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키운 ‘이등병’, 열 ‘병장’ 안 부럽다
잘 키운 ‘이등병’, 열 ‘병장’ 안 부럽다
  • 김재훈
  • 승인 2006.08.20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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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 家 ‘선수교체’, 본격 ‘레이스’ 돌입
본격적인 대물림의 전주곡일까. ‘경영권 세습’에 대한 행보가 가속화 되고 있다. 이러한 과정 속에서 체계적인 경영수업과 능력에 토대한 ‘실력 이양’이라는 주장과, 시장 검증을 거치지 않은 무책임한 ‘핏줄 상속’이라는 비판이 맞서고 있다. 대우, 한보사태에서 보듯 재벌의 흥망은 국가경제와 직결되는 만큼 부(富)의 승계와 경영권 승계는 명백히 구분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것을 증명이라도 하듯 국내 중견 건설업체로써 오랜 전통을 지켜오던 D그룹은 최근 ‘잘못된 대물림(?)’으로 인해 수십억원의 투자손실이 발생 했다고 한다. 순간의 선택이 국가 경쟁력은 물론 ‘공든 탑’을 하루아침에 무너뜨릴 수 있는 원인이 될 수 있음을 반드시 명심해야 한다. “내 아들아, 내 딸아. 내가 가르쳐 준 대로 이 곳에서 장사를 하면 큰 돈을 벌 수 있단다. 그러니 쓸데없는 곳으로 한 눈 팔지 말고 현재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거라. 너희들이 성패가 곧 국가의 존립을 좌우할 것임을 한시라도 잊지 말아라.”
신형 엔진 ‘점화’ 재벌가 대물림 경영이 가속도를 내고 있다. 2, 3세들의 경영 참여가 본격화하면서 재벌가의 세대교체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것. 범 현대가인 현대백화점그룹은 정몽근 회장의 차남인 교선(31)씨를 그룹기획조정본부 기획담당 이사에서 상무로 승진 발령했다. 교선씨는 이에 앞서 기획조정본부 이사로 승진했다. 정 회장의 장남인 지선(33)씨는 2003년 부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한 데 이어 부친으로부터 주식을 증여받아 최대 주주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은 백화점 부문은 지선씨에게, 여행사업과 식자재 납품사업 등을 맡고 있는 현대백화점H&S는 교선씨에게 사실상 대물림을 마무리한 상태다. 현대차그룹은 이미 정몽구 회장의 외아들인 정의선(35)씨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 2세 경영에 돌입했다. 또 정몽구 회장의 셋째 사위인 신성재 현대하이스코 부사장과 정의선 사장의 사촌인 정일선 INI스틸 계열사인 BNG스틸의 부사장도 해당 회사 사장으로 올라섰다. 현대그룹 현정은 회장의 장녀인 정지이(28)씨는 현대상선 입사 1년만에 신입사원에서 대리로 승진했다가 또다시 과장으로 승진했으며 현 회장의 수행비서 역할을 톡톡히 하며 경영수업을 받고 있다. 그룹으로는 유일하게 1세대 경영을 하고 있는 롯데그룹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신격호 회장이 건재하지만 차남인 동빈(50) 부회장을 그룹을 총괄하는 정책본부장에 앉히면서 2세 경영체제로 조심스럽게 이동중이다. 롯데는 신 회장의 장남 동주(51) 부사장에게 일본 쪽을, 차남 동빈(50) 부회장에게 한국 쪽을 맡기는 방향으로 구도를 정리해가고 있다. 신세계그룹은 아들, 딸, 사위의 트로이카 체제로 후계 구도를 굳혀가고 있다. 신세계는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해 오너 이명희 회장의 사위 문성욱(33)씨를 시스템통합업체인 신세계I&C 상무로 영입했다. 문씨는 이 회장의 딸 정유경(33) 조선호텔 상무의 남편이다. 아들 정용진 부사장이 그룹의 주력사업인 유통을, 딸 정유경 상무는 호텔을, 사위는 IT부문을 맡는 구도다. CJ그룹은 고 이병철 삼성그룹 창업주의 장손 이재현(45) 회장 체제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CJ그룹은 이 회장과 이 회장의 외삼촌인 손경식 회장이 공동 경영하고 있는데, 최근 손 회장이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하면서 사실상 실무는 이 회장이 도맡게 됐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부회장이 엔터테인먼트와 CGV, CJ미디어 및 CJ아메리카를 총괄하고 있지만 이 회장을 중심으로 그룹이 운영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애경그룹은 장영신 회장의 막내아들 채승석(35)씨를 부사장에서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시키면서 2세 경영에 들어갔다. 애경그룹은 현재 장남 형석씨가 부회장으로 그룹을 실질적으로 이끌고 있으며 차남인 동석씨는 애경백화점을 2003년 물려 받아 운영중이다. 큰 딸인 은정씨는 애경 마케팅지원부문 상무를, 남편인 안용찬씨는 애경 사장을 맡고 있다. LS그룹은 그룹 공식 출범에 앞서 이미 구태회, 평회, 두회 명예회장의 아들들인 구씨 일가 2세 경영진을 전면 배치했다. 대한항공은 조양호 회장의 장녀인 조현아 기내판매팀장을 차장에서 상무보로 두 단계나 승진시킨 데 이어 미국 유학중인 장남 조원태 경영기획팀 차장을 부장으로 승진시켰다. 한국타이어 조양래 회장의 차남인 마케팅본부 조현범 상무도 전략기획본부 부사장으로 전격 승진했다. 2004년 상무 승진 이후 2년 만이다. 주방가구업체 에넥스도 창업주 박유재 회장의 차남 진호씨를 신임 사장으로 선임했으며, 한국도자기도 김동수 회장의 차남 영목씨를 리빙한국 대표이사로 발령냈다. 호랑이를 낳았을까? 반면 삼성은 따가운 외부 시선을 의식해 상무 4년차인 이건희 회장의 장남 이재용 상무를 전무 승진에서 뺐다. 이 상무는 근무 연차나 인사 고과를 따져도 충분히 승진할 수 있었지만 삼성과 삼성가를 둘러싼 여러 악재 탓에 유탄을 맞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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