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인사청문회, 하루 빨리 정착돼야
지자체 인사청문회, 하루 빨리 정착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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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선 지방자치가 본격 시행된 지 20년이 넘은 현 시점에 각종 헛점을 파고드는 지자체장의 권한은 거의 ‘지방의 왕’ 수준이다. 일부 지자체장의 전횡은 주로 예산 집행과 인사 문제로 집중된다. 쓸 데 없는 또는 불투명한 예산 집행으로 필요 이상의 권한을 행사하고 자질이 검증되지 않은 측근들을 공직 또는 산하 공기업의 수장에 앉히는 문제들의 얘기다.
 
그나마 예산집행과 관련된 문제는 행정자치부 등 상위 기관이 꾸준하고 확실하게 감사하면 될 문제다. 불필요한 축제를 통제한다거나 재무상태의 등급을 나눈다든가 하는 일 말이다. 또는 소위 판공비라고 불리던 업무추진비의 현황을 조사해 발표하기도 한다. 서울시의 경우 수 년 전 겨울철 보도블럭 공사 자체를 아예 금지하기도 했다. 상위 기관의 의지에 따라 적어도 지자체의 막무가내식 예산 집행을 통제할 수 있는 길이 있기는 하다는 말이다.
 
그런데 지자체장의 인사 전횡 문제는 어느 정도의 장치라도 있는 예산집행과는 조금 다르다. 지방자치법 등이 아예 지자체장이 임명권을 갖는다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방공기업법에는 “지방직영기업의 관리자의 임명권은 지자체장이 갖는다”고 돼 있다. 광역자치단체의 부단체장 역시 대부분 단체장의 입김에 의해 임명된다. 이 과정에서 지자체장의 권한을 딱히 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렇다 보니 산하 기관장에 대한 보은 인사가 판치고 자질이 모자라는 인물이 부단체장에 임명돼 조직의 기강을 흐트러놓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혈세가 들어가는 사업이 엉뚱한 방향으로 변경되기 일쑤고 아예 지방공기업들은 감시망에서 벗어나 낙하산 인사와 방만 경영의 온상으로 변한다. 인사가 만사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따라서 이 같은 지자체장의 인사 전횡을 막기 위한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 제도 도입이 절실하다. 막대한 권한을 가진 공직자 또는 준공직자가 지자체장의 선거유공 여부, 인적친분 여부 등에 따라 좌우되는 것도 막아야 하고, 청럼과 결백 등의 도덕성 검증은 물론 자질 검증도 확실히 이뤄져야 한다. 나랏일이란 원래 그래야 하는 것이다. 사심을 버리고 공적인 발전과 기여를 위해 근무할 수 있는 사람이 선임돼야 한다.
 
물론 현재 부단체장에 대해 인사청문회가 실시되고 있는 곳도 일부 있긴 하다. 지자체별로 각자 지방의회가 나름의 인사청문제도를 도입해 시행하고 있는 것인데 광주는 집행부와 시의회의 협약을 통해 인사청문특위를 구성했고 지난해 공공기관장 후보에 부적격 결과를 내는 등 의미있는 활동을 하고 있다. 제주는 정무부지사와 감사위원장 등을 대상으로 인사청문회를 시행했고 대전 또한 지방공기업 등에 대해 인사청문회를 운영했다.
 
하지만 대부분은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도입되지 않거나 도입이 거부되고 있는 실정이다. 명확하게 법제화돼있지 않기 때문에 그야말로 ‘지역별로 복불복’인 셈이다. 전북은 사후 인사검증을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식으로 변형된 인사청문회를 받아들였고 대구는 상위법에 근거가 없어 공기업 인사청문회 도입 추진이 막혔다. 인천은 인사간담회 형식으로 주요 인사를 검증하고 있지만 법적 근거가 없어 시장이 거부하면 별 다른 수가 없다. 강원도는 아예 출자출연 기관장에 대한 인사청문회에 대한 법적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거부했다.
 
이 같은 흐름으로 볼 때 역시 가장 시급한 것은 법적인 근거의 마련이다. 전국 17개 시·도의회 의장단 협의회는 지난해 지방의회의 인사청문회 도입을 위한 지방자치법 개정 건의안에 만장일치로 찬성표를 던졌다. 지방자치법과 지방공기업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하지만 지자체장들이 인사권 침해라며 맞서고 있는 상황이라 정부가 나서지 않고서는 해결책이 보이지 않는다. 인사청문회는 시대적 흐름이고 행정과 민주주의, 지방자치의 성숙이자 획기적인 진전이다. 지자체들이 대승적인 자세로 공동으로 개선책을 고민해 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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