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김무성 “2년 뒤…더 큰 정치해야” - 野 정준호 “문재인 대선 불출마해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난달 30일 대표직 사퇴의 뜻을 밝힌 이래 현재 총선 유세 기간임에도 대권을 암시한 발언을 내놓고 있고, 더불어민주당에선 총선 준비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를 내세우고 자신의 대권 도전을 위해 2선으로 물러나 있는 문재인 전 대표를 향해 일부 후보가 문 전 대표의 대선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는 등 점차 복잡한 상황으로 전개되고 있다.
총선 직전인 지금 시점에 왜 대선 관련 발언이 나오게 된 것인지에 대해선 해석이 분분한 상황이지만 이 같은 발언이 향후 대선 구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을 의식해 나온 말이라는 분석에는 적잖은 이들이 대체로 동의하고 있다.
◆ 김무성, 불안한 ‘與 대권주자 자리’ 다잡기?
먼저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3일 자신의 지역구인 부산 중구영도구 유세에 나선 가운데 국제시장에서 공개 연설 도중 “이번 선거가 끝나면 당 대표는 그만두려고 한다”며 “이제 더 큰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고 대권을 암시하는 발언을 내놨다.
또 김 대표는 영도구 남항시장에선 “이분들이 열심히 해서 여러분 앞에 4년 뒤에는, 또 4년이 될지 2년 뒤가 될지 잘 모르겠지만 떳떳하게 국민공천제로 여러분이 선택해 제 후계자가 정해지기 바란다”고 말해 2년 뒤 있을 대권 도전에 힘을 싣는 발언임을 분명히 했다.
이는 최근 대선 후보 여론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는 물론 새누리당 오세훈 전 서울시장에게까지 지지도가 밀리면서 여권 대선주자 자리마저 위협받는 상황을 의식해 지지 기반이 확고한 자신의 지역구를 찾아 새누리당 유력 대선주자임을 재확인하고자 내놓은 발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앞서 김 대표는 지난달 30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도 친박계에서 여권 대선주자로 꼽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겨냥해 “반 총장께서 그런 (대선 도전) 생각이 있다면 자기 정체성에 맞는 정당을 골라 당당하게 선언하고 활동하기 바란다”며 민감한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아울러 당시 김 대표는 이 자리에서 총선 뒤 사퇴하겠단 것이 대권 행보에 본격적으로 나서는 것으로 봐도 되겠느냐는 질의에 “제 입으로 대권 이야기를 한 번이라도 한 적이 있느냐”며 “선거 끝날 때까지는 일체 그런 말 안 해주시길 (바란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던 것과 반대로 3일 총선 유세현장에서는 이처럼 대권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스스로 내놓으면서 본심은 달랐음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와 관련해 기자들이 이날 유세를 마친 김 대표에게 확인 차 ‘2년 후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은 대선을 의미한 것 아니냐고 질의하자 그는 “그냥 하는 말이지”라고 넘긴 데 이어 ‘더 큰 정치를 해야 되지 않겠나’라는 발언의 진의를 묻는 질문에도 즉답을 피하며 미소만 지어 단순히 무의미하거나 얼떨결에 실수로 나온 발언이라기보다 ‘의도적으로 여러 사람들에게 퍼뜨리는 데 의도를 둔 발언’임을 내비쳤다.
즉, 정치에 대한 유권자들의 관심이 최고로 고조되는 총선 직전이란 시기를 활용해 지원 유세를 통한 긍정적 이미지 회복은 물론 이 같은 대권 암시 발언으로 대선주자로서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냄으로써 소위 ‘옥새 파동’ 후유증으로 내려앉은 자신의 대선 지지율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되고 있다.
◆ 더민주, 호남發 ‘문재인 대선 불출마론’ 솔솔

반면 더불어민주당에선 문재인 전 대표를 겨냥해 대선 출마를 포기하라는 발언이 나와 눈길을 끌었는데 발언의 진원지는 친노 주류인 강기정 의원이 컷오프 되고 대신 광주 북구갑에 전략공천 받은 정준호 후보다.
정 후보는 3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공개서한 형식의 고언을 발표하면서 “대한민국 정치를 수구세력에게 언제까지 넘겨줄 수는 없다. 야당 지도자들의 특단의 결심이 필요하다”며 “그 하나는 호남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도 정권 재창출에 실패하고 민주당 뿌리를 흔들고 있는 문 전 대표의 대통령출마포기 선언이다”라고 주장한 바 있다.
이는 대선 지지율 여론조사에서 문 전 대표가 줄곧 야권 대선주자 1위를 달리고 있는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나온 발언이어서 더 주목을 받았는데 정 후보가 출마한 광주 등 호남지역에서 문 전 대표를 바라보는 민심의 시선이 그만큼 부정적이란 반증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더민주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는 이날 문 전 대표의 대선 불출마를 촉구한 정 후보의 발언에 대해 “직접 후보가 그런 말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도 “거기에 그런 말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전해 문 전 대표를 보는 호남 민심이 여전히 좋지 않다는 뜻을 내비쳤다.
또 그는 문 전 대표의 호남 유세 가능성에 대해서도 “광주에 출마한 후보들이 요청하면 갈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으로 봤을 때 요청할 사람이 있겠느냐”며 부정적 입장을 드러냈다.
실제로 김 대표는 지난 2일 호남 지역 지원 유세 자리에서 최근 더민주 총선 지원 유세에 나선 문 전 대표를 향해 “야당 분열의 책임을 지고 자중하라”며 “야당이 오늘 이렇게 된 건, 개인들이 지나친 욕심을 부렸기 때문”이라고 일침을 가했는데 문 전 대표가 공개적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자체가 오히려 호남 표심 공략을 어렵게 한다고 경고한 것이란 해석부터 김 대표와 문 전 대표가 총선 이후의 당내 주도권을 놓고 벌써부터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는 목소리까지 나온 바 있다.
다만 김 대표는 이날 정 후보의 발언대로 실제 문 전 대표가 사퇴할 가능성에 대해선 “(정 후보가) 후보로서 지역 사정을 검토하면 그런 말을 할 수도 있겠는데, 그렇다고 문 전 대표가 그렇게 하겠느냐”며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반응을 보였다.
한편 김 대표도 이 자리에서 대선 관련 발언을 내놓긴 했는데 문 전 대표보다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를 향해 “내년에 대통령 후보가 되기 위한 전국적 기반을 구축하려는 사람”이라며 “총선에는 별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고 선거 연대에 불응하고 있는 점을 비판하고 나서 앞서 정 후보의 문 전 대표에 대한 비판과는 그 의미를 달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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