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간장 타는 유럽대륙...

지난 달 19일, 도날드 투스크 EU 상임의장은 유럽연합(EU)국가 각 정상들이 영국의 EU 탈퇴를 막기 위해 참석한 EU 개혁안 회의에서 28개 회원국 정상들의 전원 찬성으로 합의안을 도출했다고 밝힌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유럽대륙의 영국에 대한 구애에도 상황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여론조사업체 TNS UK가 이번 달 17일 발표한 설문조사 결과에 의하면 영국의 유럽연합 잔류와 탈퇴 찬반지지율이 각각 36%로 거의 같았으며 26%의 응답층이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 EU잔류파 '유럽 안에서 더욱 강한 영국을'
영국의 EU잔류를 지지하는 대표적 그룹인 ‘BSE(Britain Stronger In Europe)’에 의하면 EU가 일부 측면에서 영국에 손해가 되긴 하지만 홀로 있는 것보다는 유럽에 속해있을 때 더 잘살고 안전하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첫째로 경제적 이유를 들고 있는데 이들은 영국상공회의소(CBI) 자료를 인용하며, 영국 내 일자리 300만개가 EU 다른 회원국들의 투자에 관련돼있음을 지적했고 영국의 수출 반 이상이 유럽대륙으로 향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두 번째가 EU에 속해 있는 것이 국제사회에서의 강력한 발언권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BSE는 유엔이나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서 영국이 떠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느냐며 EU 탈퇴의 부당함을 비판한다. 이는 테러 위협이나 러시아와의 군사적 대립 측면을 고려하면 영국의 EU 잔류가 이러한 위협들의 대응측면에서 더 낫다는 주장이다.
영국의 EU탈퇴를 반대하는 것은 영국 국내에만 있지는 않다. 3월 3일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며 영국이 EU를 떠날 경우 난민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려움을 겪게 될 것 이라며 상응하는 결과를 맞게 될 것 이라며 경고한 바 있고 역시 같은 날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경제적 측면(영국과 유럽간 무역)에서 브렉시트에 대해 우려를 표시했다.
◆ EU탈퇴파 입장은? '발빼고 그냥 친하게만 지내자'
영국의 유럽 탈퇴를 주도하는 찬성파들 중 눈에 띄는 ‘좌청룡·우백호’를 소개한다. 영국 의회 의원인 매튜 엘리어트가 주도하는 ‘Vote Leave(탈퇴에 투표하세요)’라는 단체와 부동산 재벌 애런 뱅크스가 이끄는 ‘Leave EU(잘있거라 EU)’가 그들이다.
또한 EU 탈퇴 찬성파는 영국 캐머런 총리의 내각에도 존재한다. 마이클 팰런 국방장관 그리고 이안 던컨 스미스 고용연금부 장관이다. 이들 EU 탈퇴파들의 핵심 주장은 EU에 권한을 주고 돈까지 매년 퍼주는 것보다 EU에서 탈퇴해 경제적 손실을 줄인 다음 EU와 ‘가까운’ 관계를 맺는 것이 훨씬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독일의 주간지 ‘슈피겔’의 1월5일자 기사에 따르면 EU 탈퇴 찬성파들은 ‘단결된 EU’와 ‘EU의 중앙집권적 체제’에 큰 거부감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이들은 EU가 영국에 가하는 규제가 영국의 자유경제가치 및 혁신을 가로막는 장애물이라며 이로 인한 손해가 한해 333억파운드(약 59조원)에 이르는 점을 EU탈퇴의 이유로 꼽고 있다.
더불어 탈퇴 찬성단체들은 EU 이사회 내 영국의 영향력은 EU 이사회에 상정된 의안에 대해 72번이나 영국이 거부의사를 표시해도 한 번도 영국의 뜻대로 된 적이 없음을 예로 들고, 개혁을 요구해도 EU가 독일과 프랑스에 의해 좌지우지되는 점을 비난하고 있다.
한편 최근 주간지 'New Statesman'에서 브랜던 심즈 케임브리지 역사학 교수의 견해에 의하면 그는 EU를 옛 소련, 유고슬라비아 및 오스트리아-헝가리 등의 쇠퇴하고 있는 제국에 비유하기까지 했다.
◆ 브뤼셀 테러에 따른 최근 동향
하지만 지난해 11월 파리에 이어 또 다시 브뤼셀에 테러가 발생, 유럽 내 소비위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6월30일로 예정된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역시 우려되는 점은 EU의 안보에 대한 불안감과 영국의 이민 노동자 및 난민에 대한 거부감이 강해져 영국의 EU 탈퇴를 부채질 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최근 그레그 앤더슨 BMO 캐피털 마켓츠 외환전략부문수석은 미국 경제전문방송(CNBC)에 출연해 벨기에 폭탄테러는 영국 시민들의 브렉시트 투표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 우리나라에 미치는 영향 그리고 외교부 견해...
지난달 한국경제연구원에 의하면 브렉시트가 현실화돼 국제금융시장 혼란이 지속되면 우리 경제 성장률이 1.7~2.7% 가량 하락할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주식시장은 최대 26.5% 하락하고 해외자본은 14조원 정도 빠져나갈 것이라는 진단이다.
김성훈 한국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또한 ‘브렉시트’는 금융·무역을 넘어 유럽 노동시장 전반의 격변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지적하며 부결되기만을 바라는 것밖에 뾰쪽한 수가 없음을 밝혔다.
그리고 브렉시트에 대한 외교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외교부 대변인실과 통화에서 관계자는 “아직까지 부서에서 구체적 입장이 정해진 것이 없다”며 선을 긋는 모습이었다.
결국 최근 화제가 된 바둑에도 나오는 말이지만, 영국이 ‘실리’를 취할지 유럽연합에 남아 거국적 ‘세력’이라는 이득을 취할지, 그리고 우리나라에 어떤 파장으로 다가올지는 오는 6월 30일 뚜껑을 열어 봐야 할 것이다. [시사포커스 / 강민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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