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 독일 월드컵의 열기가 채 가라앉지도 안았는데 이제는 영국 프리미어 리그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박지성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입성으로 이제 한국에서도 영국 프리미어리그의 인기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박지성, 이영표 두 선수는 이제 무난한 첫 시즌을 마치고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게 됐고, 한국인 프리미어리거 3호인 설기현 선수는 1부 리그로 승격된 팀을 잔류시키기 위해, 또한 스피디한 경기 운영을 자랑하는 프리미어리그에 적응을 해야 한다. 박지성(25·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은 지난해 맨유에서 무난한 시즌을 보냈다. 공식 기록은 1골과 6개의 어시스트를 기록했지만 적혀 있는 기록 이전에 언론이 붙여준 ‘산소탱크’처럼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움직였다. 두 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는 어떤 애칭이 붙여질지 궁금하다. 소속팀 감독이 “유럽 최고의 윙백”이라고 극찬한 이영표(28·토트넘 홋스퍼)는 왼쪽에서 계속 뛸 수 있을까. 꿈의 무대를 밟은 설기현(27·레딩FC)은 ‘스피드 축구’에 잘 적응할까. 2006~2007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가 19일 오후 8시45분(이하 한국시각) 셰필드 유나이티드와 리버풀의 경기를 시작으로 9개월여의 대장정에 들어간다. 맨유는 안방구장 7만6000석 중 7만석에 가까운 자리를 이미 연간티켓으로 팔아치울 정도로 벌써 축구열기에 휩싸여있다. 한국인 프리미어 리거들의 올해를 전망했다.
◆지성, 리그 우승컵을 향해
박지성은 리그가 시작되기 전에 팀과 지난해 연봉보다 약 40%오른 52억에 연봉계약을 체결했다. 52억의 연봉은 연봉순위 팀 내 ‘베스트11’에 해당된다. 이런만큼 팀에서 박지성에게 거는 기대도 남다르다. 박지성은 리그 우승을 위해 지난해 보다 40%나 높아진 ‘밥값’을 해야 한다. 이런 부담을 자신도 아는지 영국으로 출국을 하기전 ‘골에 욕심을 내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또한 개막전을 포함 약 4경기 정도를 뛸 수 없는 루니와 스콜스의 공백을 메워야 하는 무거운 책임도 있다. 지난 시즌 2위를 기록한 맨유는 2002~2003시즌 우승 후 4년간 우승에 도전만 하고 있다. 맨유는 2003년 이전까지 2시즌 이상 우승을 놓친 적이 없던 팀이었다. 맨유는 리그 2연패를 차지한 첼시의 높은 벽을 허물어야한다. 첼시는 올해도 석유재벌 구단주가 돈 보따리를 풀면서 미드필더 미하엘 발라크(독일)와 ‘무결점 득점기계’ 안드리 셉첸코(우크라이나)를 영입했다.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득점왕 출신인 셉첸코는 4년 연속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노리는 티에리 앙리(아스널)의 강력한 대항마다. 반면, 맨유는 뤼트 판 니스텔로이(네덜란드)를 레알 마드리드로 내줘 20골 이상 책임질 골잡이가 없어진게 아쉬움으로 남는다. 박지성은 올해도 왼쪽의 라이언 긱스와 오른쪽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힘겨운 주전경쟁을 벌여야한다.
◆영표, 챔피언스리그 출전권을 따내라
작년 마지막 경기까지 챔피언스 리그 마지노선인 4위를 유지하다 시즌 마지막 경기에서 웨스트햄에게 발목을 잡히면서 아스날에게 챔피언스 자리를 내준 토튼햄은 올해의 목표는 우승 보다는 리그 4위 진입에 두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4위에 들어야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본선 출전권이 주어진다. 팀의 감독인 마틴 욜 감독에게서 ‘유럽 최고의 윙백’이다라는 극찬을 받은 이영표의 올해는 현지 물음표다. 토틈햄이 왼쪽 윙백인 에코토를 야심차게 준비했기 때문이다. 작년 한해 부동의 왼쪽이었던 이영표도 이제는 경쟁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실제로 지난 도르트문트와의 친선 경기에서는 이영표가 오른쪽에 서기도 했다. 왼쪽 윙백을 차지한 신입선수 베누아 아소 에코토가 부진할 경우 원위치할 가능성도 있다. 좌우가 됐든 이영표의 주전입지는 흔들리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기현, 1부리그에서 살아남아라
일찍부터 영국 프리미어리그에서 뛰고 싶어 한 설기현은 6년 동안의 인고의 세월을 보내고 마침내 꿈의 무대를 밞게 됐다. 벨기에 리그와 영국 2부 리그인 챔피언십에서 활동을 하다 팀의 역대 최고의 이적료를 올리며 레딩으로 입단, 드디어 영국에서 뛸 수 있게 됐다. 설기현은 지난 7월 영국으로 출국하면서 “팀이 프리미어리그에 남는 게 최우선”이라고 했다. 지난 시즌 챔피언십(2부리그) 우승으로 창단 135년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올라선 레딩은 1부 리그 잔류 마지노선인 17위(총 20개팀)에 드는데 사력을 다해야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다. 레딩이 상대할 팀들은 135년간 상대해 온 팀들과는 차원이 다른 팀들이다. 이를 위해 레딩은 설기현에 배팅했다. 이적료는 박지성 연봉의 절반 수준인 150만파운드(약 27여억원)이지만, 레딩이 팀창단 후 가장 많이 쓴 돈이다. 스타 없이 젊은 선수로 구성된 레딩은 1m91의 장신 공격수인 데이브 키슨의 골결정력이 좋다. 시즌 전 평가전 9경기에서 5골3도움을 올린 설기현은 오른쪽 미드필더 또는 전방 공격수로 중용될 전망이다. 과연 설기현이 1부 리그에서 살아 남아 내년에도 프리미어 리그에서 그가 활약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 축구팬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