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소속 ‘친박심판론’ vs 與 친박계 ‘의리론’ 격돌

탈당한 여당 소속 전·현직 의원들이 모인 무소속 연대는 주로 수도권과 TK(대구·경북)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는데, TK지역은 유승민계 비박 의원들이 대부분인데 반해 수도권은 친이 비박계가 다수라는 차이점도 눈여겨 볼만한 특징이다.
특히 수도권에는 서울 은평을에 친이계 좌장인 5선의 이재오 의원이 야권 분열에다 새누리당의 무공천 방침에 힘입어 여유 있는 모습을 보이며 무소속 강세를 증명해 보이려 하고 있고, TK지역에서도 새누리당 무공천 지역인 대구 동을의 유승민 의원이 순항하며 권은희, 류성걸 등 측근 의원의 지원 유세에까지 나서는 등 무소속 돌풍을 일으키고자 부채질하고 있다.
◆ 수도권 등 무소속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결성
지난 30일 공식적으로 ‘무소속 연대’임을 천명한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은 이보다 앞선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수도권 친이계 연대라는 형태로 그 윤곽이 드러난 바 있다.
당시 강승규(서울 마포갑), 임태희(성남 분당갑), 조진형(인천 부평갑) 전 의원 3인은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같은 친이계인) 이재오, 안상수 의원도 우리와 뜻을 같이 하기로 했다”며 “1차적으로 수도권 전·현직 의원들을 중심으로 5명이 우선 뜻을 같이 하고 앞으로 대구라든지 강원도 경북 충청도 등 전국적으로 뜻을 같이 하는 계파 정치 희생자들이 모여 향후 서로 의견을 모아가기로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들은 무소속 연대 결성하게 된 취지와 관련, “계파 정치에 의한 부당한 공천 희생자로서 파벌 공천의 비뚤어진 정당정치를 바로잡는 게 한국 정치 개혁의 핵심”이라며 새누리당의 공천 파동이 직접적 계기였음을 새삼 부각시켰다.
무엇보다도 이 자리에서 임 전 의원은 “전 개인적으로 유승민 의원과 조해진 의원하고 이런 문제들에 대해 의견을 나눴었다”며 TK지역에서 일어나고 있는 무소속 움직임과 연계할 뜻을 적극 내비쳤는데, 이틀 뒤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공식 결성 선포 때엔 강 전 의원까지 나서서 “지역 특성이 있기 때문에 대구 후보들까지 함께 모여 무소속 연대라는 말을 쓰는 것에 대해 차이가 있을 뿐”이라며 “조해진 후보와도 통화를 했고, 대구에서 하는 행동과 뜻에 서로 동의를 한 것으로 봐도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앞서 선거운동에 들어간 대구 비박연대와 똑같이 선거운동 유니폼을 흰색으로 통일했는데 그만큼 유 의원과의 연대를 강력히 희망했다.
이는 새누리당 공천 파동 과정에서 가장 마지막까지 공천 결정이 미뤄지며 전국적 관심을 끌어 모아 누구보다도 ‘친박발 사천’의 희생양으로 비쳐진 데다 원조친박 출신에 박근혜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대구를 지역구로 뒀음에도 끝내 박 대통령과 극한 갈등을 빚고 원내대표직에서 물러나기까지 한 인물이어서 유 의원만큼 ‘친박심판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 없기 때문이다.
특히 새누리당의 대구 동을 무공천 결정으로 유 의원은 여러 무소속 후보들 중 사실상 당선이 유력한 후보로 꼽히는 만큼 박 대통령을 상징하는 대구에서 무소속 돌풍이 시작된다면 이를 쉽게 수도권 및 전국으로 확산시킬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데서도 유승민계와의 연대를 적극 내비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의원은 31일 유세 직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와 함께 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일단 대구랑 영남권만 주력할 계획”이라며 “수도권과의 연대는 아직 결정된 게 없다”는 입장을 내놨다.
이는 수도권 연대가 친이계, 대구가 친유승민계로 비쳐져 자칫 자신들이 박근혜 대통령과 계파 투쟁을 벌이고 있는 구도로 해석될 여지를 줄 수 있다는 점을 경계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런 시각을 수도권 연대측도 의식하고 있었는지 ‘바른 정치를 추구하는 사람들’ 소속인 임 전 의원은 1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전망대’와의 인터뷰에서 ‘친이계 의원들이 모인 친이 연대’라는 항간의 해석에 대해 ‘백의 연대’라고 바로 잡은 뒤 “분명히 말씀드리면 인맥 중심의 종전의 연대 이런 의미보다 우리가 추구하는 당내 민주화와 파벌 정치 종식이라고 하는 정치적 가치를 중심으로 해서 뜻을 모았다”고 힘주어 말했다.
