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그룹의 아킬레스 건 현대상선의 눈물

현대증권이 KB금융그룹에 인수되면서 현대그룹의 자금난은 일부 숨통이 트였다. 그러나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그룹의 재계 순위는 열 계단 정도 내려갈 전망이어서 재계 순위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커졌다. 현대증권 매각 대금은 1조2500억906만원으로 현대그룹 운영자금 및 현대상선 유동성 자금으로 쓰일 전망이다.
◆현정은 회장의 노력, 해운업 불황이 치명타
현재 현대상선은 부채가 5조원 이상이고 영업적자도 매년 2천억 원이 넘어 가장 심각한 상태다. 정부가 구조조정 1순위로 현대상선을 꼽은 만큼 현대그룹의 ‘골칫덩어리’ 계열사로 전락했다.
오래전부터 자금난으로 매각설까지 나돌던 현대상선은 현대그룹의 주력기업으로 호황기때 전체 매출의 70%를 차지할 정도로 현대그룹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현대상선은 고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이 직접 챙긴 회사로 현대건설과 쌍벽을 이룰 만큼 그룹 내 위상이 컸다. 현대상선은 현정은 회장의 부친인 현영원 회장이 1995년까지 회장직을 수행하며 지금의 현대상선을 키웠다.
이후 현정은 회장이 경영권을 이어받아 현대그룹을 재계 순위 10위권으로 올려놓겠다는 의지로 취임 첫해 현대상선을 흑자로 돌려놓는 등 경영에서 우먼파워 저력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해운업 불황은 현대그룹의 모든 것을 돌려놨다.
현대상선의 매각설이 돌면서 재계순위도 내려앉기 시작했다. 최근 재계 순위는 22위권이다. 현대증권 매각으로 재계순위는 30위권 밖으로 밀려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대그룹 입장에선 ‘굴욕’과 같은 순위다. 매각설이 나돌 때 현정은 회장은 사업부와 자산을 매각하고 유상증자를 통해 3조원 이상의 자금을 마련하고 현대상선을 이끌어왔다.
◆‘골칫덩이’ 현대상선, 실낱같은 희망은…

그러나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면서 만기 도래되는 차입금 상환이 어려워지자 현대증권 매각이라는 카드로 위기를 돌파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환경이 녹록치 않아 경영이 정상궤도로 돌아올지는 미지수다.
현재 현대상선이 현대그룹 자금난의 발목을 잡은 것은 용선료다. 용선료는 배를 빌리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이다. 1997년 외환위기 시절에 배를 팔아 해외 선주사로부터 배를 빌리는 용선방식으로 경영방법을 선회했는데 이것이 직격탄이 됐다.
당시 용선료는 지금 시세에 비해 5배 이상 비쌌다. 세계 해운경기가 호황시절에는 문제 될 것이 없지만 장기 불황에 빠지면서 호황 때 맺은 용선료가 적자수렁의 주범이 됐다.
문제는 해운업이 장기불황에서 탈출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불황이 장기간 지속되면 현대상선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이런 우려는 한국거래소가 20일부터 4월4일까지 매매거래를 정지한다는 공시 내용 발표로 이어졌다.
지난 3월 주주총회에서 현대상선은 상장폐지를 막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7대 1 감자를 단행했다. 감자 단행 이후 통상적으로 주가는 상승세를 타는 게 일반적 현상이지만 현대상선의 섣부른 판단이 현재로선 불가능한 상황이다.
현대상선과 해외 선주 간 용선료 협상 결과는 늦어도 다음 달 초에 나올 예정이다. 용선료 협상이 실패하면 유 부총리가 발언한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현대상선의 앞날은 용선료 협상 타결 여부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현재로선 법정관리 보단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하는 방안이 유력하게 거론되고 있지만 산업은행은 “전혀 결정된 바 없는 사실”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업계선 KDB산업은행 자회사 편입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현대엘리, 현대그룹 ‘기둥’…현대아산 앞날 ‘불투명’

현대엘리베이터는 지난해 1조4000억 원의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시장점유율도 50%를 돌파했다. 현대상선이 KDB산업은행 자회사로 편입할 것이라는 소식에 주가도 연일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대엘리베이터는 최근 세계화 선포식을 갖고 매출규모를 2030년 3조6000억 원으로 늘린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해외매출 비중도 늘린다. 해외매출을 전체 매출 72%로 확대 글로벌 시장 개척에 나선다. 이에 해외법인 설립을 위해 사우디아라비아, 터키, 인도 등 10개 우선국가를 선정해 매년 2개씩 2020년까지 10개 법인 신설을 추진키로 했다.
장병우 현대엘리베이터 대표는 세계화 선포식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에 필요한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해외시장 공략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효율적 운영체계와 제품 경쟁력 강화를 최우선으로 꼽았다. 이를 통해 장기 경영 목표인 글로벌 Top 7 진입 목표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엘리베이터의 이런 자신감은 현대증권 매각으로 현대상선 리스크에서 벗어났다는 증거다. 또한 매년 실적이 상승세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1565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14년에도 133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해 실적이 상승세다.
증권가에 따르면 국내 주택분양 호황에 따른 효과로 앞으로 2년간은 실적이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올해 매출은 1조5천 원대, 영업이익은 1700억원대로 추산됐다. 지난해 현대엘리베이터의 실적을 견인한 것은 국내 주택분양 물량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반면, 현대그룹의 한축을 담당하고 있는 현대아산은 앞날이 불투명하다. 북한리스크가 현대아산의 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다. 몇 개월 전 정부가 개성공단 가동 중단을 선언하고 북한이 개성공단 자산을 전면 동결한 게 고스란히 실적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업계선 현대아산 피해 액수만 연간 300억 원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게다가 추진했던 건설업도 수익이 기대만큼 높지 않아 개성공단 운영이 재개되지 않는 한 당분간 실적개선은 어려운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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