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영화 ‘아는 여자’로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던 이나영이 2년 만에 돌아왔다. 엉뚱하면서도 발랄했던 이나영의 차기작은 공지영 작가의 베스트셀러를 영화화한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송해성 감독, LJ필름 제작. 이하 ‘우행시’). 과연 ‘우행시’에서는 어떤 향기를 뿜어내었을까, 한층 성숙해진 그녀를 만났다.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은 세 사람을 죽이고 사형을 선고받은 남자 윤수(강동원)와 세 번이나 자살을 시도했던 대학 강사 유정(이나영)의 애틋하고 기막힌 사랑을 그린 영화로 이나영은 겉으로는 부유하고 화려해 보이지만 마음 속 깊은 곳은 상처로 냉소적이 된 유정으로 성숙해있었다.
◆ 짜증날 정도로 마음이 저며
‘우행시’를 차기작으로 선택한 이유를 “원작을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읽어봤다. 이유는 없었지만 꼭 해야 할 것 같았다”고 밝히며 원작이 가지고 있는 ‘짜증날 정도로 마음이 저미는 부분’이 바로 그를 영화 ‘우행시’로 이끈 듯 보였다.
이나영은 “아무 고민 없이 ‘이거구나’라고 (출연을) 결심했다”고 말하면서도 “처음에는 자신이 없었고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았다”고 어려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원작인 소설이 가지는 특성은 글로 표현되는 만큼 디테일하다. 감독의 연출력, 배우들의 연기력이 잘 조화돼야 원작의 느낌을 그대로 살려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나영의 고민은 따로 있었다. 이나영의 고민은 다름 아닌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마음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고 싶은 바로 그것이었다. "날이 선 모습을 표현하는 것이 숙제였고 매일 고민했다"며 "촬영에 몰입했을 때 어느 순간 날이 선 내 모습을 보고 희열을 느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 이나영의 기적 같은 변화
외모와 분위기에서부터 물씬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이나영은 영화 전반에 걸쳐 자신의 고유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물연기’ 이상의 깊고 풍부한 감정을 품어냈다. 감정의 변화가 섬세하게 이루어져야 하는 쉽지 않은 역할을 맡아 촬영 기간 동안 영화에 대한 진심과 노력을 아끼지 않았던 이나영에게 그녀의 연기를 확인한 제작진들은 ‘이나영의 최고의 연기’라며 벌써부터 자신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고.
한 관계자 또한 “외모와 분위기에서부터 물씬 성숙하고 여성스러운 모습으로 돌아온 이나영이 영화 전반에 걸쳐 자신의 고유한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눈물 연기 이상의 깊고 풍부한 감정을 뿜어낸다”며 “그동안 발랄하고 통통 튀는 쿨한 도시 여성의 이미지로 대중에게 어필한 이나영이 ‘우행시’을 통해 완벽하게 성숙해진 감성과 내면 연기로 이미지 변신에 나설 것 같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살아 있다는 것이 견딜 수 없었던 두 남녀의 만남과 그들에게 일어난 기적 같은 변화를 담은 감동휴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매 작품에서 묘한 매력을 선보였던 이나영이 올 가을에는 과연 어떤 매력으로 우리를 유혹할지 사뭇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