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라클 무혐의”…공정위 보는 시선들
“오라클 무혐의”…공정위 보는 시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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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욕 넘친 조사와 달리 용두사미…무리수 지적 잇따라
▲ 공정위가 글로벌 IT업체 오라클의 DBMS 영업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가 결국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공정위가 글로벌 IT업체 오라클의 DBMS 영업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가 결국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전원회의에서 한국오라클의 DBMS(데이터베이스 관리 시스템) 관련 끼워팔기 혐의에 대해 최종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오라클은 국내 DBMS 시장에서 58.5%를 점유하고 있는 지배적 사업자다.
 
DBMS란 컴퓨터에 데이터를 저장·검색·가공할 수 있도록 설계된 정보관리소프트웨어다. 서버를 구축할 때 운영체제와 함께 필수적인 요소로 민간기업은 물론 행정자치부 등 정부 부처도 오라클의 고객으로 있다.
 
공정위는 그간 오라클이 DBMS 유지보수서비스를 팔면서 고객들에게 DBMS의 후속버전 구매를 강제하고, 유지보수가 필요 없는 제품에도 일괄 구매를 강제해 왔다는 혐의를 두고 조사를 진행해 왔다. 공정위는 이를 두고 “오라클의 이 같은 정책은 소비자의 제품 선택권을 제한한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DBMS 시장에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오라클의 판매 방식에 문제를 제기한 것은 공정위가 처음이다. 특히 공정위가 수 백억원 가량의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다른 국가에서도 소송이 잇따를 수 있다는 점에서 이번 공정위의 결정을 앞두고 140여개국에 달하는 오라클 진출 국가들의 이목이 집중되기도 했다.
 
하지만 생각 외로 조사 및 심의 기간이 길어지면서 공정위의 판단에 의문이 제기되기 시작했고, 결국 ICT팀이라는 전담팀까지 구성해 조사를 진행하는 등 거창했던 과정과 달리 그 마무리는 ‘용두사미’로 끝나게 됐다. 이에 공정위가 무리한 조사를 벌였다는 비판적인 시각부터 미국의 압력에 굴복했다는 의혹까지 따가운 시선에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IT업계에서는 공정위가 애당초 IT기업의 특성을 간과했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DBMS 제품과 유지보수서비스는 함께 팔 수밖에 없는 것이라 끼워팔기의 대상 자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연속성이 거의 없는 윈도우 제품과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함께 끼워파는 것과는 다른 시선으로 봐야하는 셈이다.
 
특히 DBMS는 오라클 제품을 사용하는데 유지·보수 서비스나 업그레이드 프로그램을 타 사업자의 상품으로 교체하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데도 이를 끼워팔기로 보는 것은 애시당초 무리였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지보수서비스에 대해 우리나라에서는 ‘덤’으로 인식하는 경향이 있지만 엄연히 전 세계에서 인정된 판매 방식인 만큼 IT업계의 생리를 이해하지 못한 것으로 읽힐 수 있는 대목이다. 또한 유지보수서비스의 가격 역시 IBM이나 마이크로소프트 등 타사에 비해 과도하게 높지 않아 문제를 삼지도 못했고, 강제 구입 혐의와 관련해서는 오히려 지적재산권을 보호하기 위한 합리적인 조치라는 면죄부만 준 셈이 됐다.
 
국제적으로 큰 여파가 미칠 수 있는 만큼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공정위가 지나치게 의욕적으로 떠안은 결과라는 비판도 나온다. 이 문제에 대해 제재가 내려질 경우 공정위는 세계 최초의 사례를 만들 수 있었다. 하지만 국제적인 문제로 비화될 가능성이 높아 소송으로 번질 경우 승소를 장담하기가 애당초 어려웠다는 지적이다.
 
반면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 같은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국내 DB업계는 공정위가 제대로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불만을 내놓고 있다. 지난 1월 오라클 본사가 있는 미국의 스테펀 셀리그 미국 상무부 차관이 지난 1월 공정위 김학현 부위원장을 만나고 미국 의회가 공정위 조사의 불투명성을 지적하는 등 공정위가 미국의 압력에 굴복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한편 공정위는 결론이 쉽게 내려지지 않았던 것에 대해 “산업 특성, 시장 특성이 기술적이고 복잡한 부분이 있어서 시장이나 기술의 이해를 위한 분석 시간이 필요했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서울대와 카이스트 교수들이 참고인으로 나와 영향을 분석했고 심판정에서도 공방이 치열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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