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亂’ 박삼구-박찬구 회장, 각자 길 그룹의 미래는…
‘형제의 亂’ 박삼구-박찬구 회장, 각자 길 그룹의 미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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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경영’ 접고 2016년 독자경영의 해 첫 시험대
▲ 지난 28일 주주총회에서 금호家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회장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경영문제 및 사내이사 선임 건을 놓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사진/시사포커스DB
難得者兄弟(난득자형제), 蕭臧之患(소장지환). 형제는 인력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의가 좋아야 한다. 그러나 한 집안에서 일어나는 형제간의 싸움도 일어난다. ‘난득자형제’, ‘소장지환’은 형제간의 관계에 따라 의가 좋아질 수도 싸움이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빗댄 두 고사이다.

이 두 고사 중에 ‘소장지환’이 금호家에서 또 다시 재연될 조짐이 보여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8일 금호가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금호석화) 회장이 형인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에게 경영문제 및 사내이사 선임 건을 놓고 비판의 날을 세웠다.

연초 화해 가능성이 점쳐져 형제간 우애가 회복될 것이라는 세간의 이목이 쏠렸지만 이번 주주총회에서 다시 박찬구 회장이 경영문제를 놓고 설전을 이어가면서 일각에선 ‘화해’는 물건너 간 것이 아니냐는 비관적 말이 나오고 있다.

박찬구 회장이 비판의 날을 세운 것은 아시아나항공의 체질개선을 위해 빚을 내서 갚는 식의 미봉책 해결보다는 구조조정과 비핵심 자산 매각으로 실적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다.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는 금호석화는 아시아나항공의 2대 주주다.

◆박삼구 회장 ‘승자의 저주’걸려 형제우애 금가
▲ 금호그룹과 금호타이어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끝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게다가 2009년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는 ‘형제의 난’ 사태로 이어졌다. ⓒ금호타이어
형인 박삼구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처럼 화해를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대우건설 인수 등에서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재계 일부 대기업에서 벌어진 ‘형제의 亂’으로 기업이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 불상사들이 있어진 가운데 박삼구 회장과 박찬구 회장은 ‘형제경영의 모범’으로 세간의 칭송을 받았다. 그런데 2006년 형제경영의 모범은 틀어지기 시작했다.

당시 금호그룹의 몸집을 불리기 위해 박삼구 회장이 대한통운, 대우건설 인수에 적극적으로 뛰어든 반면, 박찬구 회장은 리스크 부담이 있다며 신중한 자세를 보였다. 박삼구 회장이 대우건설 등을 인수하면서 ‘승자의 저주’굴레에 빠져 그룹의 유동성 위기를 불러오자 갈등이 골이 깊어져 갔다. 이후 금호석화 계열분리 진분경쟁, 금호산업 워크아웃, 결정적으로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를 계열에서 제외하기 위해 박삼구 회장이 공정거래위원회에 신청하면서 두 형제는 등을 돌렸다    

두 형제는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와 이순정 여사 사이에서 3남과 4남으로 태어났다. 박인천 창업주가 타개하자 장남 박성용 전 금호그룹 명예회장이 1984년 회사를 이어받은 후  1996년 2남인 박정구 전 금호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물려줬지만 2002년 폐암으로 타계하면서 박삼구 당시 부회장이 그룹 회장에 올랐다. 당시 박찬구 사장은 1984년부터 금호케미칼 사장, 금호석유화학 사장과 부회장 등 그룹의 화학분야를 맡아왔다.  

2006년부터 몸집을 불리기 위한 M&A에 적극적으로 나선 박삼구 회장의 모험수가 그룹의 전체 위기를 불러오리라곤 상상할 수 없었던 시기였다. 그러나 2008년 금융위기가 전 세계를 덮치면서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위상은 곤두박질쳤다. 2000년대 초반 금호아시아나그룹은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었다.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하면서 재계 서열 7위로 몸집을 불렸다.

하지만 금융위기로 유동성 위험에 몰리자 6조원이 넘는 대우건설을 매각하기로 결정했지만 인수자가 나타나지 않아 박삼구 회장은 모든 것을 책임지고 회장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한통운 금호렌터가를 매각하고, 금호그룹과 금호타이어까지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끝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게다가 2009년 금호아시아나의 유동성 위기는 ‘형제의 난’ 사태로 이어졌다. 박찬구 회장은 그룹 계열사간 기업어음(CP)거래를 주도해 165억원 손해가 발생했다며 박삼구 회장을 검찰에 고소하면서 시작됐다. 법정공방 끝에 지난해 검찰은 박삼구 회장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외에도 금호석화와 금호아시아나 계열분리 과정에서도 금호아시아나가 박찬구 회장이 이끄는 계열사와 같은 그룹으로 볼 수 없다는 대법원 판결이 내려지면서 두 형제간 앙금의 해결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한때 금호산업 인수에 성공한 박삼구 회장은 동생과의 관계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말로 화해 손짓을 내밀었고 박찬구 회장도 생각해 보겠다는 말로 그동안의 앙금을 털어내는 것 아니냐는 재계 관계자들의 관측이 나왔지만 기우에 불과했다.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혐의로 고소·고발된 박삼구 회장에 대해서울중앙지검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자 금호석유화학이 항고한 것이다. 일각에선 박찬구 회장의 의중이 실려 항고한 것으로 보고 있다는 관측이다.

