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폰 보상판매 제도 도입, 소비자 득 맞나?

12일 이동통신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G5는 출시 직후 1주일간 국내 오프라인매장에서 강력한 경쟁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S7을 제치고 판매량 1위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G5가 갤럭시S7보다 출시가 한 달 가량 늦어 판매량 면에서 뒤질 것이라는 예측이 힘을 얻었던 것과 상반된 결과다.
G5는 애초에 MWC 2016에서 공개될 당시부터 모듈 교체형이라는 혁신적인 방식과 무한한 확장성 등이 큰 화제를 모으며 LG전자 MC사업부의 부활을 이끌 것으로 기대를 받아 왔다. 스마트폰 흥행 여부를 가르는 첫 주 실적에서 G5가 괄목할 만한 판매고를 올린 것은 이처럼 높은 소비자들의 관심이 투영된 것이라는 평가다.
반면 LG유플러스가 내놓은 ‘H클럽’도 G5 흥행에 크게 기여를 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G5가 출시된 후 일주일동안 G5가 가장 많이 팔린 통신사는 LG유플러스로 나타났다. LG유플러스는 현재 지난해 출시한 심쿵클럽과 이번 G5 출시를 계기로 혜택을 강화해 내놓은 H클럽을 운영하고 있는데, 이 두 개의 프로그램을 통한 판매 비중이 일 평균 전체 판매량의 40%에 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H클럽은 G5를 비롯해 갤럭시S7과 갤럭시S7엣지, 아이폰6와 아이폰6S플러스 등 최신 단말기를 대상으로 한다. 심쿵클럽은 전 단말기가 대상이다. 두 프로그램의 활약으로 LG유플러스는 비단 G5 뿐 아니라 올해 첫 프리미엄폰 판매 대전에서 다른 통신사에 비해 앞서나가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에 SK텔레콤도 이날 중고폰 보상판매 프로그램인 프리미엄클럽을 출시했다. LG유플러스가 예상을 뛰어넘는 선전을 이어가자 SK텔레콤도 중고폰 보상판매 경쟁에 뛰어든 셈이다. KT 역시 비슷한 제도를 내놓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통사들 사이에 소위 ‘클럽 바람’이 불 전망이다.
◆선보상에서 후보상으로…H클럽 인기
사실 이통사의 ‘클럽 바람’은 과거에도 있었다. SK텔레콤은 프리클럽, KT는 스펀지 제로플랜, LG유플러스는 제로클럽 등으로 지난해까지 중고폰 보상판매 제도를 운영했다.
하지만 이 방식은 중고가 가격을 미리 산정해 단말기 가격에서 빼주는 선할인 방식이어서 공시지원금 이외의 지원을 금지하는 단통법을 우회한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결국 방송통신위원회는 이들 제도에 대해 “사실상 초과 지원금을 지원한 것”이라고 시정명령을 내렸고 이통3사는 모두 관련 제도를 폐지했다.
이에 이번에 나오는 제도들은 ‘선보상’이 아닌 ‘후보상’ 방식을 채택, 과거 제도들과 뚜렷한 차이점을 보인다. 또한 선보상 프로그램들은 이통사가 주도했지만 이번 후보상 프로그램들은 보험사와 연계하는 일종의 ‘보험상품’의 형식을 택해 단통법 시비 소지를 없앴다.
먼저 LG유플러스가 KB손해보험과 손잡고 지난 3월 28일 선보인 H클럽은 기기를 구입할 경우 할부원금의 절반을 18개월 동안(30개월 할부 기준) 납부하면, 남은 50%와 중고폰 시세의 차액을 보상해주는 방식으로 구성돼 있다.
단말기 가격이 90만원이고 공시지원금이 30만원인 프리미엄 폰의 경우를 가정하면 고객은 구입 후 30개월간 할부금액을 나눠서 내게 된다. 30개월간의 할부 약정이 걸리는 셈인데 H클럽 이용자들은 18개월 이후부터 남은 잔여할부금을 내지 않고 최신폰으로 교체할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18개월까지 60만원의 50%인 30만원을 내야 한다.
나머지 30만원은 보험사와의 연계로 보상을 받는다. 이용요금을 제외하고 기기값만 따져볼 경우 30만원으로 18개월간 프리미엄폰을 사용하고 최신 스마트폰으로 교체하면서 핸드폰을 반납하는 방식이다. 할부이자는 연 5.9%다.
물론 새 스마트폰을 공짜로 주는 것도 아니고 새 스마트폰을 구매하지 않을 경우 남은 12개월간 남은 50%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약정 후반부의 부담이 증가할 수 있지만 소비자의 선택권이 늘어났다는 점은 분명하다. 다만 월 7000원, 18개월 환산시 12만6000원의 이용요금은 별도로 부담해야 한다. 이를 감안한다 해도 소비자 입장에서는 약정을 다 채우지 못했음에도 위약금을 내지 않고 17만4000원 가량의 이득이 생긴다.

