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에 ‘안방’ 뺏긴 더민주, 탈환 가능할까
국민의당에 ‘안방’ 뺏긴 더민주, 탈환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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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민주, 호남 내 ‘反文 정서’ 못 넘어…국민의당, ‘반사효과’ 승기 잡아
▲ 더불어민주당이 호남에서 국민의당과 진검승부에 나선 가운데 국민의당이 예상밖의 강세를 보여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이 호남권 맹주 자리를 두고 물러설 수 없는 혈투를 벌이고 있지만 날이 갈수록 더민주에 쉽지 않은 싸움이 되어가고 있다.
 
호남은 그간 야권의 근거지라 할 수 있어 이 곳에서의 승패는 그 자체로 상당한 상징적 의미가 있는데다 야당이 수도권 외에 가장 많은 의석을 노릴 수 있는 전략 지역이라는 점 역시 호남을 중시할 수밖에 없는 이유로 꼽히고 있다.
 
또 이번 총선이 올해 초 있었던 안철수 탈당 등 소위 분당 사태 이후 처음 있는 선거인만큼 더민주와 국민의당 중 어느 쪽에 야권 분열의 책임을 묻게 될 것인지 확인할 수 있는 기회라고도 할 수 있다.
 
흥미로운 점은 올 초까지도 더민주 내홍 사태의 여파로 광주 지역을 비롯해 현역 의원을 교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상당히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선거일이 임박해올수록 당시 더민주에서 탈당해 국민의당으로 옮겨온 광주지역 현역의원들이 오히려 강세를 보이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는데 이 또한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도 살펴보고자 한다.
 
◆ 더는 ‘텃밭’ 아닌 호남에 더민주 ‘의석 목표’까지 낮춰
 
이번 총선 결과에 자신의 거취가 달린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일찌감치 야권의 근거지라 할 수 있는 ‘호남 챙기기’에 나선 바 있다.
 
그동안 더민주의 텃밭으로 여겨졌던 호남은 공천만 받으면 당선되는 ‘쉬운’ 지역이라는 인식이 있었으나 국민의당의 예상치 못한 약진으로 오히려 수도권에 비해서도 결코 쉽지 않은 지역으로 변모됐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표는 공식 선거운동이 시작되기도 전인 지난달 26일 1박2일 간 호남을 방문한 데 이어 공식 선거운동 이틀째인 지난 1일엔 전북을, 2일엔 광주를 찾아 유세를 이어가는 등 어느 곳보다도 호남에 상당한 시간을 쏟으며 공을 들였다.
 
하지만 한번 돌아선 지역 민심을 되돌리긴 힘들었는지 지역 내 ‘반문 정서’를 의식해 ‘호남 대망론’까지 꺼내들었음에도 일부 지역에선 격차가 더 벌어지고 있어, 더민주에선 국민의당이 호남 의석을 상당수 잠식함에 따라 이번 총선에 내건 목표 의석수를 달성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벌써부터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지난달 초만 해도 광주, 전남은 국민의당이 강세였지만 그나마 전북은 더민주가 분명 우위에 있었는데 이제는 전북조차 국민의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 점점 나오고 있는데다 경합지역까지 늘어가는 등 피 말리는 혼전 양상으로 접어들고 있다.
 
이런 변화된 추세는 이 지역과 관련한 가장 최근 여론조사인 지난달 29일 전주MBC, 전북도민일보가 발표한 코리아리서치센터의 조사 결과(지역 유권자 500명 대상, 표본오차 ±4.4%P, 95% 신뢰수준, 응답률 18.4%, 유선 100% RDD)를 통해 확인해 볼 수 있는데 전북 군산에선 더민주를 탈당한 현역 의원인 국민의당 김관영 후보가 1위를 달리고 있고 더민주 김윤태 후보가 그 뒤를 쫓고 있는데다 전북 완주·진안·무주·장수도 국민의당 임정엽 후보가 더민주 안호영 후보를 4.9% 포인트 차로 앞서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전북 김제·부안 역시 1.1% 포인트 내의 초 접전 상황이긴 하나 국민의당 김종회 후보가 3선의 더민주 김춘진 후보에 앞선 것으로 나타났으며 전북·남원·임실·순창의 경우엔 더민주에서 공천 탈락하자 무소속으로 출마한 강동원 후보가 1위를 차지하고 2위조차 국민의당 이용호 후보가 자리 잡아 더민주 후보는 3위에 머무르고 있는 실정이다.
 
