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 “임팔라 국내생산 No”…노조 ‘부글부글’
한국GM “임팔라 국내생산 No”…노조 ‘부글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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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생산카드 사실상 무산…말 바꾸기 논란 속 갈등 확산 여부 주목
▲ 한국GM이 노조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 카드를 접기로 하면서 후폭풍이 예상된다. ⓒGM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한국GM이 노조와의 약속에도 불구하고 결국 선풍적 인기를 끌고 있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 카드를 접기로 하면서 강력한 마찰이 예상된다.
 
6일 한국GM 노조에 따르면 사측은 최근 부평 공장에서의 생산을 검토해 오던 준대형 세단 임팔라를 현재처럼 미국 공장에서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생산 카드를 사실상 접은 셈이다.
 
한국GM은 본사와의 합의 끝에 최종적으로 이 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측은 임팔라가 미국에서 수입해 오기 때문에 국내 고객들에게 일종의 프리미엄 효과를 주고 부평공장에 신규 생산라인을 갖추기 위한 투자비 부담이 크다는 점 등이 고려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간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강력히 촉구해 오던 노조 측은 즉각 유감을 표했다. 특히 노조는 그간 사측이 지난해 임팔라 도입 전후로 사측이 연 1만대 이상 판매시 국내 생산을 약속했다가 최근 이 기준을 연 3만대로 올리고 이마저도 아예 백지화한 것에 대해 큰 불만을 표하고 있다.
 
노조 측은 일단 즉각 집단행동에 나서기보다는 임팔라에 한정짓지 않고 부평공장의 생산 물량 확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간 사측과 지속적인 협의에도 실망스러운 결과가 나온 만큼 이번 결정이 향후 노사 갈등의 불씨가 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국GM, 임팔라 출시 효과 톡톡
지난해 하반기 한국GM은 알페온을 단종시키고 GM 본사의 글로벌 베스트셀링카 임팔라를 출시했다. 임팔라는 미국에서 생산돼 직수입되는 일명 ‘OEM 수입차’로 도입됐다. 이후 임팔라는 그간 수 차례 증명된 명성만큼 국내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전장이 5미터가 넘는 준대형 수입차인데도 3천만원 초중반대에서 4천만원 초반대의 공격적인 가격 정책은 물론이고 재원 및 성능, A/S 등 많은 면에서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다.
 
이에 지난해 8월 출시된 임팔라는 출시 직후부터 수요가 폭발, 지난 한 해 반 년도 채 안 되는 기간 동안 6913대나 팔렸다. 월간 기준으로 환산할 경우 평균 1382대 수준이다. 사측의 실적 개선은 물론이고 이미지 제고에도 임팔라의 영향은 막대했다. 지난달에도 2000대 가까이 팔린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임팔라 출시 전후로부터 노조 측은 국내 생산 카드를 요구했다. 최근 수 년간 국내 근로자들의 고임금 구조에 대한 호샤 전 사장 및 GM 본사 임원들의 불만이 공개되면서 한국GM의 철수설이 심심치 않게 나왔던 까닭이다.
 
특히 국내에서 생산되던 알페온을 단종시키고도 물량 보전 없이 임팔라를 수입해서 판매한다고 하니 노조는 구조조정 및 철수설 등에 민감한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현재도 부평 승용2공장과 군산공장 등은 물량 부족으로 가동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다.
 
 
▲ 노조는 “전·현 집행부가 꾸준히 무분규로 내수판매 협조에 일조했는데 사측이 이렇게 대응을 한다면 노조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며 투쟁 가능성을 시사하고 나섰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국내 생산 카드, 말 바꾸기 논란 속 최종 무산
이 같은 노조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호샤 전 사장이 내세운 것이 임팔라 국내 생산 카드다. 노조 측에 따르면 사측의 제안은 알페온의 판매량이 부진했기 때문에 단종하는 대신 임팔라가 연간 1만대 판매를 달성할 경우 국내 생산 추진하겠다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임팔라가 국내에 성공적으로 안착할수록 노조의 기대는 높아져만 갔다. 하지만 지난해 말 수장이 교체된 한국GM이 갑자기 이 기준을 연간 3만대로 상향조정하고 나섰다. 물량 부족으로 공급이 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연간 3만대 판매는 사실상 쉽지 않은 목표다.
 
