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어느 조직에서든지 인사권을 쥔 부서나 인물의 파워는 막강하기 때문에 공정한 인사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하지만 조직 특성상 서열이 뚜렷하게 나뉘고 성과주의가 거의 적용되지 않는 공직 사회에서 인사권은 거의 절대적이다. 근평 제도가 있지만 사실상 형식적이고 상사에게 잘 보이거나 학연과 지연 등으로 연관돼 있는 공무원이 승진이 훨씬 용이한 것이 사실이다.
이렇다 보니 공무원 조직 문화는 전체적으로 수직적이고 경직돼 있다. 인사에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상위 직급의 권위가 필요 이상으로 올라가면서 하위 직급은 직속 상사의 부당한 지시를 따라야 한다거나 과잉 충성을 보여야 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근평 1위도 승진을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고 하위직 공무원들의 색깔은 없어진 지 오래다. 외부에서 공무원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철밥통’, ‘권위주의’ 등으로 표현되는 이면에는 나름 조직 내부적인 문제도 있는 셈이다.
실제 서울 한 자치구에서는 부구청장이 구내의 불법건축물을 양성화해달라는 민원을 직접 제기했다가 담당 공무원이 관계 법령을 들어 이를 거부하자 해당 공무원을 불러 혼쭐을 낸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인사권을 지닌 직속 상사도 무서울진대 지자체의 ‘넘버투’가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을 거부하기라도 하면 그 공무원의 앞날은 어떻게 될까. 결국 이 공무원은 조그맣게 ‘부구청장 지시’라고 표시한 후 허가해줄 수밖에 없었다.
수 년 전에는 경기도의 한 지자체에서 시장이 민원 처리 지시에 반발한 공무원 3명이 직위해제되는 일도 있었다. 이 시장은 청와대와 관선시장을 거쳤고 민선으로도 세 차례나 당선된 ‘뼛속까지 시장’이었다. 이 시장은 불법건축물과 관련해 제기된 민원을 처리하라고 지시했는데 5~6급 공무원 세 명은 관련법상 불가하다며 이를 불허했다. 노발대발한 이 시장은 공무원 3명을 직위해제하고 총무과로 대기발령시키는 한편 징계를 경기도에 의뢰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민원의 정당성은 차치하고서라도 ‘내 말을 듣지 않으면 징계’라는 식의 권위주의 의식은 분명히 큰 문제가 아닐까.
특히 중간급 공무원들의 인사 적체 현상이 심화되면서 이들은 더욱 상관의 눈치를 봐야 한다. 전국 곳곳에서 6급 무보직 공무원들이 증가하는 것이 단적인 예다. 어렵사리 눈칫밥 먹어가며 승진은 했는데 보직도 받지 못하니 상관으로의 예속 현상이 더욱 심화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렇다보니 공무원 사회의 경직성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고 이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는 오로지 국민과 주민에게 돌아올 수밖에 없다. 인사시스템에 대한 고민이 쉽지 않은 것은 알겠지만 공무원 사회, 특히 폐쇄성이 더욱 짙어지는 지자체 공직 사회의 인사제도에도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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