다만 과거 대선후보로도 나왔던 거물 정치인인 정동영 후보가 국민의당 소속으로 출마해 일찍이 주목받았던 전북 전주 병은 오차범위 내 경합 상황이긴 하나 현역인 더민주 김성주 후보가 근소하게 앞서 체면은 세웠다.(이밖에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관위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인 http://www.nesdc.go.kr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하지만 더민주로선 이 정도로는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인데다 현재까지 여론조사가 시행된 호남 내 18개 지역 중 비록 경합지역이긴 해도 국민의당 후보가 앞서는 지역이 더민주 후보가 앞서는 지역보다 많다는 것에 위기감을 느껴 급기야 목표를 낮출 수 있다는 입장까지 내놓고 있는데 5일 더민주 정장선 선거대책본부장은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원래 130석을 목표로 했다가 110~120석으로 낮췄는데 그것도 미치지 못하지 않나 생각이 들어 걱정”이라고 밝혔다.
 
정 본부장은 이어 “많이 어려웠고 최근 조금 반등 기미가 있지만 여전히 기대에 많이 못 미치고 있다”며 “분열되고 또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는 실망감이 아직 잔존하고 있다”고 현재 더민주가 고전하고 있는 상황을 분석했다.
 
그러면서도 그는 국민의당에 대해선 “호남지역에서 좀 앞서가고 있어서 18석 정도(얻을 것)”라고 평가해 20석을 넘기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 상승세 타는 국민의당, 내친김에 호남 석권까지?
 
▲ 국민의당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은 5일 호남 의석수만 “최소 20석에서 최대 24석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반면 국민의당은 정 본부장의 예측보다 확보 가능한 의석수를 더 높게 잡았는데 국민의당 김영환 공동선대위원장은 5일 호남 의석수만 “최소 20석에서 최대 24석까지 (확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김 위원장은 이날 MBC라디오에 나와 “이제 호남이 제압됐다고 생각한다”며 “호남은 현재 (더민주와) 격차가 벌어지고 있지만 더 확실한 격차로 이기게 될 것”이라고 확실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호남에 배정된 의석수가 총 28석이란 점을 고려하면 이날 최대 24석까지 가능하다는 김 위원장의 발언은 사실상 호남 지역을 석권할 수 있다는 발언으로 해석될 수 있으며 원내교섭단체 구성도 어렵지 않을 것이란 뜻으로 볼 수 있다.
 
이는 각 당이 내놓은 우세지역 분석을 봐도 알 수 있는데 전남·북 각각 10석씩과 광주 8석으로 구성된 호남 의석 중 더민주는 광주에선 광산을 지역구 1곳과 전북 2곳, 전남 5곳만 우세지역으로 분류하는 데 그친 데 반해 국민의당은 광주 7곳, 전남·북 6곳씩을 우세지역으로 분류해 적어도 호남에선 더민주에 확실히 앞서고 있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김 위원장은 더민주가 이처럼 밀리고 있는 이유에 대해 “그동안 계파정치, 진영논리, 운동권 노선, 장외투쟁 등으로 국민들에게 식상한 야당으로 기대와 희망을 상실하게 한 데 원인이 있는 것”이라며 더민주가 확보할 가능성이 높은 예상 의석수에 대해서도 “70~80석에서 100석 가까이 얻지 않을까”라고 대폭 낮춰 잡았다.
 
한편 같은 당 박주선 최고위원은 이날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 출연해 더민주가 호남 공략에 난항을 겪고 있는 원인이 더민주 문재인 전 대표에 있다고 꼬집었는데 “문 전 대표에 대한 호남 민심이 굉장히 사납다”며 “문 전 대표가 호남 지원 유세를 하게 되면 국민의당은 반사이익을 받는다”고 주장했다.
 