따라서 노조는 지속적으로 사측에 불만을 표하고 국내 생산 카드 관철을 위해 행동에 나섰다. 지난 2월에는 임원들이 주로 타는 임팔라의 부평 공장 출입을 저지하기까지 했다. 또한 사측에 확실한 입장을 밝히라고 최후통첩을 날리기도 했다.
 
결국 한국GM은 지난달 말까지 최종적으로 입장을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연간 1만대로는 공장 가동 비용과 국내 안전 기준, 연비 규제 등을 고려할 경우 생산성 및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는 설명도 곁들여졌다.
 
지난달 말 한국GM은 전문가 협의체를 소집, 기업평균연비 충족 해결책과 포트폴리오 재편 계획 등을 논의했다. 특히 한국GM은 환경 규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국내 완성차 업체는 생산차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4년 내로 3분의 1 가량을 줄여야 한다. 추가 연구비 투입이 불가피하기 때문에 투자비용 집행의 효율도 고려해야 한다.
 
결국 임팔라 국내생산카드는 이 같은 비용적 측면에서 협의체 문턱을 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미국에서 생산된 프리미엄 수입세단임에도 한·미 FTA 효과를 바탕으로 가격 경쟁력도 갖추고 있는 것이라는 평가도 나왔다. 보험개발원 평가를 거쳐 보험등급도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고 쉐보레 서비스 네트워크를 통해 고객 케어에도 문제가 없다는 평가다.
 
◆노사 관계, 후속 물량 확보에 달려
따라서 사실상 전문가 협의체가 글로벌 GM 본사의 주도하에 꾸려졌다는 점에서 이 결정이 번복될 가능성은 이제 현격히 낮아지게 됐다. 문제는 노조의 반발이다.
 
노조는 일단 당장 특정한 행동에 나서지는 않겠지만 올해 투쟁 가능성을 시사했다. 노조는 “전·현 집행부가 꾸준히 무분규로 내수판매 협조에 일조했는데 사측이 이렇게 대응을 한다면 노조도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다”고 밝혔다.
 
특히 노조는 사측이 불만을 달래기 위해 립서비스만 거듭하다 약속을 뒤집은 일련의 과정이 기만이나 다름없다며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구조조정 전문가로 불렸던 한국GM 제임스 김 사장이 올해 노사 관계를 원만하게 가져가기 위해서는 후속 조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노조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이 무산된다면 다른 후속 차량 등의 물량을 배정해달라고 요구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초 사무직의 희망퇴직, 잇단 철수설, 부평2공장의 공장 가동률 하락 등을 감안하면 조합원들의 고용 안정과 기업 이미지 제고 등에 후속 물량 배정만한 카드가 없다는 평가다. 노조는 이달 중순 미국 디트로이트에서 열리는 전세계 GM노조 모임에도 메리 바바 GM 회장에게 생산물량 확대 등을 요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한국GM 측은 캡티바와 신형 말리부 등이 부평2공장에서 생산되면 공장 가동률이 일정 부분 향상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추가적으로도 공장 가동률 향상을 위한 방안이 강구될 전망이다. 이에 올해 임단협 투쟁으로 물량 확보 갈등이 번지지 않기 위해서는 노사가 서로 생산 물량에 대한 눈높이를 맞추는 것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다만 수요가 폭발하면서 수급에 어려움을 겪었던 상황은 조금 나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임팔라는 미국으로부터의 물량 공급이 달려 사전 계약으로부터 인도받는 시점까지의 기간이 많게는 4개월 가까이 소요되고 있던 상황이다. 대기에 지친 고객들이 타 차량으로 갈아타는 일이 속출했고 판매량도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대기 고객만도 수 천명에 이르고 있다.
 
하지만 한국GM은 이번에 GM 본사에 물량 확보를 요구, 일정 부분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최대 4개월에 달하던 대기기간은 2개월 가량으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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