이 뿐 아니라 처음 결성 때와 달리 지역도 수도권에 국한된 게 아니라 강원, 충북, 경북 등 전국적으로 확장됐으며 인원도 10명으로 늘어나 어느 정도 외연을 넓힌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데 소속 인물들로 기존 강승규, 임태희, 조진형, 이재오, 안상수 5인방 외에 김준환(충북 청주 흥덕), 박승호(경북 포항북), 류화선(경기 파주을), 이철규(강원 동해 삼척), 이희규(경기 이천) 등이 새로이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 TK지역, ‘유승민’ 주축 무소속 연대 급부상

이런 가운데 전통적으로 새누리당에 대한 지지가 확고한 TK지역에서도 여권 공천 파동을 계기로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한 무소속 연대가 저변을 넓혀가고 있어 사세가 주목된다.
유 의원은 우선 자신의 측근이자 대구를 지역구로 둔 류성걸(동갑), 권은희(북갑) 의원의 지원 유세에 적극 나서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이른바 친박심판론을 내세우고 있다.
유 의원은 지난 31일 대구 평화시장에서 열린 류성걸 후보 지원 유세 도중 친박계를 암시하는 듯 “막말을 하고 욕하고 (대통령)사진이나 떼라고 하는 저 사람들을 여러분의 손으로 심판해 달라”며 “투표장에 가셔서 1번, 절대 1번을 찍지 마시고 우리 기호 7번, 투표용지 제일 밑에 있는 류성걸을 찍어 대구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앞서 대구 동구 불로동 공항교 제방 안전지대에서 열린 권은희, 류성걸 의원과의 ‘공동 출정식’에서도 유 의원은 “대구에 작대기만 꽂아도 된다면서 후보를 여기 꽂았다가 저기로 옮기는 그런 짓을 하는 새누리당”이라며 “이번 4.13 선거를 통해 저 한심한 사람들이 이야기 하듯 무소속 후보에게 욕이나 하고 막말이나 하는 선거가 돼서는 안 된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아울러 유 의원은 대구에 그치지 않고 경북 밀양의령함안창녕을 지역구로 둔 최측근인 조해진 의원을 위해서도 지원 유세에 나섰는데 이 자리에서 그는 기자들에게 친박계를 가리켜 “일부 극소수 세력이 당을 너무 독점해서 사당화하고 있다”며 “당이 지금 편협하게 나가면서 중도층을 전혀 흡수하지 못하고 있다. 당의 기본적인 지향점은 제가 늘 이야기하지만 기득권층이나 재벌을 비호하는 그런 당으로 비춰지는 그런 부분을 고쳐야 한다”고 비판했다.
◆ 與 친박계 ‘대구 의리론’ 앞세워 반격
이처럼 유 의원이 거세게 나오자 이들의 표적이 된 새누리당 친박계 후보들 역시 ‘대구 의리론’을 내세우며 맞불을 놨는데 그 선봉엔 박근혜 정부 내에서 행정자치부 장관을 지낸 뒤 이번에 새누리당에서 동구갑으로 단수 추천받은 정종섭 전 장관이 있다.
정 후보는 1일 대구 동구시장에서 선거 유세 도중 경쟁자인 유승민계 류성걸 의원을 향해 “대구에서 나오는 국회의원들은 지금까지 무엇을 했느냐”며 “국가 위기상황에서 정치인들이 자기 이득만 챙기려 하는 것은 의리 정치에선 용서할 수 없는 일”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이어 “대구의 정치는 의리의 정치이고 대구 사람들은 소신과 원칙이 뚜렷한 것이 특징이다”라며 “대구 국회의원들을 제대로 심판하고 말과 다른 행동을 하는 의원들을 심판하자”고 대구의 현역 의원들인 유승민계를 향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런 정 후보의 공세가 효과를 내는 것인지 유승민 의원의 지원을 받는 류성걸 후보에게도 초박빙의 접전을 벌이며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로 인해 일각에선 결국 무소속 돌풍이 이재오, 유승민 등 실상 새누리당의 ‘무공천’ 반사이익을 입은 의원들을 제외하곤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는 것 아니냐고 혹평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수도권에서 결성된 무소속 연대 역시 이재오 의원을 제외하고는 대체로 새누리당 후보를 확실히 넘어서거나 출마 지역구 내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어 무소속 연대가 선거 판도를 뒤흔들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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