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계 권철현 상임고문, 차기 비대위원장에 ‘한화갑 추대론’ 솔솔

호남 출신으로 한 때 ‘리틀 DJ’라고까지 불린데다 과거 민주당 등 현재 야권의 전신인 정당에 주로 투신해왔던 인사인 만큼 일각에선 의외의 인물이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 후보로 거론됐다고 의아해 할 수도 있겠지만 지난 18대 대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선언하는 등 정파에 구애받지 않고 소신껏 행동하면서도 여야를 아우르는 몇 안 되는 정치인으로 손꼽히고 있어 오히려 당내 계파 갈등이 이어지고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어 있는 지금 같은 상황에선 어느 누구보다 비대위원장에 적합한 인물로 평가되고 있다.
이렇듯 새누리당 내에서 벌써부터 일고 있는 ‘한화갑 추대론’이 결국 현실화될 경우 호남의 전폭적 지지를 받고 있는 국민의당과의 공조도 가능해질 수 있어 현재 형성되어 있는 더민주-국민의당 사이의 야권 연대라는 구도를 깨고 보다 역동적인 정국 구도를 만들어 낼 것으로 관측된다.
◆ 與 비대위원장직, 한화갑 추대 효과는?

최근 있었던 20대 총선 직후 새누리당에선 선거 패배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친박계인 원유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에 추대된 데 대해서 강한 반발이 일어났는데, 이에 원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맡지 않고 차기 원내대표에게 권한을 이양하겠다고 일단 물러나면서 대신 김황식, 정운찬 전 국무총리나 당 상임고문인 김수한 전 국회의장, 6선의 강창희 의원, 조순형 전 의원 등 여러 후보군이 거론돼 왔다.
이런 가운데 당 지도부는 ‘원유철 비대위’ 퇴진을 주도했던 새누리당혁신모임의 주장을 대체로 수용해 오는 26일 ‘당선자 워크숍’에서 원내대표 경선을 위한 선관위를 구성하고 내달 3일 차기 원내대표를 선출해 차기 당 대표가 선출되기 전까지 비대위원장직도 겸임하는 것으로 우선 추진하고 있다.
다만 오는 26일 열릴 당선자 총회에서 원내대표 선출 및 비대위원장 겸임 등을 두고 계파 간 이해관계에 따라 의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도 높아 차기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하기보다 차라리 계파색이 옅은 외부인사를 영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할 유력 후보로는 친박계에선 홍문종, 유기준 의원이, 비박계에선 심재철, 나경원 의원이 꼽히고 있는데 비대위원장직까지 경선에서 뽑힌 원내대표가 겸직하게 될 경우 결국 어느 한 쪽이 불복하고 계파 갈등을 더 확산케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특히 당외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추대해야 한다는 주장은 더불어민주당(당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전 대표가 계파 간 내분으로 부정적 이미지 일색이었던 당을 김종인 비대위 대표를 데려와 한순간에 뒤바꾸고 위기상황을 넘길 수 있었다는 점에 착안해 당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다.
과거 전두환 정권 시절 국보위에 참여한 경력이 있고 박근혜 대선 캠프에서 국민행복추진위원장과 새누리당 비대위원까지 지내 일견 여권 인사로 분류될 만한 김 대표를 문 전 대표가 더민주의 비상대책위원회 대표로 영입함으로써 좌편향된 강경 친노 운동권 정당이라는 이미지가 상당히 완화되어 중도 성향의 무당층 지지를 회복할 수 있었으며, 당권을 놓고 친노·비노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당내 상황도 어느 계파에도 속하지 않는 외부 영입인사인 김 대표가 수장이 되면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비추어 한 총재가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될 경우 여권 내 계파가 없는 야권 출신 인사인 만큼 적어도 비대위원장직을 둘러싸고 벌어진 친·비박 간 계파 갈등이 수그러들 것이고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직이 겸직되지 않아 원내대표 경선에서 어느 한 계파가 승리하더라도 당권을 모두 손에 쥐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게 돼 ‘균형과 견제’의 구도를 이룰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한 총재가 새누리당을 이끌게 될 경우 호남과 영남으로 첨예하게 대립했던 지역감정을 해소하는 단초로 작용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비록 이번 총선에서 2석을 얻는 것에 불과했지만 호남에서 새누리당 의원이 배출되는 빈도가 과거에 비해 조금씩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 만큼 호남의 정치적 거두인 한 총재를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직에 추대하게 된다면 호남과 영남 간 간극은 한층 더 좁혀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 한화갑, ‘비대위원장 추대’ 가능성 있나
그렇다면 왜 야권 인사들 중 한 총재가 꼽혔는지, 또 과연 추대될 가능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도 살펴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가장 먼저 당 비대위원장직에 ‘한화갑 추대’ 주장을 펼친 이는 새누리당의 비박계 권철현 상임고문인데 22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당 내외를 가리지 않고, 여야를 가리지 말고 정말 당을 심기일전해서 살려낼 사람을 뽑아야 한다”며 “한화갑 의원 이야기도 나오고 몇 사람 이야기가 나오던데 가능하지 않을까. 그런 큰 매스를 대야 하지 않겠느냐”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권 고문은 이어 “지금까지 친박, 진박 운운하면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은 당 지도부에서 일체 다 빠져라. 그 중 어떤 사람이 모이면 또 친박끼리 모이게 되고, 그걸 규탄하는 비박이 모이고 그러면 지금까지의 진영싸움이 계속되는 것 아니냐”라며 “야당 출신이라도 새누리당을 지금 살려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사람이 있다면 모셔 와야 한다”고 강조해 한층 한 총재 추대론에 힘을 실었다.
