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 ‘화려한 부활’ 전주곡 울리나?
현대그룹 ‘화려한 부활’ 전주곡 울리나?
  • 이훈
  • 승인 2006.08.20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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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성경영 뒤 숨겨진 카리스마 ‘현정은호’
지난 5일 금강산에서 故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도식을 마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현대건설 인수, 대북사업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현대그룹 수장으로서의 3년. 이제는 ‘안방마님’이 아닌 명실상부한 그룹총수로서의 면모를 확실히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동안 세인들의 뇌리에 박혀있던‘아내, 며느리’라는 고정관념을 확실히 타파 할 ‘최고경영자(CEO)'로의 변신에 성공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현 회장의 변화는 가장 먼저 기자간담회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막힘없는 답변과 자신감에 찬 말투는 그가 지금껏 재벌총수로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확연히 달라진 모습이었다. 이제 막 걸음마를 마친 CEO 현정은 회장의 이같은 변화가 현대그룹의 부활로 이어질지 세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3년 동안 앞만 보고 달려오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이제 주위를 돌아볼 여유가 생겼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이 그룹의 ‘화려한 부활’을 예고하고 나서 이목을 끌고 있다. 지난 2003년 8월, 남편 故 정몽헌 현대아산이사회 회장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그룹회장에 취임한지 만 2년 10개월, 현 회장은 그룹총수로의 ‘확실한 변신’에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아픈 만큼 성숙(?)해진 ‘회장님’ 현 회장에게 있어 지난 2년은 그야말로 ‘내우외환’에 시달려 왔던 세월이었다. 남편의 사망, 회장 취임 직후 KCC와의 경영권 분쟁, 현대건설 인수를 둘러싼 현대중공업과의 치열한 신경전 등 그야말로 ‘아내, 며느리’의 입장에서 견디기 힘든 일들이 많았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회장 취임 3년. 현 회장은 명실상부한 현대그룹 총수로서의 면모를 구축했다. 불과 3년 전 ‘기업경영이 전무한 주부가 각가지 악재에 휩싸여 있는 현대그룹을 제대로 이끌어 갈 수 있겠는가’라는 재계 안팎의 우려 섞인 시선을 불식시킨 것. 당시 재계일각에서는 “어차피 (현대그룹을)형제 기업들이 인수하지 않겠느냐”는 극단적인 관측이 나오기도 했었다. 하지만 현 회장은 지난해 그룹계열사를 모두 흑자로 이끌며 내실 있는 성장을 이뤄냈다. 또한 그룹의 주력사업인 대북사업까지 직접 총괄하고 나섰다. 비록 사회 전반적으로 형성된 동정여론과 국내 경영여건의 호전 등이 호재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지만 현 회장만의 경영방식이 현대그룹 부활의 초석이 됐다는 게 재계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여기에 현 회장의 “경험이 없다는 것과 경영능력이 없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라는 말처럼 그는 가정주부에서 그룹총수로의 성공적인 변신을 마친 것이다. 사실 현 회장에게도 그 누구보다 배짱 두둑한 기업인의 피가 흐르고 있다. 단지 ‘현대가의 며느리’로 굳어진 인식이 세간의 현대그룹을 향한 불안한 시각을 갖게 만든 ‘선입견’적인 측면이 강했던 것도 사실이다. 현 회장의 조부는 호남은행을 설립한 현준호씨, 현대상선이 흡수한 신한해운은 현 회장의 부친 현영원씨가 운영하던 회사였다. 현 회장의 외가 역시 기업경영가이긴 마찬가지다. 외조부인 김용주씨는 전방그룹의 창업주이며, 김창성 전방그룹 명예회장이 바로 현 회장의 외삼촌이다. 결국 현 회장의 친가, 외가 모두 경영가 집안이었던 것. 현 회장은 그룹의 위기 때마다 특유의 통찰력과 뚝심을 발휘해 어려움을 정면 돌파해왔다. 현 회장 취임 당시 2천300억의 적자에 시달리던 현대그룹은 2004년 매출 6조7천억원, 이익 5천80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경영으로 전환됐다. 취임 1년만의 일이다. 지난해 현대그룹의 순이익은 총 7천400억원에 달하고 있다. 그룹총수가 계열사 경영에 일일이 참여하는 방식이 아닌 전문경영인제 도입이라는 현 회장의 경영스타일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다. 현 회장은 그룹총수로서 윤리경영, 지속가능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수행하며 기업경영의 효율성을 높였다는 평가다. 계열사 최고경영자에게 전권을 준 뒤 시시콜콜 간섭을 하지 않는 현 회장의 경영전략이 주효한 셈이다. 