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각 편대(화학·태양광·방산산업) 미래 먹거리로 승부

한화가 이처럼 M&A를 통한 자산증식에 나서면서 재계순위변동도 요동을 치고 있다. 한화가 8위에 오르면서 한진과 현대중공업은 뒤로 밀려났다. 한화는 최근 두산그룹의 방산계열사인 두산DST인수전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자에 선정되면서 한국의 록히드마틴을 꿈꾸고 있다. 또한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인수 가능성도 꾸준히 거론되고 있어 한화의 적극적인 M&A등을 통한 사세확장이 어디까지 지속될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꿈-희망-도전-성공’ 키워드로 올 한해 ‘일류 경쟁력 강화에 모든 에너지를 결집시키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동안 한화는 인수합병과정에서 노사갈등으로 인해 직장폐쇄까지 가는 등 진통을 겪은 바 있어 내실을 다잡고 힘을 하나로 결집시키기 위해 올해 한 가족을 중시하고 있다. 특히 그룹의 핵심사업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1등 DNA를 가질 것을 임직원에게 당부한 바 있다.
한화가 이처럼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핵심사업은 화학부문과 태양광 사업, 방산분야 사업이다. 한화는 이 삼각 축을 기반으로 핵심사업 경쟁력을 강화해 글로벌 기업을 꿈꾸고 있다. 다만 한화그룹의 중심인 금융3사의 수익 비중이 태양광·화학·방산사업에 비해 높아 태양광·화학·방산사업의 수익 비중을 개선할지도 주목된다.
◆김승연 회장의 승부가 기질 M&A로 그룹 성장

한화그룹은 M&A(인수·합병)를 통해 성장한 그룹이다. 그 중심엔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 자리매김 하고 있다. 김 회장은 인수·합병 고비 때마다 승부사 기질로 M&A승자를 이어오고 있다. M&A는 ‘극과 극’의 결단으로 경제상황 판단을 잘못해 인수·합병을 할 경우 ‘승자의 저주’ 에 걸려 그룹 전체가 휘청거리는 위험성이 항상 도사리고 있다.
한화그룹은 이 ‘승자의 저주’에 걸리지 않고 M&A로 그룹이 성장해 오고 있어 김승연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항상 회자되고 있다. 김승연 회장 앞에는 항상 ‘승부사’라는 단어가 따라 붙는다.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의 첫 단추는 한양화학(現 한화케미칼) 인수전이다. 당시 임원들은 석유화학 업계의 불황이 장기간 지속될 것이라는 판단과 다우케미컬의 경영 상태가 나빠지면서 매각물로 내놓은 한양화학이 연간 적자 규모가 커서 인수전에 반대하는 기류가 강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뚝심’으로 밀어붙였고 이 같은 결정은 한화그룹의 주력 계열사로 성장했다.
지난해 매출은 8조370억 원, 영업이익은 3370억원, 당기순이익은 1804억원 흑자를 기록했다. ‘승부사’기질의 정점은 대한생명 인수전에서 발휘됐다. 2002년 대한생명(現 한화생명)을 품에 안으면서 재계 10위에 오른다. 당시 재계 안팎에선 김 회장이 대한생명의 애착이 얼마나 강했는지 금융감독위원회를 직접 찾아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승부사인 김 회장도 우여곡절도 많았다. 특히 2014년 2월 배임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받은 뒤 그룹 회장직은 유지한 채 7개의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으며 경영일선에 물러난 바 있다. 이후 경영 일선에 복귀하면서 삼성그룹 계열사 4개를 인수하는 빅딜 등으로 화학·방산사업이 주축으로 자리 잡고 있다. 투자금액만 1조 9,000억 원에 이르는 초대형 인수로 한화토탈, 한화탈레스, 한화종합화학, 한화테크윈을 거느리게 됐다. 또한 면세점 사업권 획득과 방산업체인 두산DST인수 우선협상자로 선정되면서 한화테크윈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는 등 김 회장의 승부사 기질은 현재 진행형이다.
◆태양광산업 부진탈출 고생끝에 '낙'
이 같은 김승연 회장의 승부사 기질로 한화는 금융부문을 중심으로 태양광분야와 방산분야로의 체질 개선에 나서고 있다. 한때 태양광 사업은 금융위기 이후 중국의 과잉 투자와 태양광 수요 감소 등이 맞물리면서 끝없는 추락을 이어갔다.
이런 상항에서 2010년 한화솔라원(전 중국 솔라펀파워홀딩스)을, 2011년에는 한화큐셀(전 독일 큐셀)을 인수한 후 지난해 두 회사를 합병하며 태양광사업을 하나로 통합했다. 합병 이전까진 태양광사업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그럼에도 한화는 미래 신성장동력으로 오히려 투자를 늘리며 대규모 투자를 이어왔다. 이에 통합으로 비용절감과 제품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면서 첫 흑자전환을 이루는 성과를 달성했다. 태양광사업은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전무가 맡고 있으며, 태양광 산업 육성에만 집중하고 있다.
최근 세계 태양광 산업은 암흑기를 지나 회복 조짐을 보이고 있다. 파산업체도 속출하고 있지만 한화큐셀은 고부가·고효율 제품으로 승부를 보고 있으며, 해외 발전소를 매각하는 등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흑자전환 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실제 세계 태양광 산업은 꾸준한 투자와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한 업체만 살아남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시장에선 이미 태양광 산업에 진출하다 파산한 업체 속출 및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되면서 태양광 설치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올해도 흑자 기조를 유지할 것으로 투자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김승연 회장의 안목과 장남인 김 전무의 태양광 사업 ‘한 우물 파기’가 서서히 빛을 보고 있다는 평가다.
◆방산산업 독보적 존재 ‘국방대통령’ 꿈꾸나?

재계 안팎에선 정부의 눈치와 최근까지 방산비리 관련이 이슈로 부각되면서 부정적 이미지로 불거질 수 있어 방산산업을 부담스러워 한다는 시각도 있지만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 ‘선택’과 ‘집중’으로 시너지가 나지 않는 사업은 과감히 정리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과 맞물리면서 김 회장이 방산업체를 싹쓸이 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모태사업을 글로벌 수준으로 육성하려는 의지가 강하다는 것도 방산산업에 과감한 투자로 이어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시각이다.
실제 지난해 삼성그룹 방산계열사를 싹쓸이한데 이어 두산DST까지 인수가 마무리되면 세계 방위산업 ‘톱10’ 진입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게다가 한때 지분매각을 단행했지만 꾸준히 인수설이 흘러나오고 있는 한국항공우주(KAI)인수전에 뛰어들어 품에 안을지 김승연 회장의 KAI 인수전에 재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난해 방산계열의 매출규모는 한화테크윈 1조2000억 원, (주)한화 1조1000억 원, 한화탈레스 7000억 원으로 3조원 규모다. 여기에 지난해 매출이 약 7,000억 원의 두산DST를 인수하면 3조 7천억 원으로 세계 방산사업에서 세계 20위권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화는 1974년 방산사업에 진출해 탄약, 무기체계, 유도무기, 우주산업에 주력하고 있는 가운데 인수가 잘 마무리되면 발사대 체계, 항법장치, 동·대공 무기체계 등 종합 항공분야를 구축하게 돼 명실상부한 국내 방산산업의 독보적인 존재가 된다. 김승연 회장의 승부가 기질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올해 한화의 큰 관심 중에 하나다. [시사포커스/김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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