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당 대표, ‘절반 경합’ 수도권 역점…문재인, 호남서 역전 노려

다만 더민주의 경우 문재인 전 대표가 국민의당에 잠식된 호남에서 막판 반전을 이루기 위해 또 다시 호남행을 택해 판세를 뒤엎는 데에 힘쓰고 있고, 국민의당도 이 같은 시도를 무력화시키기 위해 천정배 공동대표가 자신의 지역구인 광주를 중심으로 맞불을 놓고 있어 유세 마지막 날까지 표심이 어느 쪽으로 향할지 불분명한 상황이다.
특히 ‘3당 체제 출현 여부’, ‘공천 책임론 부상 여부’ ‘대선후보군 변동 가능성’ 등 이번 총선 결과에 따라 향후 정계를 뒤흔들 만한 무게감 있는 주제들이 산적해 있어 이날 이뤄지는 마지막 유세가 어느 정도 표심을 끌어 모을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 與 ‘위기론’ 앞세워 수도권 공략 박차
이번 선거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수도권에는 전체 253석 중 122곳이 몰려있는데 각 당의 자체 분석에 따르면 현재 경합 중이거나 경합 우세인 지역은 수도권 의석의 절반이 넘는 70곳 이상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 때문에 각 당은 마지막 유세지로 수도권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데 새누리당은 선거 초반보다 우세 지역이 늘어났다고 판단하면서도 수도권 내 당선이 유력한 지역은 겨우 20여 곳 정도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아직도 입장을 분명히 하지 않은 부동층이 적지 않아 이들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상당수 경합 지역에서의 결과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점 또한 불안 요소로 자리 잡고 있다.
특히 이번 총선 결과가 그간 당 지도부를 이끌어 온 김무성 대표의 차기 대권 행보에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만큼 김 대표 역시 사활을 걸고 있는데 유세 초반과 달리 과반 의석도 붕괴될 수 있다며 연일 위기론을 강조해 지지층 결집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경기 수원시 덕양구의 새누리당 정미경 후보 선거사무소에서 지원 유세를 하면서 “수도권을 중심으로 경합지역이 80곳에 달한다는 언론 분석이 있어서 걱정이 매우 크다”며 “경합지역 적극 투표층 가운데는 야당 지지자가 많고, 적극 투표층으로 결집하는 모습인 반면 새누리당 지지자는 그렇게 적극적인 것 같지 않다”고 우려를 드러냈다.
다만 이 같은 경고의 목소리에 대해 안형환 새누리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대변인은 대체로 인정하면서도 점차 호조세를 보이고 있다며 온도차를 보였는데, 안 대변인은 이날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 지지세가 높은 50~60대층 투표율이 굉장히 낮을 가능성이 높다”며 “상대적으로 현재 투표하겠다는 비율이 계속 떨어지고 있고 40대는 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과반을 넘을 수 없다는 게 저희의 자체 판세 분석”이라며 “수도권 같은 경우 2%에서 5% 차이로 판가름이 나는 곳이 굉장히 많다”고 강조했다.
다만 안 대변인은 일주일 전 130석을 예상했던 것과 달리 최근 145석 내외로 예상 의석수를 늘린 것에 대해선 “지도부가 전략적으로 접전지역 위주로 유세하고 있다”며 “실망감을 거두고 새누리당에 대한 애정을 다시 한 번 보여 달라는 호소를 하고 있는 게 어느 정도 주효한 것 같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아울러 안 대변인은 같은 날 오후 기자들에게 “현재 우리당 판세 분석으로는 전국에서 40여 군데가 박빙으로 나왔고, 이 중 30여 군데가 수도권인데 서울은 총 10군데”라며 “경합 열세, 경합 박빙 지역에서 우세가 우리 쪽으로 더 많아지고 있다”고 한층 밝은 전망을 내놨다.
그럼에도 긴장이 풀려 지지층 결집 효과가 혹시라도 떨어질 가능성을 의식했는지 “수도권 역대 선거결과를 보면 여론조사 결과와 안 맞는 경우가 많았다”며 “현재로서는 아직 (과반의석) 미달이라는 것이 저희들의 자체분석”이라고 덧붙였다.
이는 이날 오전부터 마치 여야 싱크탱크가 자체 분석해 집계한 것처럼 상세 예상 의석수가 명시된 내용의 메시지가 SNS를 통해 퍼지며 새누리당이 압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불거진 것을 경계한 것으로 보인다.
해당 내용과 관련해 안 대변인은 “현재 개인메신저를 통해 유포되고 있는 총선 예상 의석수 자료는 사실무근”이라며 “이런 근거 없는 허위 자료를 작성하고 유포되는 일이 없기를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더민주, ‘국민의당 세 확산’ 집중 경계
이런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역시 김종인 비상대책위원회 대표가 이날 충청권과 수도권을 돌며 마지막 유세에 열을 올렸는데, 김 대표는 이날 마지막 유세 메시지를 통해 “심판의 날”을 언급하며 정부여당에 대한 경제심판론을 재차 들고 나오는 한편 일여다야 구도 속에서 야권 표심을 두고 경쟁해야 하는 국민의당을 겨냥해선 “진짜 야당을 찍어서 심판해 달라”며 전날에 이어 정통성 논쟁을 이어갔다.
