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성기업 노사 갈등, 또 도돌이표 되나
유성기업 노사 갈등, 또 도돌이표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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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노조 무효 판결 이후 제3노조 설립 접수…끝없는 법적 공방 우려
▲ 유성기업에 어용 노조 의혹을 받던 제2노조의 효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제3노조가 출범할 조짐이 감지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 시사포커스 / 김종백 기자 ] 현대차 1차 협력업체 유성기업에 어용 노조 의혹을 받던 제2노조의 효력을 법원이 인정하지 않은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제3노조가 출범할 조짐이 감지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는 모습이다.

21일 노동계에 따르면 최근 유성기업 새노동조합이 안모 씨를 대표자로 해 고용노동부 천안고용노동지청에 설립 신고서를 접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앞서 법원에서 무효 판결을 받은 유성기업노조(2노조)의 대표자다.
 
앞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금속노조가 유성기업 및 유성기업노조를 상대로 낸 노조설립 무효확인 소송에서 노조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한 바 있다. 무효 판결을 받은 노조의 대표자가 그대로 제3의 노조를 설립하겠다고 나선 셈이다.
 
노동계에서는 사측이 제3의 노조 설립에 개입한 것 아니냐는 의심을 보내고 있다. 반면 안 씨는 금속노조가 법원 판결이 최종적으로 확정되지도 않았음에도 노조를 흔들어 새로 설립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고용노동부의 인가가 내려질 경우 오랜 시간을 끌어 온 유성기업의 노사 갈등은 유사한 형태로 지리한 싸움을 다시 반복할 것으로 전망된다.
 
◆2노조 무효 판결 후 3노조 설립 또 논란
현재 유성기업 아산·영동공장에는 노조가 두 개가 있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와 ‘어용노조’ 의혹을 받고 있는 유성기업노조다. 각각 300명 정도의 규모다.
 
하지만 이번에 3노조가 설립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2노조 중 110명 정도가 3노조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원장도 사무국장도 동일하다.
 
안 씨의 설명대로 3노조는 지난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이 2노조의 설립이 무효라고 판결하면서 출범하게 된 것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재판부는 당시 “유성기업노조는 설립 자체가 유성기업이 계획해 그 주도하에 이뤄졌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설립 이후 조합원 확보, 조직 홍보 및 안정화 등 운영이 모두 유성기업의 계획하에 이뤄졌기 떄문에 회사에 대해 자주성·독립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이에 아직 대법원 확정판결이 내려진 것은 아니지만 위법 판결이 내려졌음에도 3노조 설립 움직임이 추진되면서 노동계는 사측의 개입을 다시 한 번 강하게 의심하고 있다. ‘꼼수’를 쓰고 있다는 얘기다.
 
금속노조 상급단체인 민주노총은 “유성기업 3노조는 이름만 바뀌었을 뿐 불법 판정을 받은 2노조를 다시 만든 것이나 다름없다”면서 노동부가 3노조 설립 신고를 반려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는 위원장과 사무국장이 동일인이라는 것만으로는 바로 반려해야 할 사유라고 보기 힘들다는 입장이라 향후 판단 결과에 따라 파장이 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일단 설립신고서를 검토해 보완·반려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안 씨는 금속노조가 2노조 조합원에게 소속을 변경하라는 압박이 심해져 3노조 설립을 결심했고 사측의 개입 때문이 아니라 2노조 조합원들이 자주적으로 결정한 것에 따른 행동이라고 설명했다.
 
▲ 현재 노사는 손해배상 소송, 해고무효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사진 / 시사포커스DB
◆소송전 장기화로 끝없는 노사 갈등
유성기업의 노사 갈등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금속노조 유성기업 지부는 사측과 2011년 주간 연속 2교대제 도입을 추진하기 위해 협상했지만 당시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이에 노조 측은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를 관철시키려 쟁의행위를 벌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사측이 직장폐쇄로 맞서면서 갈등이 극대화됐다.
 
노사 갈등이 격화되면서 유성기업은 ‘노조 파괴’ 등의 혐의를 받았던 노무법인 창조컨설팅에 자문, 제2노조를 출범시키라는 제안을 받았고 이를 실행했다. 창조컨설팅은 유성기업 자문과 관련해 노무사 자격을 상실당하고 부당노동행위 방조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다.
 
같은 해 유성기업에는 사측 주도의 2노조가 설립됐고 노조에 가입하지 않았던 관리직 사원들까지 가입, 지방노동위원회에서 사내 과반수 노조로 인정받기에 이르렀다. 당시 사측은 2노조에 가입하는 노조원들에게는 임금 협상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겠다고 제안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영진들이 근로자와 개별 면담을 통해 2노조 가입을 종용하기도 했다.
 
법원이 최근 처음으로 2노조가 사실상 사측이 개입해 만들어진 노조라고 판단하고 임금 및 단체협약 등이 모두 무효라고 판시하면서 상황이 역전될 조짐이 감지되기 시작했지만 결국 3노조의 설립이 인가될 경우 노사 갈등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갈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노사는 손해배상 소송, 해고무효 소송 등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내려진 손해배상 소송 선고에서 2심 법원은 노조원들이 사측에 10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을 내려 노조 측이 강력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또한 대전고등법원에서는 현재 유성기업 근로자 11명의 해고무효확인소송 항소심이 진행되고 있다. 이들은 2011년 장기파업과 공장점거 등으로 해고됐다가 해고무효 소송에서 이겨 복직한 이들 중 재차 해고된 근로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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