그룹총수의 이러한 경영방식이 계열사 CEO들에게는 오히려 ‘무언의 압력’으로 느껴지고 이는 결국 책임경영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그룹계열사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여기에 남성적인 조직문화로 유명한 현대그룹에 현 회장의 감성이 접목되면서 커다란 시너지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 회장은 오는 2010년까지 현대그룹 전체 매출액 20조원을 달성, 재계 10위권 진입은 물론‘과거의 영광’을 재현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처럼 빠른 변화에도 불구하고 재계일각에서는 현 회장에게 ‘눈물경영’‘편지경영’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기도 했다. 바로 사내 통신망에 현 회장이 직접 글을 올려 사람들의 감성에 호소한 것을 빗대어 하는 말. 현 회장의 ‘감성적 리더십’은 비단 ‘편지경영’뿐이 아니다. 현 회장은 매년 연말 계열사 임직원에게 이메일을 통한 감사연하장을 보낸다. 지난해 6월에는 초등학생 자녀들을 둔 임직원들에게 책을, 겨울에는 임직원의 수험생 자녀에게 목도리를 선물로 보내기도 했다. 이러한 ‘감성경영’에 대한 재계의 비판적인 시각과 반대로 현 회장은 정작 남들 앞에 약한 모습을 비춘 적은 없다. 오히려 그룹총수만이 보여줄 수 있는 ‘강력한 리더십’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룹 경영권을 놓고 KCC 정상영 명예회장과 일전을 벌일 때도, 현대중공업이 현대상선의 지분을 대량 매입했을 때도 그랬다. 현 회장 스스로 “시집와서 30년, 누가 뭐래도 나는 정씨집안 사람이다”고 말할 정도로 가족에 대한 자부심과 애착을 가지고 있던 그는 가족간 벌어진 위기상황에서는 오히려 강력한 경영 방어 전략을 구사하기도 했다. 금강산에서 故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식 행사를 마친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은 이번 추모식을 계기로 정신없이 달려왔던 지난 3년을 되돌아보고 대북사업에 대한 각오를 새롭게 했다고 밝혔다. “사실 추모제라고 이름 붙이고 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음악회 분위기도 좋았고 잘 됐던 것 같아 기쁘다. 3년 만에 사진들을 찾아보며 새벽 서너시까지 직접 정리하면서 추모사진전을 준비했다.”고 밝힌 뒤 “다시 옛 생각들을 많이 했고 3년 동안 너무 정신없이 지내왔기 때문에 그동안 옛 생각을 할 겨를도 없었다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 다시 되새겨보면서 여러 가지 내가 해야 할 일들이 많구나 하는 사명감이라고 할까 대북사업도 잘 해야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더불어 현 회장은 북한 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의 남북경제협력사업에 새로운 성과를 기대한다는 내용의 조문과 북측 명승지종합개발회사의 전문 등에서 볼 수 있듯이 대북사업에는 이상이 없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특히 현 회장은 표류 중인 개성관광 본 협상 역시 문제가 없을 것으로 전망했다. “개성관광은 돌아가신 ‘몽헌’ 회장하고 북한하고 이미 합의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당연히 현대가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롯데관광에서도 개성관광에 대해 정식으로 현대측에 얘기해온 것이 없다. 앞으로 잘 풀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한 뒤 "다른 대북사업도 연계되어서 잘 될 것으로 본다. 구체적으로 시기는 확답할 수 없으나 미국과 북한이 우선 잘 풀려야하지 않겠냐."며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이어 현 회장은 “상반기 내내 현대중공업과의 경영권 분쟁으로 마음을 졸였다”며 “이제 경영권이 어느 정도 안정된 만큼 하반기에는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다 하겠다”고 덧붙였다. 그 간의 경영권에 대한 마음고생에 대해 현 회장은 이렇게 답했다. “현대상선 방어에 신경을 많이 썼다. 지분의 40% 이상을 확보했으니까 더 이상 신경을 안 써도 될 것이다. 정몽준 의원하고 얘기를 해 본 적은 없다. 앞으로 현대건설이 매물로 나온 상황이고 건설이 상선 지분의 8% 이상을 갖고 있기 때문에 건설을 누가 인수하느냐에 따라 이것이 경영권을 좌우하게 될 것이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현대건설이 현대그룹에 오리라고 확신하고 있다. 몇 달 전부터 현대건설 인수 작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건설 인수는 많이 진척되어 있다. 아직 대우건설이 마무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한 일정은 나와 있지 않다. 대우가 끝나는 대로 일정이 나올 것”이라며 향후 일정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 였다. 직접 뛰는 ‘총수’ ‘현장’에는 ‘현정은’ 현 회장은 “올해 경기에 대해 많이 걱정을 하는데 현대그룹은 상반기에 비교적 무난하게 목표를 달성했기 때문에 하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올해 목표로는 현대건설 인수가 첫째이기 때문에 현대건설 인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자신감을 표출했다. 현대그룹 수장직에 오른지 3년이 되면서 이제 조금씩 여유를 찾고 있다는 현정은 회장. 북녘 땅에서 가진 고 정몽헌 회장 3주기 추모행사로 흔들림 없는 대북사업 추진 의지를 내비치고 현대건설 인수를 통한 제2의 도약을 이루겠다는 경영목표를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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