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정지 탈피...재무구조 개선 열쇠되나

한국거래소는 상장폐지 기준에 해당하는 종목들이 있으면 투자자들의 보호 목적으로 종목들을 지정해 관리종목으로 지정하는데 상장회사 주식의 부실화 우려가 관리종목의 주 원인이다. ▲자본잠식▲시가총액미달 ▲공시의무 위반▲주식분포 미달 ▲거래량 미달 ▲사업보고서 등 미제출 ▲주가수준 미달 등이 지정 사유가 된다.
현대상선, 삼성엔지니어링 등은 자본잠식의 지정 사유에 속해 거래정지에 묶였다. 이와 반대로 토종 SPA 업체 코데즈컴바인은 10여일 만에 주가가 4배로 뛰는 등 수상한 주가 흐름을 보이면서 코스닥 시가총액 3위에 등극하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이외에 ‘또깨비 종목’도 나타나고 있는데 ‘도깨비 종목’은 주식거래의 ‘암포세’인 투기세력들이 주가장난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사태가 많아 투자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금융 당국이 발 빠른 조치로 투기세력들을 막아야 하지만 수수방관하는 비판도 쏟아지고 있어 주주들의 속만 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증시침체가 계속 될수록 관리대상종목의 주가가 폭등하는 것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싼 저가주에 투기성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데 있다. 큰손들이 증권사들의 약정고를 높이는 수단으로 저가주를 매입하면서 주가가 폭등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자본잠식’ 상장폐지 지름길

정지가 풀리기 위해선 자본잠식 해소 사실을 입증할 자료를 제출해야만 한다. 다행이 다음날 1조2652억원의 자금조달에 성공하면서 자본잠식 우려는 지웠다. 하지만 특수목적 감사보고서, 재무제표, 재무개선 등을 살펴보기 위해 한국거래소가 상장 적격성 실질심사를 진행하고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지난해 삼성엔지니어링은 매출이 28% 감소한 6조4400억 원 으로 감소 폭이 컸다. 영업손실은 1조4500억을 기록했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연말 기준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어서게 되자 빨간불이 켜졌다. 거래소는 자본잠식이 50%를 넘어 삼성엔지니어링을 공시해 주권매매를 정지했다.
현대상선도 삼성엔지니어링이 같은 전철을 밟았다. 자본잠식이 원인이었다. 현대상선 또한 50% 이상 자본잠식에 빠지며 거래가 정지되다 지난 14일 거래정지가 풀리면서 재개됐지만 주가하락(15일 당시 기준)은 막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유동성 위기를 겪어왔던 현대상선은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거래정지를 피하지는 못했다. 지난해 매출액 5조7665억원, 영업손실 2535억원을 기록한 현대상선은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면서 재무구조가 나빠졌다. 이에 따라 재무구조를 개선코자 자구책 마련에 힘을 기울였고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감자를 단행했지만 자본잠식 50%를 넘기고 말았다.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을 보면 기업의 자본잠식이 50% 이상' 2년 연속으로 지속되면 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상장폐지’라는 수모를 막기 위해서라도 현대상선이 감자를 결정한 이유다. 이처럼 대기업의 경우 자본잠식은 거래정지의 치명타로 작용한다. 영업손실이 눈덩이처럼 커지면 그만큼 자본이 잠식될 수밖에 없고 이는 투자자들의 이탈로 이어지는 연쇄작용으로 주가가 허락되기 때문이다.
◆거래정지 해소 오너만이 해결책?
자본잠식이 증가하자 삼성엔지니어링은 자본금을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를 단행했는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참여로 숨통이 트였다. 업계에선 이 부회장이 책임경영의 일환으로 3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보고 있다. 즉. 오너의 책임경영이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기대치를 높이는 계기가 돼 실질심사를 벌인 결과 주권 매매거래 정지 조치가 16일부터 해제된다.
삼성엔지니어링에 대한 오너의 책임경영이 불러온 효과는 컸다. 삼성엔지니어링이 그룹사 수주 증가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5144억 원의 인천 송도 제3공장 시설 공사를 수주하고, 충남 아산 탕정동 내 디스플레이 패널 생산 인프라 조성공사도 7150억 원에 따냈다.
증권가 관계자에 따르면 삼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4분기 해외 손실 축소 등으로 흑자전환에서 성공해 올해는 실적부문에서 흑자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그러나 오너 책임경영이 항상 지속될 수 없기에 자구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된다는 것 또한 업계선 주문하고 있다.

한편, 현대상선의 자본 잠식이 진행되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사재 300억원을 출현하는 등 강력한 희생의지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외국인들도 거래종목을 지정되기 전 대규모 매수에 나선 것도 희생가능성이 있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김영석 해양수산부 장관이 지난 11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내용에 따르면 현재 자구책이 다 나와 금융위원회와 주거래은행의 승인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현정은 회장은 300억원 규모 유상증자와 회장직 사퇴카드로 위기를 돌파했다는 평가다. 현 회장은 18일에 열릴 현대상선 주총에서 사내이사직에서 물러난다.
업계에 따르면 용선료 20~30%감액까지 진행되면 현대상선이 채권단과 회사채 상환 방한에 대해 본격적인 협상 테이블에 앉을 것으로 보고 있다. 17일 논의가 이뤄질 예정이어서 채무 조정에 실패하면 법정관리에 들어가기 때문에 현대상선의 유동성 위기가 해결되는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관리대상 해지 주가 폭등 왜?
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핫한 종목은 코데즈컴바인이다. 의류업체 코데즈컴바인이 시가총액이 5조원대로 불어나면서 코스닥 시장의 2위인 카카오를 넘보고 있다.
이처럼 코데즈컴바인의 주가가 연일 오르고 있는 이유에 대해 증권가는 ‘품절주’라는 점을 들었다. 그렇다보니 지난2일 2만3200원이었던 주가는 15만1100원(15일 기준)을 기록했다. 주가가 급등세를 이어가자 투자자들의 손이 몰리고 있다. 그런데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2월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으로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사실이다. 코스닥 시총 상위 200위 종목에 코데즈컴바인이 유일하다.
매출액 2000억원을 기록한 코데즈컴바인은 창업자인 박상돈 전 대표 부부사이에 경영권 분쟁이 벌어지면서 재무구조가 악화됐고, 몇 년간 의류수요 부진이 겹치면서 2012년 이후 적자를 지속했다. 코데즈컴바인은 지난해 매출 176억원에 영업손실 213억원을 기록, 4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주가가 이상하리만치 급등세로 연일 치솟자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본부는 코데즈컴바인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고 하루 동안 매매 거래를 정지시켰지만 거래가 재개되자마자 급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코데즈컴바인은 한국거래소의 주가급등 사유 조회공시에 주가급등 사유가 없다고 밝혔고, 거래소는 코데즈컴바인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다. 증권가에선 코데즈컴바인의 유통주식의 99%가 의무보호예수로 묶여 있어 실제 유통되는 주식이 25만주에 불과하다고 지적하면서 주식이 워낙 적다보니 매수 주문이 조금만 나와도 가격 변동이 심할 수밖에 없다는 진단이다.
보호예수제도는 증권예탁원이나 증권회사가 고객의 유가증권을 고객의 명의로 보관하는 업무로 투자자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주주 지분 등을 일정기간동안 매각하지 못하게 하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코데즈컴바인의 경우 금융당국이 정밀 조사가 필요한 시점이다는 게 증권가의 분석이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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