학적 차원에서 내려진 결정이었음을 은연중에 시인했다.
이런 애매한 낙천 근거는 형평성 문제도 야기하고 있는데 똑같이 구설수에 올라 논란의 중심에 선 인물이어도 어떤 기준에 따라 공천을 주고, 낙천시키는 것인지 명확히 밝히지 않고 있어 컷오프 판단이 공정하기보다 자의적이란 ‘볼멘소리’가 후보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대표적으로 재선의원인데다 최고위원도 역임했던 정청래 의원을 그간의 막말 논란을 근거로 공천 배제한 반면 ‘비노는 새누리당의 세작’ 발언으로 당에서 징계를 받았던 김경협 의원은 경선을 치르게 되긴 했으나 우선 컷오프 칼날은 피해가게 됐단 점, 마찬가지로 막말로 수차례 회자된 친노 주류 설훈 의원 역시 정 의원과 달리 경선 공천을 받게 됐다는 점이다.
아울러 이번에 화를 입은 친노 인사들은 주로 정세균계 범친노 인물들이거나 다선 중진 의원들, 운동권 출신 강경파들이란 공통점이 있는데 정세균계만 해도 이날 탈락한 5선의 이미경 의원부터 최고위원을 지냈던 전병헌, 오영식 의원 등이 대표적이고 다선 중진으로는 1차 컷오프 때의 문희상, 유인태, 신계륜 등을 들 수 있으며 운동권 출신으로는 정청래, 강기정, 최규성, 김현, 임수경 등이 있다.
다만 노영민 의원의 경우 다선의 친노 핵심인사지만 자서전 강매 논란으로 총선 불출마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예외로 분류되며 윤후덕 의원 역시 친노 핵심인사지만 자녀 취업 청탁 논란에 휘말린 적이 있어 컷오프된 것으로 전해졌다.
◆ ‘억눌렸던’ 친노 반격 시작?…김종인에 맹공
당의 이 같은 ‘친노 학살’에 대해 그간 참아오기만 하던 친노 인사들은 비록 공개적으로 맞서지는 못하더라도 SNS를 통해 격한 감정을 가감 없이 표출했는데 친노 주류인 김광진 의원은 트위터에 “필리버스터 정국의 열망을 허망하게 무너뜨리더니 정청래 의원의 컷오프로 지지자를 안티로 돌리고는 오늘 다시 이 의원의 컷오프로 그나마 억지로 억지로 참고 있던 당원들을 손 털게 만드는...정말 나같은 범인(일반인)이 알지 못하는 반전의 전략이 숨어 있는 것인가”라고 당 지도부를 비꼬았다.
한 발 더 나아가 김용익 의원도 트위터에 글을 올려 “김종인 대표님, 선거 관리 잘하시라고 영입했지 당을 뒤집어 놓으라고 모신 건 아니다. 할 일과 안 할 일을 구별 좀 하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학영 의원의 경우 이날 페이스북에 이해찬 의원과 정미경 의원이 컷오프된 것과 관련, “당원과 지지자들을 설득할 수 있는 이유를 알려줘야 되지 않느냐”며 “이런 사람들을 탈락시키면 누가 열심히 당과 나라를 위해 일하겠느냐”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앞서 1차 컷오프 대상에 자신이 포함된 것에 재심을 청구한 김현 의원도 페이스북에 게재한 글을 통해 “노무현 대통령이 진짜 그립고 보고 싶다”며 “정청래 의원은 재심위에서 다뤄 비대위에 올리는 절차라도 있지만, 이해찬 의원 공천 여부는 비대위가 대법원”이라고 김 대표를 위시한 비대위를 꼬집었다.
이를 확인해주듯 그동안 홍창선 공천관리위원장은 “이 전 총리(이해찬 의원) 공천은 내 손을 떠나 비대위의 정무적 판단이 남은 상황”이란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내놓은 바 있어 이번 이 의원 낙천은 김 대표의 의중이 크게 반영된 것으로 해석된다.
◆ 국민의당 “더민주, 친노 핵심은 안 건드려”
하지만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친노 청산 움직임에 대해 실질적 친노 패권 청산은 하지 못했다고 혹평했는데 문병호 의원은 지난 10일 더민주의 2차 컷오프 이후 “친노패권 핵심인사는 한 명도 없다”며 부좌현 의원에 대해선 “원래 천정배 의원과 가까운 분”이라고 설명했고, 최규성 의원에 대해서도 “고 김근태계인 민평련 소속으로 친노핵심이 아니다. 강동원 의원도 국민참여당 계열로 범친노로 볼 수는 있어도 친노핵심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아울러 문 의원은 지난 7일 국민의당 정치혁신특별위원회가 친노패권·무능86세력 인사로 꼽은 더민주의 정청래, 이목희, 전해철, 김경협, 이해찬 중 한 명인 정 의원이 컷오프된 데 대해서도 “낡은 운동권 진보이지 친노 핵심은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같은 당 박지원 의원 역시 14일 더민주의 친노패권 청산 여부에 대한 문 의원의 평가처럼 “변죽만 울리고 핵심은 안 한 것”이라며 “정세균계만 다 제거한 것 아닌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박 의원은 “아직도 친노들이 조종을 하고 있다고 본다”는 입장을 내놔 더민주가 추진한 친노패권이 ‘수박 겉핥기’에 그치는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규정했다.
실제로 더민주는 국민의당 정치혁신특위가 공천 탈락을 요구하며 지난 7일과 11일에 발표한 9명의 친노패권 인사 중 정청래, 이해찬, 이미경, 오영식 외엔 김태년, 홍영표 등 모두 공천 대상에 포함시켜 일각에선 김 대표의 ‘친노 패권 청산’이 말 뿐인 것 아니었느냐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범친노 인사인 문희상 의원의 경우 지역구인 의정부갑에서 당 지지도보다 높은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로 김 대표가 1차 컷오프 결과를 번복하고 적극 구제하기 위해 나선 바 있어 논란을 부채질 하고 있다.
더욱 문제가 되고 있는 점은 친노 청산을 내세운 뒤 그 빈자리에 대해선 14일 당 전략공천위원회가 “이해찬, 문희상, 정청래, 전병헌 지역구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라고 시인하고 있어 총선이 1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비대위가 어떤 인물을 구해 공천할 것인지 주목되고 있다.
한편 그간 김 대표의 비대위 체제를 뒤에서 적극 두둔해온 문재인 대표는 자신이 대표직을 맡던 시절 최고위원으로서 자신을 적극 지지한 전병헌, 정청래 의원 등이 낙마한 데 이어 친노 핵심인사인 이해찬 의원마저 컷오프된 것과 관련한 심경을 묻자 “할 말이 없다”며 즉답을 피해 결국 비대위의 ‘친노 학살’을 계기로 이들의 관계에 틈이 벌어지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의혹이 일고 있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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