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서병 등 일부 지역 단일화 추진…수도권 연대 확산 신호탄?

특히 이번 총선의 분수령이 될 수도권은 오차 범위 내 접전이 벌어지는 곳이 적지 않아 한 자릿수 대 지지율에 불과한 군소 후보조차 후보 단일화에 응하느냐 여부에 따라 해당 지역구의 선거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만큼 그 무게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더불어민주당의 거듭된 요청에도 국민의당은 독자노선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굳히면서 더민주 측이 국민의당에 단일후보를 양보할 경우에만 야권 연대에 응하겠다고 역공을 펼쳐 실질적인 연대 논의는 이뤄지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당 차원에서 야권 연대에 불응하고 있음에도 일부 국민의당 의원들이 후보 개인별로 연대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이것이 야권 연대에 본격 물꼬를 트는 신호탄이 될 것인지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김종인-안철수, ‘야권 연대’ 놓고 이견 차 여전
공식 선거운동에 처음 들어간 31일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서울 중·성동갑에 출마하는 홍익표 의원 지원 유세에 나선 가운데 야권 연대에 불응하는 국민의당을 겨냥해 “야당이 분열되면 결국 여당 좋은 일만 시킬 수밖에 없다”며 “이대로 야당 분열상태에서 선거를 치르면 새누리당의 의석을 늘려주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라고 연대를 촉구했다.
이를 두고 과거 야권 통합과 달리 야권 연대엔 회의적 시각을 내비쳤던 김 대표가 선거일이 불과 2주 앞으로 다가온 데다 예전과 달리 야권 강세 지역구조차 승리를 장담키 어렵게 되자 그간 줄기차게 연대 필요성을 강조해온 문재인 전 대표와 뜻을 같이 한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9일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야권 연대를 무조건 해야 한다. 오늘이 지나고 내일도 흘러간다면 역사의 죄인이 될 수도 있다”며 야권 연대를 거부하는 국민의당을 압박한 바 있다.
이 같은 해석을 증명하듯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각 지역구에서 연대가 이뤄질 경우 중앙당에서 적극적으로 연대 과정을 지원할 것을 약속한다”며 전에 없는 적극성을 내보였다.
이렇듯 더민주 측에서 국민의당에 야권 연대를 수용하라는 압박 수위를 점차 높여가자 연대론에 가장 강경하게 반대하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이날 서울 성북구 성신여대 역 앞에서 기자들에게 김 대표를 사장에, 문 전 대표를 대주주에 빗대면서 “사장은 당대당 연대는 없다고 하고 대주주는 당대당 연대를 해야 한다고 했다”고 더민주 내 야권 연대에 대한 입장 정리조차 이뤄지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또 안 대표는 이어 “천정배 대표 지역(광주 서을)이나 김영환(경기 안산상록을), 최원식(인천 계양을) 지역에 더민주가 자객공천을 해 놓고 연대를 이야기하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더민주가 계속 종용하는 ‘야권 연대’에 대해 “확장성이 큰 국민의당 후보에게 더민주 후보가 양보하는 것이 도리”라고 맞받아쳤다.
이는 진보와 보수를 두루 아우르는 중도적 성향의 국민의당 후보가 진보 지지층만을 중심으로 한 더민주 후보보다 지지층 외연이 넓은 만큼 오히려 소수정당임에도 국민의당 후보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야 한다는 주장을 편 것인데 당 크기와 규모를 앞세워 자신들에게 힘을 몰아달라는 차원에서 연대론을 주장해온 더민주로선 사실상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다.
이처럼 ‘야권 연대’를 요구하고 있는 더민주에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것은 비단 국민의당 뿐만이 아닌데, 과거 야권 연대에 적극적이던 정의당마저 총선이 가까워진 현 시점엔 오히려 더민주에 깊은 불신을 품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대표는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더민주와 정의당 후보 사이의 단일화 사안과 관련, “후보 간 연대는 워낙 거대 정당들과 당 지지율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무리 인물이 훌륭해도 소수당에게는 매우 불리하다”며 “명분없이 더민주 의원 한 사람 더 당선시키기 위해 정의당 후보를 포기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발 더 나아가 심 대표는 “지역구는 연대가 되더라도 당 지지율의 격차 때문에 단일 후보가 되기 어려운 점이 있다”며 “정의당은 문 닫으라는 이야기”라고 더민주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심 대표가 더민주의 단일화 요구에 어느 때보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더민주가 심 대표 지역구인 경기 고양갑부터 후보 단일화를 하자고 했기 때문이기도 한데 정의당은 이에 대해 지난 30일 “당대당 연대를 파기한 뒤 이제와서 후보 단일화를 요구하는 건 오로지 자당의 이익만을 추구하겠다는 것”이라고 비난한 바 있다.