박찬구 회장이 대리인을 통해 주주총회에서 날선 비판을 날린 것을 두고 애증의 발언이라고 하지만 일각에선 소송전에서 잇달아 패배하면서 이날 ‘작심발언’을 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있어 올해 70주년을 맞은 금호그룹이 형제간 화해를 이룰지 업계의 관심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박삼구 회장, ‘창업초심’으로 위기 돌파하나
▲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계열 법적 완전 계열 분리와 에어서울 설립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초 신년사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제2창업을 선언했다. 사진/시사포커스DB
재계는 박삼구 회장에 대해 뚝심 리더십 재계 마당발 등의 수식어 외에 저돌적이라는 다양한 평가를 받고 있다. 이 중 뚝심 리더십이 지난해 신년사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지난해 박삼구 회장은 금호석화계열 법적 완전 계열 분리와 에어서울 설립 금호산업 인수를 마무리하고 올초 신년사에 금호아시아나그룹 제2창업을 선언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은 고 박인천 금호그룹 창업주가 46세에 택시 2대로 사업을 시작해 지금의 기반을 마련한 그룹이다. 금호산업 인수는 박삼구 회장이 끈질긴 인수협상에서 얻어낸 결과물로 창업정신을 이어가는 그룹 재건의 핵심 동력이다는게 박삼구 회장의 신년사에서 볼 수 있다. 그룹이 워크아웃에 들어간지 6년만에 금호산업을 인수한 것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도약 발판을 마련했다는 게 회사측 관계자들의 반응이다.

박삼구 회장이 신년사에 ‘창업초심’으로 3만여 임직원들과 함께 위기돌파를 할지도 관심이다.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비율이 증가하고 있어서다. 아시아나항공측이 발표한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 부채비율이 991.5%까지 늘었으며, 당기순손실은 1519억원으로 집계됐다.  박찬구 회장 측 대리인은 주주총회에서 적자가 무려 1500억 원에 달한다며 박삼구 회장의 경영능력을 문제 삼은 바 있다.

또 하나의 관심은 박삼구 회장의 장남인 박세창 금호아시아나그룹 전략경영실 사장이 사내이사에 오르면서 ‘부자경영 시대’ 개막을 알린 게 아니냐는 전망이다. 3세경영의 신호탄이자 형제경영 시대의 막을 내리는 상징적인 조치로 풀이된다. 금호그룹은 지난해 법원 판결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그룹으로 분리됐다.

◆박찬구 회장, 독자행보로 그동안 ‘설움’ 날리나
▲ 2조원 후반대인 연 매출도 2011년 5조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평균 4조원 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올해 그룹이 계열 분리되면서 독자행보의 첫 출발을 내딛었다. 사진/시사포커스DB

금호그룹에서 분리된 금호석유화학그룹은 박삼구 회장 동생인 박찬구 회장이 이끌고 있다. 금호알에이씨, 금호석유화학, 금호미쓰이화학, 금호피앤비화학, 금호폴리켐,  금호개발상사, 코리아에너지발전소, 금호티엔엘 등 8개사다.

재계에선 박찬구 회장의 경영능력이 금호아시아나그룹에 비해 낫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2011년, 2012년 최대실적을 달성하면서 금호계열사 중 첫 순위로 자율협약을 졸업했다. 2조원 후반대인 연 매출도 2011년 5조원까지 끌어올리는 등 평균 4조원 대의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있다.

박찬구 회장은 올해 그룹이 계열 분리되면서 독자행보의 첫 출발을 내딛었다. 박 회장은 신년사에서 금호그룹의 창업정신은 이어가면서 ‘낡은 금호그룹’은 버리는 것으로 독자경영을 알렸다.

금호석화는 미래성장동력으로 '탄소나노튜브(CNT)'를 선택한 기술을 적용한 다양한 제품으로 세계판로 확대에 나서고 있다. CNT를 적용해 타이어 마모를 줄이고 차량연비를 향상시켜 주력사업인 합성고무 생산에 박차를 가해 중국 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금호석화는 매출의 40%를 합성고무를 통해 벌어들이고 있다. 그러나 합성고무 시장이 주춤하면서 매출도 자연히 줄어들었다. 지난해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3000억원이 준 1조5535억원으로 집계됐다. 합성고무는 천연고무에 비해 가격 하락을 막을 수 없어 박 회장이 CNT 개발에 집중하면서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걸고 있다.

38년간 석유화학에 잔뼈가 굵은 박찬구 회장이 CNT 기술로 금호석화의 성장을 이끌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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