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선거일이 보름 남짓 다가온 가운데 주요 지역에서 초박빙 양상을 띠면서 더불어민주당에서 다시금 국민의당을 향해 야권 연대를 제의했다.
 
반면 국민의당은 종전과 달리 개인 간 연대 가능성까지 닫아거는 등 날이 갈수록 더민주와의 갈등 수위를 높이는 한편 3당 체제 구축의 필요성을 지속적으로 주장하고 있어 야권 연대가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그럼에도 더민주는 수도권 연대의 당위성을 역설하며 국민의당에 연일 연대 제의를 하고 있는데, 야권 통합이 아닌 연대에는 소극적이던 김종인 대표의 입장과 달리 당내 선대위를 중심으로 수도권 연대론이 급격히 부상하고 있어 이를 두고 다양한 해석이 나오고 있다.
 
◆ 더민주 “수도권 연대해야 朴 정권 심판 가능”
 
더불어민주당이 28일 전날에 이어 또 다시 국민의당에 야권 연대를 줄기차게 요구했지만 국민의당은 여전히 단번에 일축하고 나섰다.
 
더민주 김진표 선거대책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서 “야권이 분열하면 장막 뒤 웃을 세력이 누구겠느냐”며 “경제무능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야권이 연대해야 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김 부위원장은 “국민의당 안철수 공동대표는 국민의 명령에 귀 기울여서 수도권 선거에 야권 연대를 만들어주길 바란다”며 “수도권에서 야권이 연대해야만 박근혜 정권을 심판할 수 있고 선거 승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국민의 명령”이라고 수도권 연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진영 선대위 부위원장도 이 회의에서 “야당 간의 경쟁은 잠시 뒤로 미루고 힘을 합쳐 정부여당의 독주를 막아야 한다”며 ‘야권 연대론’에 힘을 실었다.
 
이 자리에 동석한 김홍걸 선대위 부위원장은 한 발 더 나아가 “국민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는 누가 김대중 정신, 노무현 정신을 시대에 맞게 새롭게 계승 발전시켜 박근혜 정권과 싸워 민주주의를 지켜내느냐는 것”이라며 “야권연대에 적극적으로 나서서 국민들에게 믿을 수 있는 야당이라는 신뢰감을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서 김 부위원장은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의당을 겨냥해 “표가 분산돼 공멸할 것이 뻔히 보이는데도 자기 당 후보들에게 사퇴하면 제명하겠다고 엄포를 놓는 전무후무한 협박정치”라며 “연대하지 않으면 새누리당에게 어부지리를 줘서 수도권의 많은 의석을 잃게 되는데도 스스로 야당이라면서 여당을 도와주니 이적행위라는 말이 나온다”고 맹비난한 바 있다.
 
이는 지난 25일 국민의당 이태규 전략홍보본부장이 기자간담회를 통해 “당과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연대에 대해선 제명을 포함해 강력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천명한 사실을 꼬집은 듯 보인다.
 
◆ 더민주發 ‘야권연대론’, 김종인 아닌 문재인 주도?
 
하지만 더민주 역시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지난 6일 야권 통합이 아닌 수도권 연대에 대해선 “그런 얘기는 지금 단계에서 말할 필요가 없다”고 일축한 바 있어 이날 더민주에서 나오는 목소리는 김 대표의 뜻이 아니라 지난 27일 김병관 후보(성남 분당갑)를 지원하기 위해 지역의 한 성당을 찾은 자리에서 “좋은 결과를 얻기 위해 야권후보 단일화가 꼭 필요할 것 같다”고 밝힌 문재인 전 대표의 의중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당시 문 전 대표는 “분당도 그렇고 수도권 곳곳에 야권후보들이 나뉘어져서 어려운 상황 속에서 승부를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새누리당과 일대일 구도를 만들어야 새누리당이 다수당이 되는 걸 저지할 수 있다”고 해 수도권 연대론에 힘을 실은 바 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문 전 대표가 야권 연대에 회의적이던 김 대표와 반대로 적극 나서고 있다는 건 최근 ‘비례대표 논란’에서 ‘사퇴 배수진’을 친 김 대표에 친노 세력이 결국 물러나며 당내 입지가 약해지자 실질적인 ‘친노 수장’으로서 ‘야권 연대론’을 내세워 주도권 회복에 나선 것 아니냐고 분석하고 있다.
 
이는 최근 문 전 대표 간 온도차를 드러냈던 ‘당 정체성 논란’부터 김 대표의 ‘호남 대통령론’에 이르기까지 갈등 조짐이 보이는 양측 관계에 비춰볼 때 일견 설득력을 얻고 있는데, 국민의당이 일찌감치 연대 가능성을 완전히 일축한 만큼 선거일까지 얼마 남지 않은 시점인 점까지 감안하면 더민주에서 현실성 없는 ‘야권연대’ 제안을 굳이 다시 거론한 것은 연대 자체보다 정치 공학적 측면이 작용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다만 일부는 선거구 획정안 개정 등으로 대거 증구된 수도권의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진 상황에서 공천 파동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여권이 계속 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지역이 적지 않고 수도권 내 접전 지역도 상당한 상황에서 국민의당 등이 야권 표심을 분산시켜 자칫 총선 패배로 직결될 수도 있다는 절박한 국면에 처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된 것으로 보고 있기도 하다.
 
