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당·이의제기 속 일부 ‘백의종군’ 행보 눈길

으레 그렇듯 재심 청구부터 해서 탈당을 감행하며 당적을 옮기거나 무소속 출마까지 선언하는 의원들이 있는 반면 당의 결정을 수용한다며 묵묵히 ‘백의종군’하기로 입장을 정리한 의원들도 있어 겸허히 ‘낙천을 수용’하는 의원들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쏠리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17일까지 컷오프나 경선 패배 등으로 공천 탈락한 26명의 현역 의원 중 6명 정도는 당의 컷오프를 받아들여 이번 총선에 출마하지 않기로 입장을 밝혔는데 지난 13일 발표된 5차 공천 결과 공천 배제됐던 길정우 의원(서울 양천갑)은 컷오프 하루 뒤인 14일 자신의 SNS에 “남은 19대 임기를 의연하게 마무리하겠다. 송구하다”며 컷오프 의원들 중 처음으로 수용 의사를 내놨다.
또 2차경선 발표 결과 경남지역 현역으로서 두 번째로 공천 탈락한 3선의 친박계 중진 안홍준 의원도 같은 날 재심 청구를 철회하고 컷오프를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는데 그는 당초 이날 오후 당사를 찾아 억울함을 호소하고 공관위 회의장까지 난입해 항의하는 등 강력 반발하다가 공관위원인 홍문표 사무부총장과 이야기를 나눈 뒤 이처럼 태도를 바꿔 뭇사람들의 의문을 자아냈다.
이어 14일 발표됐던 5차 공천 결과 탈락한 5명의 현역 의원 중 유승민계인 초선의 권은희 의원(대구 북구갑)도 1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새누리당 상징색인) 빨간 털모자를 쓰고 거리에서 인사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며 “이제 필요가 없을 듯하다”라고 담담히 컷오프 수용 의사를 밝혔다.
권은희 의원과 똑같이 6차 공천 발표를 통해 컷오프된 유승민계 홍지만 의원(대구 달서갑)과 3선의 친박계 서상기 의원(대구 북구을)도 16일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천 결과를 쉽게 수긍하고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 분명 있지만 대한민국이 직면한 엄중한 상황을 알기에 당의 결정을 겸허히 받아들여 총선 불출마를 결심했다”며 “성찰의 시간을 갖고 새누리당의 총선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승복한다는 뜻을 표했다.
이 두 의원은 자신들의 컷오프 사실이 공개된 14일만 해도 서 의원의 경우 “공관위가 밝힌 장애인 우선추천이란 것이 누구를 지칭하는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라거나 홍 의원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고 이유도 모르겠다”고 하는 등 전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내놓은 바 있는데 불과 이틀 만에 수용키로 입장을 내놔 이들이 갑자기 입장을 정리할 만한 어떤 근거를 확인하지 않았겠느냐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지난 15일 7차 공천 결과 발표 당시 컷오프됐던 유승민계 김희국 의원(대구 중·남구) 역시 16일 공식 입장 표명 없이 조용히 당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을 전한 바 있다.
이처럼 대구를 지역구로 둔 김희국, 권은희, 홍지만 등 유승민계 의원들이 재심을 청구하거나 무소속 출마를 고려하고 있는 비(非)대구권 유승민계 의원들과 달리 불출마로 입장을 굳힌 것을 두고 대구 민심이 실제로 현역 물갈이를 원했기 때문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친·비박을 막론하고 대구 지역 현역 의원들 대부분이 불출마로 입장을 정리한 건 의원들 개별 지지도보다 새누리당 지지도가 강세인 대구 특성상 새누리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출마한들 당선을 장담하지 못하는데다 유승민계 의원들 중 유승민 의원을 제외하곤 의원 개인 경쟁력이 높지 않아 유 의원의 거취가 정해지지 않은 상황에서 자신들만 탈당한들 구심점이 없다고 봐 차라리 잔류하며 와신상담하는 길을 택한 것으로 보기도 한다.
한편 더불어민주당 역시 당의 컷오프 결정을 수용하는 움직임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데 지난달 25일 현역 하위 20%를 공천 탈락시킨 1차 컷오프 대상 중 문희상, 유인태, 백군기, 임수경 의원은 일찍이 수용한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고, 이들 중 문희상, 백군기 의원 등에 대해선 이후 당이 직접 재심해 구제하겠다고 나서기도 했다.
또 같은 날 정장선 총선기획단장이 광주 북갑을 전략공천 지역구로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자동으로 컷오프된 강기정 의원도 컷오프 소식을 접한지 6일 만인 지난 2일 “당을 떠나지 않고 백의종군을 선언한다”며 고심 끝에 수용 의사를 전했다.
아울러 지난 10일 발표된 2차 컷오프 대상에 속한 5명의 현역 의원들 중 재심 청구까지 하며 일견 불복하는 듯했던 정청래 의원(서울 마포을) 역시 6일간의 침묵을 깨고 16일 “당 승리를 위해 제물이 되겠다”며 백의종군할 의사를 밝힌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2차 컷오프 하루 뒤 발표된 3차 컷오프 대상에 포함돼 공천 배제된 바 있는 3선의 범친노 정세균계 오영식 의원(서울 강북갑)도 지난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당의 결정을 존중하며 초심으로 돌아가 선당후사의 정신으로 백의종군하겠다”며 출마 의사를 접고 당이 결정한 전략공천 후보를 지원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렇듯 더민주에서도 공천 탈락한 31명의 현역 의원들 중 불출마자 5명과 경선 탈락자 5명을 제외한 21명에서 7명이 당의 컷오프 결정을 수용한다는 모습을 보여 새누리당에 약간 못 미치는 정도의 비율을 보였다.[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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