앞서 한 총재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김 전 대통령 재임 시기 민주당 대표를 지내면서 현재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과 큰 충돌 없이 정국을 안정적으로 화합하며 운영해 일찍이 민주당 원내총무 시절엔 당시 한나라당 원내총무였던 박희태 의원으로부터 “한 총무는 이름 그대로 화(和)에는 갑(甲)이라라고 생각한다”는 찬사를 들었을 정도로 정치권 내 ‘화합의 아이콘’으로 대표된 바 있다.
특히 한 총재의 정치 역정 중 가장 극적인 장면은 지난 2012년 12월 6일 18대 대통령으로 새누리당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하겠다고 전격 선언한 부분이다.
한 총재는 김 전 대통령 집권 이전까지 오랜 야당 생활을 해온데다 민주당 출신의 호남 거두로서 자신이 당시 여당이자 영남으로 대표되는 새누리당의 대선 후보를 직접 지지하기란 아무래도 어려운 일이었고, 자칫하면 호남으로부터 완전히 외면 받을 수도 있는 만큼 정치적 명운이 걸린 중대한 결정이었다.
하지만 여야를 막론하고 항상 추구해 온 화합의 정치와 소신을 저버리지 않는 자세를 지켜 온 그였던 만큼 새누리당 친박계 중진 의원임에도 평소 친분이 있었던 서청원 의원의 삼고초려 끝에 당시 대선을 앞두고 첨예하게 반분된 민심과 정치권의 화합을 이루기 위한 차원에서 쉽지 않은 결단을 내렸다.
물론 당시 박근혜 대선후보를 지지하기로 결정했던 동교동계 인사들로는 한광옥, 김경재 등도 꼽을 수 있지만 정치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나 ‘화합’이란 이미지는 한 총재에 비할 바가 못 된다.
또 자신은 항상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으로 지지자들에게 자신감을 주면서도 상대 당에 대해 거침없는 독설까지 퍼부어 좋게는 카리스마, 나쁘게는 독선적 이미지로 굳어진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와 달리 온화하고 중재를 도모하는 성향을 띤 한 총재의 리더십은 현재 친노 주류와 결국 갈등을 겪고 있는 김 대표처럼 부작용을 일으키게 될 가능성도 거의 없는데다 당권 투쟁 중인 더민주의 김 대표와는 대조적으로 비쳐져 한 총재 본인은 물론 새누리당의 이미지도 긍정적으로 전환시킬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지고 있다.
이밖에 20대 국회는 여권에 불리한 여소야대 형세라는 점은 물론 3당 체제로서 타협과 화합이라는 ‘협치’를 바탕으로 정국을 운영해 나가야 하는 만큼 새누리당을 공공의 적으로 삼고 있는 더민주와 국민의당에 모두 접점을 갖고 있는 인사가 여당 내에도 필수불가결한데 동교동계인 한 총재의 정치적 후배들이 야권 내에 다수 포진해 활동하고 있는 만큼 한 총재가 새누리당의 비대위원장직을 맡게 되면 야당과의 매개 역할은 물론 주요 쟁점법안 처리에 있어서도 긍정적 결과를 도출해 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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