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최근 "내 임기는 거의 끝나간다. 내가 뭔 일을 하려고 해봐야 잘 안 된다"면서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지난 13일 경향. 서울 .한겨레. 한국일보 등 외교안보 전문 논설위원 6명을 청와대로 초청해 2시간30분 정도 오찬을 함께 하면서 "(전반적으로) 정말 어려움이 많다."며 심경을 토로하면서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찬 자리에는 이병완 비서실장, 송민순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 등 청와대 관계자 5명이 등이 배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태호 청와대 대변인은 18일 "대통령이 외교안보 전문가들을 만나 관련 현안에 대해 의견을 듣기 위한 비공개 자리였고 논설위원들은 메모하지 않았는데 공개됐다"고 밝혔다.
◆ "최근 내 지지율 고민한다"
남은 임기 동안 개혁정책을 추진하기는 어렵고, 기존 정책들을 관리만 할 생각이다. 지지율 고민을 거의 하지 않았는데 최근에는 일부 한다.
내 임기는 이제 거의 끝나간다. 지금은 더 이상 하려고 해도 잘 안 된다. 그런 것으로 봐서 뭔 일을 하려고 해봐야 잘 안 된다. 공기업 기관장들도 말을 잘 안 듣는다. 자기 논리를 내세워 자기네 주관대로 한다. 우리가 외부 감사를 많이 임명하는 것도 그런 것을 견제하는 의미가 있다.
내가 뭘 잘못했는지 한번 꼽아봐라. 내 집권기에 발생한 사안 중 성인오락실 상품권 문제뿐
인데, 그건 성격이 청와대가 직접 다룰 것은 아닌 것 같다.
◆"노무현이 하니까 문제인 거 아닌가."
작통권 환수가 잘못이어서가 아니라 노무현이 하니까 문제인 거 아닌가. 전시 작통권 문제와 관련한 비판이 많아 국책연구원에 자료를 만들어 보내라면 틀에 박힌 보고서가 올라온다. 다시 시켜도 소용없다. 지금 국책연구소들은 옛날부터 해오던 연구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요즘 다음에 '누가 오든 잘해 봐라' 는 식의 꼬부라진 마음과 잘해서 물려줘야지 하는 펴진 마음이 반반이다. 지금은 잘 물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더 많다. 정부 관리 통제만큼은 성실히 할 것이다.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는 미국과 다 이야기가 돼서 하는 건데 일부 보수 언론이 10년 전과는 다른 논리를 바탕으로 공세를 취하면서 문제가 불거졌다. 대북 억지력 얘기는 빗나간 것이다. 작전권을 넘겨받더라도 문제는 없다. 작전권은 필요하다. 북한이 급변하는 사태에 대비해서라도 그렇다. 만약 내부에서 김정일 체제가 붕괴되는 등 급변 사태가 불거졌을 때 그 상황에서 우리가 어떻게 해야 하나. 또 동북아 상황에서 주변 국가들이 패권 경쟁을 하는데 구한말에 힘이 없어서 당했던 것처럼 그런 것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는 힘을 갖는다는 차원에서도 작전권이 필요하다.
◆ "좌우서 기총사격 받고있어"
기존의 차선에서 한 두 차선을 왼쪽으로 가는 것도 힘들다. 그런데 언론은 하늘에 헬기를 띄운 것과 같다. 위에서 내려다보면서 내가 왼쪽으로 가면 왼쪽에다 기총소사하고, 오른쪽으로 가면 오른쪽에 쏘아댄다. 어떻게 당하겠냐. 진보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보수쪽에서는 전시 작통권 때문에 공격한다. 좌우로 협공 당하고 있다.YS(김영삼 전 대통령)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한 뒤 결과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재미를 보다 결국에는 언론에 당했고,DJ(김대중 전 대통령)는 세무조사 발표해서 당한 거다. 해도, 안해도 당하니까 나는 세무조사를 하지 않는다.
◆ "미국 더 이상 설득하기 어려워"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서는 더 이상 설득하기가 힘들다. 북한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빗나갈 때가 많다. 북한과의 대화는 공식적인 통로가 정확하다. 북한과의 비공식적 통로도 시도해 봤지만 성과가 없었다. 이종석 통일부 장관은 북한과 접촉할 수 있는 가장 신뢰할 만한 통로다. 중국은 북핵이 없는 걸로 본다. 북한 문제를 놓고 미국에 대해 더 이상 설득하기가 힘들다.9월 정상회담에서도 설득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