SK텔레콤이 메리츠화재해상보험과의 제휴를 통해 이날 선보인 프리미엄클럽 역시 비슷한 구조다. 할부 이자도 같고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경우 18개월간 할부원금의 절반을 내야한다는 점도 똑같다. 취급 기종 역시 H클럽의 취급 기종에 갤럭시노트5가 추가된 정도다. 다만 프리미엄클럽의 월 이용요금은 5000원으로 H클럽보다 낮지만 대신 18개월까지의 부담금이 60%다. 따라서 최대 보상금액은 H클럽보다 10% 낮은 40%가 된다.
이 같은 할인 프로그램을 대하는 소비자들의 반응은 일단 긍정적이다. 구매욕구를 불러 일으키는 최신 스마트폰을 구매하면서 부담해야 하는 액수도 낮추고 위약금 부담 없이 약정 기간도 통상의 2년보다 줄어드는 측면이 있다는 점에서다.
특히 단통법 이후로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이 위축된 것이 공시지원금 상한으로 인한 기기 구입 비용 상승임을 감안하면 이통사들이 속속들이 도입하고 있는 할인 프로그램은 프리미엄폰 시장에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이통사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충성도 높은 고객을 확보하고 이들을 묶어두는 ‘락인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에서다. 스마트폰 시장의 정체로 번호이동이 눈에 띄게 줄어드는 와중에 클럽 프로그램들이 경쟁사 고객 유치의 첨병이 되고 있는 상황도 한 몫 거든다. 단통법 하에서 위법 소지 없이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프리미엄 폰 시장을 다시 살리는 방법으로는 이 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도 나온다.
LG유플러스는 “H클럽으로 최신 프리미엄 스마트폰을 부담 없이 구매할 수 있어 가입비율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면서 “H클럽과 심쿵클럽으로 단말구매 부담이 줄고 고객혜택은 늘고 있다”고 평했다.
SK텔레콤 역시 “프리미엄클럽은 고객이 잔여할부금 부담 없이 실속 있게 최신 스마트폰을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며 “앞으로도 고객의 모바일 라이프에 가치를 더해주는 상품과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개발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는 격” 지적도
하지만 일각에서는 단통법 이후 유일하게 지갑이 두둑해진 곳이 통신사들뿐인데 불법 보조금 등이 근절되면서 아낀 마케팅 비용으로 제공하는 혜택치고는 부족하다는 불만도 나온다.
실제 두 할인프로그램의 전제조건은 사용하던 스마트폰을 반납하는 것이다. 1년 반 가량 지난 안드로이드 계열 프리미엄폰의 중고폰 시세가 상태와 기종, 브랜드 등에 따라 통상 20~40만원 사이를 오가는 것을 감안하면 남은 12개월간의 할부원금 면제가 과연 이득이 맞느냐는 본질적인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이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새 스마트폰으로 교체할 경우 타 통신사로 옮겨갈 수 없는 제약도 있다. 이용료도 내야 하고 할부 원금을 한 번에 완납할 경우에 비해 수 만원의 할부 이자도 추가로 부담한다. ‘눈가리고 아웅’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또한 소비자들의 불안을 자극하고 있는 것은 실제 18개월 후 쓰던 스마트폰을 반납했을 때 과연 홍보한 대로의 보상액이 적용될지의 여부다. 한 누리꾼은 “당연한 얘기지만 중고폰을 다시 매입할 때는 스마트폰의 상태에 따라 차등매입하는 것이 원칙”이라면서 “1년 이상 사용할 경우 통상적으로 발생하는 액정 문제, 생활 파손 문제 등을 차감할 경우 홍보한 만큼의 보상율이 과연 나올 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더욱이 기기가 망가질 경우 보상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월 수 천원의 이용요금만 버리는 꼴이 될 수 있다는 반론도 제기된다. 다른 누리꾼은 “통신사들이 과연 자기들 수익을 깎아먹는 일을 하겠느냐”며 비관론을 펼쳤다.
일각에서는 “단통법으로 배를 불린 이통사들이 기본료 폐지나 통신요금 인하, 선택약정 제도의 적용 기준 확대 등 본질적인 고객 혜택 강화에 노력을 기울이기는커녕 본질을 호도시키는 할인 프로그램으로 조삼모사격의 정책을 강화하고 있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지난해 이통사는 마케팅 비용 면에서 2014년 8조8200억원보다 9551억원 감소한 7조8669억원을 지출했다. 10% 이상 감소한 셈이다. 반면 제조사들이 ‘단통법 쇼크’로 직격탄을 맞는 상황 속에서도 LG유플러스를 제외한 SK텔레콤과 KT는 데이터 요금제의 대중화 등으로 수익성의 가장 중요한 지표인 ARPU(가입자당평균매출)의 상승을 이뤄냈다. LG유플러스도 겨우 0.7% 줄었을 뿐이다. 특히 ARPU는 사물인터넷, 웨어러블 기기까지 포함하고 있어 실제 스마트폰 이용자들의 이용요금 수준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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