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장관에 대한 경질이 인사청탁 거부 때문에 비롯됐다는 주장에 더해 사행성 성인오락 게임장인 ‘바다이야기’에 대한 인.허가 문제도 경질의 또 다른 이유로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 2002년부터 유 전 차관은 ‘바다이야기’ 등 신종 게임에 대한 허가를 내주지 말 것을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에 수차례 요청했지만, 영등위는 민간기구에 정부가 관여하지 말라는 입장만을 밝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 전 차관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킬 염려가 높은 성인오락기인 이유로 세 차례 이상이나 지속적으로 그 위험성을 경고했고, 눈엣가시가 되어버린 유 전 차관은 그에 따른 보복성으로 경질을 당하게 되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주장에 대한 진위 확인은 곧 실시될 감사원의 ‘게임장 및 PC방 불법 사행행위 만연 실태 전반에 대한 점검’을 통해 판명될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 측은 “이번 감사는 유 전 차관 경질 사태와는 관계없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유 전 차관의 문제가 별도의 특감 형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없지 않다”고 밝혀 사태가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빽 좋은 ‘바다이야기’
에이원비즈라는 국내 회사가 만든 ‘바다이야기’는 성인오락으로 지난 2004년 말 출시된 이후 급속도로 사업을 확장하며 국민들의 사행성을 조장해온 주범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에이원비즈의 지난해 매출액이 1천215억 원, 당기순이익이 160억 원이었다는 점을 확인한다면 그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이 같은 사행성 성인오락이 과거 정권에서는 상상할 수도 없을 만큼 사회에 널리 퍼지게 되었다는 점이다. 그렇기 때문에 현 정권과 사행성 성인오락업 사이에 대한 의혹은 불가피하게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이 주장하고 있는 ‘바다이야기’ 운영자와 노무현 대통령 사이의 친분관계 및 대통령 측근과 여권 실세들의 지분 참여설, 경품용 상품권 업체 지정과정에서의 특혜 의혹 등이 그것이다.
요약하자면, 국감 등을 통해 영등위의 조직과 심의체계, 투명성에 대한 개선 요구가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유 전 차관의 경질 문제는 그동안 제기돼 온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한 인.허가 의혹’에 기름을 뿌리게 되었다는 뜻이다.
이에 감사원은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한 전면적인 감사를 벌이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물론, 유 전 차관 경질 문제를 타깃으로 이 같은 감사를 벌이는 것은 아니지만, 감사과정에 관련 의혹이나 문제가 드러날 경우 별도의 특감 형태로 이루어질 것으로 보인다.
감사원은 현재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성인오락 인.허가 의혹과 관련한 자료 수집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수집한 자료를 토대로 사행성 성인오락 인.허가에 대한 관계 당국의 정책 결정 및 내용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문광부와 영등위 등을 상대로 집중 감사할 방침이다.
◆ 걸림돌을 제거하라
유 전 차관은 문광부 차관 재직 당시 사행성 성인오락과의 전투를 선언할 만큼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에 대한 강력한 규제 단속 의지를 밝혀왔었다. 유 전 차관은 지난 6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2002년~03년 문화산업국장으로 있을 당시 ‘스크린 경마’ 등 신종 릴 게임에 대한 ‘불허요청 공문’을 영등위에 보냈고 영등위원장을 직접 만나기도 했었지만 효과가 없었다”며 “당시 김수용 영등위원장으로부터 ‘독립민간기구인 영등위 업무에 정부가 관여하지 말라’는 답변만 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유 차관은 “2004년 ‘바다이야기’ 등에 대해 문광부는 영등위 쪽에 ‘허가를 하지 말아라. 그리고 재심을 하고 방지대책을 세워달라’고 요청했지만 역시 반영되지 않았다”며 “사행성이 높은 성인오락기의 위험성을 영등위에 세 차례 이상 경고했으나 무시당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인터뷰 내용은 그동안 유 전 차관이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해왔으며,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여실히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이지 않을 수 없다. 결국, 문광부 허가사항인 사행성 성인오락에 대해 유 전 차관은 수차례 허가를 거부했지만, 오락기 유통 허가 심의를 맡고 있는 영등위는 ‘바다이야기’를 허용했던 것이다.
지난 2002년 김대중 정권 당시 ‘음반 비디오물 및 게임물에 관한 법률’ 개정으로 성인오락실이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며 이 같은 사행성 성인오락이 급증하게 된 것이고, 특히 노무현 정권이 들어선 2003년부터는 릴 게임 등 전자게임까지 활성하게 되었다. 정권을 이어서 지속 발전하고 있는 사행성 게임 시장에 유 전 차관은 걸림돌이지 않을 수 없었을 것이며, 정부로부터도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임은 쉽게 예측할 수 있다. 즉, 유 전 차관과 영등위 사이의 갈등은 이미 오래 전부터 내제되어 있었다는 뜻이 될 수 있겠다.
