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 두 자녀 잇단 지분 매입 눈길…교보생명·동부화재도 관심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회상 정몽윤 장남 정경선 씨와 딸 정정이 씨는 최근 현대해상 보통주 1만주씩을 장내 매수했다.
이로써 장경선 씨의 보유주식은 21만주(0.23%)로, 장정이 씨는 4만주(0.04%)로 각각 늘었다. 최대주주인 정몽윤 회장의 지분(21.9%)을 더하면 오너일가의 총 지분은 22.17%다.
아직 정경선 씨와 정정이 씨의 지분은 미미한 수준이지만 두 남매가 지속적으로 지분을 매입해 오고 있다는 사실은 향후 경영승계를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을 낳고 있다.
비단 현대해상 뿐 아니라 오너 체제 하의 보험사들 수 곳에서 경영 승계를 위한 움직임이 속속들이 감지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동부그룹 김준기 회장의 장남 김남호 씨는 동부그룹이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한 금융그룹으로의 재편할 것이라는 시나리오의 중심에 서 있다. 김남호 씨는 동부화재 지분 14.06%를 보유한 최대 주주다. 교보생명 신창재 회장의 장남 신중하 씨 역시 지난해 교보생명 자회사에 입사해 경영수업을 받기 시작했다는 관측이 나온 바 있다.
◆현대해상, 잇단 지분 매입 주목
현대해상 정몽윤 회장의 장남 정경선 씨는 특히 최근 3년 간 매년 지분을 매입하며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2006년 현대해상 주식 2만6440주를 처음으로 매입한 정경선 씨는 2007년과 2008년 5만6170주를 늘렸고 2014년 3170주, 2015년 2만주를 매입했다.
정경선 씨는 1986년생으로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사회적기업 루트임팩트의 대표로 재직 중이며 사회적 기업가의 활동을 지원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루트임팩트는 정경선 씨 주도로 지난 2012년 설립된 비영리법인이다. 정경선 씨는 루트임팩트에서 사업 아젠다 제시 및 대외협력 업무를 총괄한다.
다만 정경선 씨는 현재 현대해상 경영에 참여하고 있지는 않고, 정정이 씨 역시 결혼한 상태로 회사 경영과는 다소 무관한 삶을 살고 있다는 점은 경영승계를 논하기에 이르다는 지적도 낳고 있다. 아직 정몽윤 회장이 활발하게 경영활동을 이어가고 있고 두 남매의 보유지분 합계가 채 0.3%도 되지 않는다는 점 역시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하지만 정경선 씨는 지난 2013년 현대해상의 사회공헌사업을 주도하며 경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바 있다. 루트임팩트는 현대해상의 사회공헌 프로그램 ‘소녀, 달리다’의 기획과 운영을 담당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현대해상이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는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현대해상은 손해보험업계 2위로 지배구조 최정점에 있는 현대해상이 십 수개의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교보생명, 장남 입사 화제 불러

당시 교보생명은 “경력을 인정받아 대리로 입사했고 보험의 기본부터 배우고 있다”고 밝혔다. 신중하 씨는 미국 뉴욕 대학교를 졸업하고 외국계 금융사인 크레딧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간 근무한 바 있다.
그간 교보생명의 후계 구도는 아직까지 베일에 쌓여 왔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 2010년 사별한 정혜원 여사와의 사이에서 신중하 씨와 신중현 씨 두 형제를 슬하에 두고 2013년 신창재 회장이 22세 연하의 박지영 씨와 재혼해 업계에서는 교보생명의 후계 구도 전망에 대해 많은 관심을 보여 왔다.
하지만 신중하 씨와 신중현 씨는 물론 박지영 씨 역시 현재 교보생명 지분이 전혀 없다. 이에 장남 신중하 씨의 작은 움직임에도 업계가 지대한 관심을 보인 것으로 읽힌다. 교보생명의 최대주주는 지분 33.8%를 보유한 신창재 회장이다. 특수관계인으로 신창재 회장의 사촌동생 신인재 필링크 사장이 2.5%, 신창재 회장의 누나 신영애 씨가 1.4%, 신경애 씨가 1.7%를 보유하고 있다.
다만 교보생명은 당시 “이제 막 대리로 입사한 상황이라 경영 수업이나 승계 작업까지 논할 단계는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신창재 회장은 지난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시기가 된다면 내 자녀든 아니든 유능하고 준비된 사람이 경영에 나설 것”이라고 답한 바 있다.
◆동부화재, 장남 이미 최대주주 등극
동부화재는 동부그룹의 금융그룹 재편 움직임의 열쇠를 쥐고 있다. 이에 현재 동부화재 최대주주로 올라 있는 동부금융연구소 김남호 실장이 지난해 동부팜한농 부장에서 동부금융연구소 실장으로 자리를 옮길 때 많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동부그룹은 지난해 동부팜한농을 계열분리해 매각했다. 동부그룹은 그룹 유동성 위기 등으로 자회사들을 잇따라 매각하고 금융계열사 중심으로의 그룹 재편을 진행하고 있다.
이에 동부팜한농에서 부장을 맡고 있던 김남호 실장은 동부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동부금융연구소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의 싱크탱크로 불린다. 동부화재와 동부생명, 동부증권 등의 금융계열사들의 발전 방향과 사업전략 업무 등에 관여한다.
특히 동부화재는 동부그룹 금융계열사 중에서도 그룹의 자금줄 역할을 담당하는 핵심 자회사이자 경영권 승계의 핵심이다. 동부화재는 동부증권과 동부생명, 동부자동차보험손해사정 등 금융계열사를 지배하는 사실상의 금융지주사로 동부증권이 보유한 동부저축은행과 동부자산운용까지 지배하고 있다.
이에 동부그룹은 과거 비금융계열사의 경영권을 잃으면서도 채권단이 김남호 실장의 동부화재 지분을 추가 담보로 요구한 것을 거절하기도 했다. 김남호 실장은 지난 1994년 고등학교 시절 동부화재의 전신 한국자동차보험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을 시작으로 이후 10여년 간 동부화재 지분을 꾸준히 확보해 왔다.
결국 동부화재를 중심으로 금융그룹으로 재편될 경우 김남호 실장의 위상은 지금보다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사실상 경영 승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된 것이나 다름없다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다만 김남호 실장이 아직 동부화재 경영에 직접 참여한 적은 없다. 김남호 실장은 2002년 외국계 경영컨설팅회사 AT커니에 들어가 2년간 컨설턴트로 일한 뒤 2009년 동부제철 차장으로 입사했다. 2012년 동부제철 인사팀 부장이 됐다가 2013년 동부팜한농 부장으로 임명됐고 지난해 동부금융연구소로 자리를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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