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더불어민주당에서 김종인 비대위 대표에 대한 당 대표직 합의추대 가능성을 놓고 18일 당내 친·비노 간 계파 갈등이 지난 총선 공천 문제 등과 맞물리면서 재점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정청래 의원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컷오프’ 악연이 있는 김종인 대표를 겨냥해 대표직 추대와 관련, “셀프 공천에 이어 셀프 대표는 처음 들어보는 북한식 용어”라며 직격탄을 날렸다.
 
정 의원은 이어 “합의추대는 100% 불가능”이라며 “욕심은 더 큰 욕심을 부르고, 더 큰 욕심은 화를 부른다”고 일침을 가했다.
 
그는 또 같은 날 자신의 트위터에 올린 다른 글에서도 “더민주는 전두환 국보위식으로 북한 궤멸론 말하다가 호남에서 궤멸된 거 아니냐”며 이번 총선에서의 호남 부진에 대한 책임이 김 대표에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전날 정 의원이 자신의 트위터에 김 대표를 겨냥해 “사심 없는 시스템 공천하고 비례공천 파동없이 문재인 호남방문을 훼방 놓지 않았다면 더민주가 과반의석을 확보했을 것”이라고 밝힌 ‘김종인 호남 책임론’의 연장선상에 있는 주장이라고 할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강경 발언이 지난번 비례대표 파동 때처럼 문재인 전 대표를 위시한 친노 진영이 김 대표에 대해 압박을 넣는 것으로 비쳐져 문 전 대표의 대선 준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을 경계했는지 자신을 친노로 지칭한 언론에 대해선 “나는 친노도 비노도 아니다”라며 “내 이름 앞에 친노니 친문이니 당신들만의 해석을 떼라”고 강변했다.
 
이런 가운데 김 대표와 가까운 박영선 비대위원은 이날 김 대표를 당 대표에 추대할 가능성에 대해 “여론수렴이 조금 필요하다”면서도 “후보군 중 한 명”이라고 말해 김 대표의 당 대표직 가능성을 열어뒀다.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자신이 2년 전부터 후원회장을 맡아온 이언주 의원을 조직본부장에 앉히고, 자신의 비서실장을 지냈던 박수현 의원을 전략홍보본부장에 임명해 친노 측에선 김 대표가 당권 도전에 앞서 당내 기반을 굳히려는 사전 작업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심지어 일부 비노 인사조차 합의추대는 어렵다는 전망을 내놨는데, 정성호 의원은 이날 PBC라디오 ‘열린세상 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민주적 정당에서 가능하겠나”라며 “(당권 도전에) 의지가 있는 분들이 많이 있고 정말 개혁적이고 유능하고 준비된 후보자들이 있기 때문에 결국 경쟁으로 갈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토록 ‘뜨거운 감자’가 된 김 대표에 대한 합의 추대 문제는 현재 침묵 중인 당내 최대 계파 ‘친문재인계’가 어느 쪽에 손을 들어주느냐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만일 김 대표가 박원순 서울시장이나 손학규 전 지사, 김부겸 의원 등 다른 대선 후보들을 함께 거론하지 않고 확실히 문 전 대표를 당내 유일 대선 후보로 인정하며 대선가도를 보장하겠다는 입장을 취할 경우 문 전 대표 측이 현재 당권-대권 분리를 강조하는 국민의당처럼 자신은 대권을, 김 대표엔 당권을 인정하는 공존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반대로 김 대표가 당권 장악은 물론 자신을 견제하는 친노를 배제하기 위해 문 전 대표의 대권가도까지 방해할 경우 문 전 대표 측은 김 대표에 대한 정 의원의 공세를 방조함은 물론 마찬가지로 김 대표의 컷오프 조치에 이를 갈고 있는 친노 좌장 이해찬 의원의 복당까지 힘을 실어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이럴 경우 결국 당 내홍이 표면화되면서 더민주에 대한 여론이 악화될 수 있어 차기 대선을 의식한 문 전 대표가 더는 김 대표를 견제할 수 없을 경우에만 최후의 카드로 꺼낼 공산이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