◆ “풍마우불상급이다”
영등위와 유 전 차관 사이의 갈등을 둘러싸고 한나라당 등 일부 야당은 유 전 차관의 경질이 ‘바다이야기’와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는 ‘바다이야기’가 유 전 차관의 경질과는 전혀 무관함을 강조했다.
청와대 전해철 민정수석은 지난 16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바다이야기 제동 때문에 (유 전 차관이)경질되었는가”라는 기자들의 질문에 “그렇지 않다. 유 전 차관의 고체사유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수석은 “사행성 게임 부분은 유 전 차관 경질과는 별도로 상당히 문제가 되고 있고, 얼마 전 고위당정회의도 했다”며 “그 대책도 보고 있고 어떤 문제가 있는지 차후의 문제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청와대의 이 같은 입장과 마찬가지로 문광부와 감사원 역시 “이번 사행성 오락실 감사는 유 전 차관 경질 사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문광부의 경우 “유 전 차관이 주무국장인 문화산업국장으로 재직한 2003년 1월 이전에도 영등위원장을 찾아가 사행성 게임의 재심의 등을 요청한 바 있으나 그것은 일정 게임에 관한 것이 아니어서 ‘바다이야기’와는 무관하다”고 말하고, “2004년 2월부터 5월까지 다섯 차례에 걸쳐 영상물등급위에 공문을 보내 심의를 통과한 일부 게임물이 과다한 배팅액과 배당액으로 사행성을 부추기고 있다며 재심의를 요청했다”면서 “당시 사후관리 등 사행성 대책 마련을 요청한 것은 ‘바다이야기’의 심의가 결정된 2004년 12월 이전의 일이어서 이 게임물의 심의와는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 노 대통령 측근 개입설
청와대와 정부의 이 같은 입장 발표에도 한나라당 의원들은 의혹의 끈을 놓지 못했다. 한나라당 주성영 의원의 경우 ‘바다이야기’ 등 사행성 게임사업에 노 대통령의 최측근인 ‘명계남’씨가 개입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제시하기도 했다.
주 의원은 “지난해 5월부터 12월까지 8조 5천억 원의 상품권이 발행되었지만, 이 중 실제 물품구입에 사용된 액수는 2,190억 원에 불과하다”며 “나머지는 보통 조직폭력배가 환전상으로 들어가 ‘깡’을 하고 그 과정에서 탈세가 발생한다. 이 배후에는 노사모 회장을 지낸 영화배우 명계남씨가 개입되었다”고 의혹을 제기했다.
또, 주 의원은 “천문학적 규모의 경품용 상품권 발행과 판매에 따른 수수료 챙기기를 비롯해 조직폭력배가 연계된 불법 환전 등 사행성게임장과 관련된 비리가 서민경제를 좀먹고 있다”며 “특히 경품용 상품권 리베이트 수수와 관련해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만한 ‘노대통령의 측근인사’를 포함, ‘여당 O의원, O의원’이 배후로서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고 밝혔다.
더욱이 주 의원은 “게임장 경품용 상품권 발행 및 판매에 개입한 배후세력의 리베이트 수수의혹과 관련, 이미 청와대에서 오래 전에 내부조사를 벌인 사실이 있다는 주장이 있으며, 관련 리베이트가 여권의 정권재창출을 위한 차기 대선자금용이라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 영업이사가 노 대통령 조카였다
한편, 지난 18일에는 노무현 대통령의 조카가 ‘바다이야기’의 계열 회사에서 상임이사로 근무했던 사실이 밝혀졌다. 이 같은 사실은 코스닥업계에 따른 것으로 그들은 “노 대통령의 조카 노지원씨는 2003년 12월 통신장비 제조업체 우전시스텍의 영업이사로 영입됐었다”고 증언했다.
우전시스텍이라는 회사는 ‘바다이야기’ 판매업체 지코프라임이 코스닥에 우회상장을 위해 경영권을 인수한 회사이다. 업계의 평에 의하면 지코프라임은 우회상장을 통해 더욱 탄탄한 수익구조를 만들게 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전시스텍의 법인등기부등본에는 노지원씨가 지코프라임의 우회상장이 성공리에 마무리된 직후인 7월 6일 등기이사에서 사임한 것으로 돼 있고, 노지원씨는 지난 2003년 취득한 우전시스텍의 지분을 지코프라임과의 합병 무렵 팔아 3배가량의 차익을 남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당시 노지원씨는 우전시스텍이 실시한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서 28만2,600주(2억5,900만 원 상당)를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노 대통령 및 그의 조카 노지원씨와 ‘바다이야기’에 관련한 의혹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근 유진룡 전 문화관광부 차관 경질 문제와 얽혀 불거진 ‘바다이야기’ 의혹은 감사원으로 하여금 특감까지 검토를 유도하고 있으며, 정치권에서는 여야 공방으로까지 번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