현재 더민주는 수도권 내 우세지역을 새누리당과 같은 20곳 정도로 잡고 있는데 국민의당 후보의 득표율에 따라 많은 경합지역에서 당락이 갈릴 수 있는 만큼 수도권 내 우세지역이 1곳 뿐이라 주장하면서도 단일화에 불응하고 있는 국민의당에 가장 날을 세우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진영 후보를 지원하기 위해 용산에서 유세하던 중 국민의당을 겨냥해 “지금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파괴하려고 하는 정당이 태동하고 있다”며 “민주주의 발전에 또 하나의 장애요인으로 등장한 이런 정당에 전혀 관심 갖지 말라”고 역설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그는 “대한민국에서 제3당은 성공하지 못한다”며 “태어났다가 슬그머니 여당에 흡수되는 것이 제3당의 운명”이라고 독설을 쏟아냈다.
또 새누리당을 향해서도 공세의 고삐를 죄었는데 “대기업 특수 계층과 같은 사람들을 잘 되게 하면 나라가 잘 될 것처럼 국민들을 현혹시키는 것이 새누리당 정권”이라며 “무엇을 어떻게 해야 대한민국 경제가 살아난다는 개념이 없다”고 맹비난했다.

이처럼 수도권에서 김 대표가 국민의당에 맹공을 퍼붓는 가운데 이날 호남으로 향한 문 전 대표 역시 같은 목소리를 냈는데 “호남밖엔 아무 것도 없고 호남 안에서만 경쟁하는 당이 새누리당과 맞서 이길 수 있겠느냐”라며 “제3당을 만든다며 새누리당을 더 강하게 만들고 의석수를 늘려주는 것은 새누리 장기집권을 돕는, 그래서 광주시민의 영혼을 짓밟는 행위”라고 꼬집었다.
문 전 대표는 이날 광주 유세 중 “각 당의 판세 분석을 보면 더민주가 100석 미만으로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제가 지금 당 지도부가 아니고, 당으로부터 전략적인 판단 자료를 제공받지 못하고 있어 뭐라고 분석할 상황이 아니다”라면서도 “다만 바닥민심은 많이 달라지고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특히 문 전 대표는 이날 순천 지원유세 도중 비례대표에 도움이 되는 정당투표는 국민의당에 하라면서도 “(지역구) 후보자 투표만큼은 새누리당 후보를 꺾기 위해 힘을 모아줘야 할 후보에 모아 달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는데 이는 ‘교차 투표’를 통한 야권 후보 단일화를 이뤄내려는 의도로, 자신이 직접 영입한 인사들이 ‘텃밭’이던 호남에서 국민의당에 밀려 대체로 부진하면서 자신의 입장이 곤란해지게 된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 국민의당, 더민주 공세에 맞불…‘전략투표’도 반대
이 같은 더민주의 뒤집기 시도에 대해 국민의당 역시 적극 맞받아치며 판세 유지에 안간힘을 쏟았는데 국민의당 정기남 중앙선대위 대변인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윤재선입니다’에 나와 호남에 내려온 더민주 문 전 대표를 겨냥해 “이미 호남에서 문 전 대표의 정치적 수명, 평가는 어느 정도 내려졌다”며 “유의미한 민심의 변화를 느끼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혹평했다.
여기에 정 대변인은 호남에서 높게 나타난 사전투표율까지 거론하며 “야권을 교체해 정권 교체에 대한 열망을 담아 달라는 것이 높은 투표율로 나타나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또 그는 호남에 한정된 정당이란 더민주 측의 주장에 대해서도 “안철수 대표로 표시되는 유력한 대선 주자가 있기 때문에 국민의당이 크게 확장될 가능성이 있다”고 일축했다.
오히려 정 대변인은 더민주를 겨냥해 “진정한 야권의 길이 어디인지, 호남 민심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 자문해야 한다”며 “그 힘으로 국민의당이 약진하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역시 문 전 대표를 직접 비판하며 “문 전 대표는 한 달 전만 해도 국민의당이 실패했다고 단정했다”고 지적한 뒤 문 전 대표의 전략 투표 호소에 대해서도 “후보와 정당지지 모두 국민의당으로 부탁드린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처럼 3당 모두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 선거 유세가 대체로 정책은 실종되고 지지 당위성만 호소하는 형태로 흘러갔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어 ‘강우’가 예상되는 선거일 날씨와 더불어 이 같은 비판 등이 투표율에 복합적으로 작용할 경우 전혀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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