실제로 수도권은 이번 총선의 분수령으로 꼽히고 있는데 서울의 경우 11개 격전지 중 더민주는 진영 의원이 출마한 용산을 포함한 4개 지역에서 새누리당과 오차범위 안에서 맞붙고 있고, 국민의당은 1개 지역(노원병)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이 펼쳐지고 있어 서울에서 승부수를 띠워야 하는 더민주로서는 야권 단일화가 절실한 상황이다.
 
또 더민주는 현재 제1야당 자리를 유지하고 있지만 총선에 패배할 경우 여야 양당 구도이던 과거와 달리 현 지위조차 급격히 위태로워질 수 있어 신생정당인 국민의당이 성장잠재력을 생각해 의석 확대에 중점을 둔 바와 달리 현재 가진 의석수는 최소한 지켜내는 상황에서 늘려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아울러 그동안 더민주의 텃밭이던 호남지역은 이제 국민의당과 경쟁해 이겨야만 의석을 얻는 구도가 되면서 과거엔 쉽게 얻었던 수십여 개의 의석도 장담할 수 없게 됐고 영남 지역은 새누리당과 무소속의 대결로 굳어져 있는 만큼 더민주가 총선 승패를 걸 만한 주요 지역은 수도권뿐인데, 그 중에서도 강남 3구외엔 야권 강세를 보여 왔던 서울에서조차 새누리당과 접전을 벌이는 박빙 지역이 늘면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 국민의당 “더민주 ‘야권연대’ 압박, 결코 성공 못할 것”
  이렇듯 새누리당이 여전히 강세인 상황임에도 국민의당은 더민주의 제의를 단번에 거부했는데 이상돈 공동선대위원장은 이날 오전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를 통해 “사실상 회유 내지는 외곽단체를 통한 압력”이라며 “(단일화에 대한) 더민주의 자세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장은 더민주의 총선 연대에 대해 “결코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후보자 간 문제가 아니라 (더민주 측이) 국민의당 후보에 대해 회유하거나 하는 경우가 있다. 정치도의에 어긋난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그는 “현재 입장에선 모든 후보가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며 어떤 연대도 응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했다.
 
이처럼 국민의당이 더민주의 연대 제안에 강경하게 반대 입장을 고수하는 이유에 대해 일부는 최근 정의당과의 연대 논의에서 보인 더민주의 성의 없는 태도가 반면교사가 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내놓고 있는데 정의당 노회찬 공동선대위원장은 지난 25일 “정의당 지지율이 낮으니까 (선거를) 포기하라고 압박을 하고 있다”고 더민주를 비판한 바 있다.
 
그간 야권 연대에 적극적이었던 정의당조차 김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래 더민주와의 야권 연대 논의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며 “당대당 차원의 야권 연대는 완벽히 끝났다”고 선을 그었던 점에 비쳐 이 위원장 등은 국민의당에 대한 더민주의 연대 제안도 진정성이 없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보인다.
 
물론 국민의당 내에서도 안철수계인 이 위원장과 달리 천정배, 김한길 등 더민주 태생의 기성 정치인들은 앞서 당 내홍에 가까운 진통을 겪으면서까지 야권 연대 당위성을 주장한 바 있으나 끝내 안 대표가 연대를 어렵다는 입장을 관철하는 데 성공하면서 김한길 등 연대파는 몰락한 바 있는 만큼 당내에서 더는 연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긴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또 이 위원장은 이날 더민주에서 주장하는 ‘야권 분열’ 문제에 대해서도 “국민의당 지지층이 야권 성향 유권자만 있는 게 아니다”라며 “국민의당 지지층은 양쪽에 걸쳐 있기 때문에 단순히 ‘야권 분열’이라는 건 절대 옳은 진단이 아니다”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즉, 당의 외연을 보다 넓혀 여야 지지층을 아우르게 됨으로써 야권 연대만을 주장하는 더민주와 차별화됐다는 부분을 강조하는 한편 향후 국민의당은 목표 의석 수를 달성해 성공하더라도 목표 의석을 달성치 못한 더민주 측이 야권 패배의 원인을 ‘야권 연대’를 거부한 국민의당 탓으로 몰아갈 수 없도록 일찌감치 야권이란 위치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이고자 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야권 연대는 매 선거 때마다 거의 항상 언급될 정도로 중요한 화두가 되어왔으나 이번 선거는 3당 체제 구축이라는 국민의당의 목표가 확고한 만큼 현재까진 후보 개인별 단일화조차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다만 선거 연대에 가장 반대하고 있는 안 대표도 야권 연대 없이는 자신의 지역구에서 재선을 점치기 어려운 상황인데다 수도권 유세에 나서라는 당내 압력에 밀려 자신의 지역구 유세는 후순위로 미뤄둘 수밖에 없게 된 형국이라 최후의 순간에 개인 간 연대는 용인한다는 전향적 입장을 내놓을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는 만큼 사실상 단일화 최종 시한인 금주 내로 깜짝 반전이 일어날 수 있을지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