박 최고위원은 더민주 김종인 대표도 겨냥해 “국보위에 참여했던 전력과 대북정책과 관련해 새누리당을 옹호하는 언행 등이 (호남) 감정을 악화시키고 있다”며 “이분이 광주를 찾게 되면 오히려 국민의당 입장에선 지지율이 반등한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러면서도 호남에서만 선전하고 있어 호남 자민련 아니냐는 지적이 일각에서 나오는 데 대해 그는 “한국의 정치 지형은 호남이 야당의 핵심지지 기반이기 때문에 핵심 지지기반을 누가 석권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호남을 석권하면 바로 정계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 더민주 호남 부진, ‘反文(문재인 반대)정서’가 원인?
 
특히 이날 박 최고위원의 발언 중 가장 주목되는 부분은 호남 내 ‘반문 정서’를 더민주가 호남에서 부진하고 있는 주요 원인으로 꼽았다는 점인데 이를 의식해 아직 문 전 대표가 지원 유세에 나선 이후 단 한 차례도 호남으로 향하지 않았음에도 이 정도 결과가 나왔다는 점은 단지 원인이 문 전 대표에 국한된 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이들은 지난해 당 내홍 과정에서 보여준 친노패권주의로 인해 호남에서 문 전 대표에 대한 인식이 물론 좋지 않다고 해도 문 전 대표가 퇴진하고 김종인 비대위 대표로 지도부가 바뀐 이후엔 호남에서 불었던 국민의당 돌풍도 어느 정도 잠잠해지고 더민주 지지율이 회복세를 보였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오히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더민주에서 제안한 당대당 통합 문제로 천정배·김한길 의원이 안 대표에 맞서 지도부 분열까지 일어나는 등 우왕좌왕하면서 국민의당 지지율은 창당 초와 달리 한 자릿수대로 추락하기까지 했는데 그럼에도 결국 국민의당이 이처럼 재도약하고 더민주가 호남에서 맥을 못 추게 된 건 이른바 ‘셀프 공천’ 파문을 일으킨 더민주의 비례대표 순번 사태가 결정적이었다고 보고 있다.
 
소위 비례대표 공천 문제로 더민주 내 친노패권이 여전하다는 것이 증명됐고, 수차례 컷오프로 친노 청산을 한 듯했던 김 대표 역시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는 불신감이 호남에서 역풍으로 작용해 더민주의 부진으로 나타난 것이라 분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더민주 내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 여부를 두고 김 대표와 문 전 대표 간 불협화음까지 나오면서 ‘불화설’까지 불거진 것 또한 총선을 앞두고도 새누리당에 맞서기보다 여전히 내분만 일삼는 것으로 비쳐져 더더욱 표심 공략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래서인지 더민주 일각에선 ‘불화설’을 수습하고 당의 입장을 하나로 정리하는 모습이 나타나고 있는데 김홍걸 더민주 국민통합위원장은 5일 SBS라디오 ‘한수진의 SBS전망대’에서 문 전 대표의 호남 지원 유세에 대해 “(문 전 대표가) 과거에 실망시켜 드린 것에 대해 진솔한 반성을 하고 대화의 장을 만드는 것이라면 꼭 나쁘지만은 않다고 생각한다”며 “문 전 대표가 얼마나 호남 분들을 잘 설득할 수 있느냐에 따라 (호남 민심이) 달라질 수 있다”고 긍정적 반응을 내놓은 바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김 위원장은 국민의당이 호남 28석을 전부 석권한다는 시각에 대해서도 “호남 민심을 잘 모르고 또 호남 분들에게는 오만하게 들릴 수 있는 그런 얘기”라며 “(국민의당이 석권하는) 그런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고 일축했다.
 
다만 이제는 선거일까지 불과 일주일밖에 안 남은 상황이기에 그 짧은 기간 동안 더민주가 호남 판세를 뒤집을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로 여겨지고 있어 국민의당에서 자체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기를 기대하는 것 외에 다른 변수를 찾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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