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브랜드 입점은 요원…정부 정책도 치명타

7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내달 중 두산타워에 지난해 신규로 사업권을 따낸 면세점을 개장할 예정이다. 어느 덧 두산 역사상 첫 면세점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셈이다.
하지만 두산은 아직 시내 면세점 사업 성패의 척도로 여겨지는 3대 명품 입점을 마무리짓지 못한 상황이다. 가뜩이나 유통 관련 노하우가 부족한 상황에서 전망이 불투명하다.
여기에 정부가 면세점 제도를 손보기 시작하면서 지난해 탈락한 SK네트웍스와 롯데 월드타워점이 구제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경쟁 업체의 증가는 물론 인적·물적 인프라의 흡수 차원에서도 큰 타격이 되고 있다.
◆두산의 면세점 출사표, 출발은 화려했지만...
지난해 두산은 ‘카멜레온’이라는 별명답게 면세점 선정전에 출사표를 던지며 많은 이목을 끌었다. 두산은 두산인프라코어와 두산중공업 등 중공업 위주 계열사들이 어려움을 겪자 과감하게 일부 사업부 매각 등의 결단을 내리면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신성장 동력으로 면세점 사업을 선택했다.
그리고 두산은 유커들에게 인기가 높은 동대문 지역에 위치한 두산타워의 파워를 바탕으로 지난해 11월 면세점 선정전에서 승리하는 쾌거를 거뒀다. 그룹의 사기 진작은 물론이고 세계 1위에 올라 있는 국내 면세점 시장에 진출하는 것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하지만 이후 돌아가는 상황은 두산에 그다지 녹록치 않다. 당시 SK네트웍스와 롯데 월드타워점의 탈락이 두산에게 기회를 제공했지만 이는 곧이어 역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해외 명품업체들이 정부의 정책을 신뢰할 수 없다는 이유로 입점에 소극적으로 돌아선 것이다.
면세점 사업에서 명품 브랜드 입점은 절대적이다. 하지만 두산은 현재 루이비통이나 구찌 등으로부터 입점의향서 받아둔 것 이상으로 상황을 진척시키지 못하고 있다. 입점의향서는 입점할 의향이 있다는 얘기지 입점을 확정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두산이 현재까지 받은 의향서는 명품 브랜드를 포함해 총 460여개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과연 이 중 얼마나 실제로 입점할지는 의문이다. 입점 파워 면에서 신규 사업자로의 어려움을 한껏 겪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 신규로 진입한 HDC신라면세점과 한화갤러리아 역시 결국 샤넬·루이비똥·에르메스 등 3대 명품 브랜드를 유치하지 못하고 문을 열 수밖에 없었다. 두산 역시 현재까지는 이들 업체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적지 않은 초기 투자가 필요한 면세점 사업 특성상 장밋빛 전망보다는 잿빛 전망이 더 힘을 얻고 있는 이유다.

더욱이 정부의 면세점 제도 개선안 조기 발표 방침은 치명타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경 발표하기로 했던 면세점 제도 개선안의 일정을 당겨 이달 중으로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5년으로 돼 있는 특허 기간을 10년으로 늘리는 방안이 담길 것이 유력하다. 특히 논의 과정에서 신규 사업자를 추가로 선정한다는 방침이 알려지면서 두산을 비롯한 신규 면세점 사업자들은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신규 면세점 1~2곳을 추가로 선정할 경우 아무래도 지난해 탈락한 롯데 월드타워점과 SK네트웍스가 될 확률이 높다. 그 중 폐업 위기에 몰린 SK네트웍스는 최근까지도 두산과 인력, 물류창고, 면세시스템 인수 관련 협상을 진행해 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방침으로 구제 가능성이 되살아나면서 SK네트웍스와의 협의는 중단됐다.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영업종료일은 내달 16일이고 정부는 이달 중 신규 면세점 사업자 관련 사항을 확정해 발표한다. 내달 오픈 계획을 갖고 있는 두산으로서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두산 면세점의 기반이 될 동대문의 지역적 특성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동대문은 예전부터 싼 가격의 의류를 대량으로 떼기 위한 상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고 이곳을 찾는 소비자들도 저렴한 의류를 구매하기 위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지역적 특성과 고가의 상품을 취급하는 면세점은 어울리지 않는다는 우려다.
◆경쟁 악화, 노하우 부족 등 잿빛 전망 잇달아
신규 사업자 추가 선정은 경쟁자 증가라는 측면에서도 악재다. 가뜩이나 현재 국내 면세점 시장이 포화 상태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노하우와 인프라가 가득한 롯데나 SK가 구제될 경우 두산 면세점에는 치명타로 작용하게 된다는 얘기다.
유안타증권은 이에 대해 “특허권 신규발급으로 롯데와 SK에 대한 구제가 이뤄지면 신규 시장 진입기업인 한화와 두산이 가장 불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증권가의 대체적인 시각과 일치하는 분석이다.
업계에서는 노하우가 부족한 점도 우려 요소로 꼽는다. 현재 두산 면세점을 이끌고 있는 박서원 전무는 박용만 전 두산 회장의 장남이다. 박서원 전무는 다수의 세계적 광고상을 휩쓴 광고디자이너 출신이지만 유통업은 처음으로 경험한다.
과거 유통 관련 사업이 주력이었던 적도 있지만 십 수년 이상 두산은 유통보다 건설과 제조업, 중공업 등을 주력 사업으로 해 왔다. 두산이 차근차근 유통업 단계를 밟는 것이 아니라 단박에 유통업의 꽃으로 불리는 면세점 사업에 뛰어든 것이 오히려 ‘신의 악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두산의 동대문 면세점 오픈은 내달 18일이다. 동대문 두산타워에 총면적 1만7000㎡ 가량의 면세점이 개정한다. 현재 구조공사가 마무리되고 내부공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오픈 한 달 반 가량 남은 시점에서도 악재가 잇따르면서 과연 면세점 사업이 두산의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지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두산 관계자는 “명품 브랜드는 계속 협상을 벌여 단계별로 브랜드를 늘려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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