문제는 더민주가 30일 단일화 제의를 한 경기 고양갑 지역에 출마한 더민주 박준 후보 역시 “야권 연대가 되려면 정의당 심상정 대표가 양보를 하는 방법 밖에는 없다”며 결코 물러설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어 더민주가 내놓은 야권 연대는 초반부터 꼬이고 있다.
◆ 野 당대당 갈등 속에도 일부선 단일화 논의 ‘꿈틀’

다만 일부 지역에서는 더민주와 국민의당 양측 간 이견 차에도 불구하고 점차 단일화를 이루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한데 경기 안산단원을에서 국민의당 부좌현 의원이 일찌감치 단일화를 추진하는 가운데 이날 서울 중·성동을의 정호준 의원까지 야권 연대 필요성을 역설하며 선거운동까지 잠정 중단하는 초유의 사태를 일으켰다.
국민의당에 먼저 입당한 정대철 전 의원의 아들이자 최근 더민주에서 공천 탈락함에 따라 국민의당으로 옮겨 온 정 의원은 이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갑자기 기자회견을 열고 “당장 야권단일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면 새누리당과 박근혜 정권의 어부지리 승리가 명확하다”며 “더민주 이지수 후보에게 야권단일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그는 이날 출정식까지 연기한다고 발표했는데 내달 4일까지 단일화를 이루지 못하면 사실상 더는 야권 단일화가 어려운 만큼 현재 자신이 출마한 지역구 내 야권 표심이 분산돼 새누리당 후보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어느 때보다 국면전환용 수단으로써 단일화가 절실하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 풀이되고 있다.
다만 정 의원은 개인적 야심에서 단일화 필요성을 천명한 것은 아니란 점을 확실히 했는데 “제가 기득권을 내려놓는 한이 있더라도 야권 단일화를 위해 제 모든 것을 바치겠다”며 자신이 양보할 가능성까지 열어뒀음을 내비쳤다.
이렇게 일여다야 구도 속에서 열세에 처한 지역구 후보들의 절박한 심정을 알아챘는지 안 대표는 정 의원이 당의 방침과 달리 일방적으로 야권 단일화를 공개 선언하고 선거운동까지 중단한 데 대해 “본인의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한층 누그러진 입장을 내놨다.
안 대표는 이날 동작을의 장진영 후보 지원 유세를 마친 뒤 기자들에게 이렇게 얘기했는데 이에 기자들이 “당대당 연대가 안 된다는 입장은 여전하냐”고 묻자 “더민주 김종인 대표가 (연대는) 안 된다고 한 것”이라며 말을 돌렸다.
이는 스스로 후보들 개인 간 단일화는 열어둘 필요성이 있단 점은 내심 수긍하면서도 이를 뒤집을 경우 당 대표로서 발언의 신뢰도 문제가 불거지기에 단일화를 거부한 책임을 김 대표에 돌리는 모양새를 취해 한편으로는 자신이 번복할 여지를 남겨둔 것은 물론 혹 끝까지 야권 연대를 거부해 여권이 승리하게 되더라도 자신이 책임질 여지를 남기지 않으려는 치밀한 계산 하에 나온 발언으로 보인다.
안 대표가 이처럼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와중에도 그저 단일화 추진 선언에 그친 게 아니라 구체적인 방법까지 논의한 끝에 합의에 이른 지역까지 나오고 있는데, 서울 강서병 지역에 출마한 더민주 한정애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강서병 지역 야권후보단일화에 (국민의당 김성호 후보와) 잠정 합의했다”며 “여론조사와 배심원제를 결합한 후보단일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알렸다.
앞서 이 지역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한 김 후보는 이날 오후 긴급 보도자료를 내고 “오늘부로 모든 단일화 조건과 방식, 시기 등을 시민단체인 다시민주주의포럼에 모두 일임한다”며 “어떤 조건으로도 무조건 단일화에 응하겠다”고 밝혀 서울 내 첫 단일화 사례가 될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이로써 강서병은 ‘야권 단일화’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올린 셈인데 현재 전국적으로 30곳에 걸쳐 단일화 논의가 이뤄지고 있어 최종 시한인 오는 4일이 다가오기 전, 시간에 쫓겨 급박하게 연쇄 단일화가 이뤄질 여지도 배제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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