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위 선출’도 차기 원내대표로 공 넘어가

이날 워크숍에선 총선 패배에 대한 자성과 더불어 그동안 쌓인 계파 갈등을 완화할 방편으로서 차기 원내대표직을 ‘표 대결’이란 경선 방식이 아니라 추대하는 방향으로 가능성을 알아보고 비대위원장직 역시 외부 인사 영입 가능성에 대해 타진해보고자 했으나 오랜만에 한 자리에 모인 친·비박 의원들끼리 언성을 높여가며 계파 갈등으로 쌓였던 앙금을 여전히 드러내면서 갈등을 수습하려던 이 같은 방안들은 별 다른 빛을 보지 못했다.
또 각 계파를 대표하는 차기 원내대표 후보들 역시 당권 도전에 대한 의지를 뚜렷이 하고 있어 계파 갈등을 불식시키기보다 총선 책임론과 맞물려 어느 한 쪽이 경선을 통해 몰락하는 상황에 이르러야만 결판이 날 것으로 보여 오는 3일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 이후 후폭풍이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이번 워크숍에서 친박계 좌장이자 8선의 원내 최다선 의원인 서청원 전 최고위원이 직접 나서 총선 패배를 계기로 친박계 2선 후퇴 필요성을 암시하는 등 친박계가 물러날 가능성도 엿보여 계파 갈등을 잠재우고 당이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 비박계 맹공 속 ‘친박, 2선 후퇴론’ 급물살
이날 국회에서 열린 당선인 워크숍은 오전 10시부터 1시간여 동안 공개한 뒤 3시간여 동안 비공개로 진행됐는데, 주요 내용은 총선 참패 원인 규명 및 향후 당 운영 방안에 대한 것으로 그 중 가장 민감한 총선 패배 책임을 따지는 데 있어선 친·비박 계파 갈등이 재점화 됐다.
이날 토론에서 비박계로는 권성동, 김영우, 김용태, 황영철 의원 등이 나섰고, 친박계에선 이장우, 김태흠, 박대출 의원 등이 나서 무려 20여명의 의원들이 격론을 벌였는데 친박계가 주로 총선 패배에 대해 공동책임론을 펼쳤다면 비박계는 친박계가 2선으로 물러나야 된다고 강력히 압박했다.
이날 포문을 연 비박계 인사 중에서도 이번에 3선에 오른 이종구 당선인은 친박계 핵심이자 이번 총선에서 승리했을 경우 당 대표로까지도 가능성이 높았던 최경환 의원을 겨냥해 “최 의원이 최고로 잘못했다. 박종희 전 의원처럼 삼보일배도 하고 삭발해라”라며 “친박, 진박 다시 어떤 당직에 나올 생각 말고 꿈도 꾸지 마라. 나선다고 되지도 않는다”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 당선인은 이어 “민생안정에 실패하고 진박마케팅에 전념한 최경환 전 부총리는 책임이 크다. 친박이 대통령의 눈귀를 상당히 가렸다”며 “이런데도 선거 책임 양비론이 나오고 있다. 말도 안 된다”라고 친박계를 맹렬히 질타했다.
그러면서 그는 친박계 핵심인물로서 욕설 파문으로 새누리당의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 뒤 당선돼 복당을 기다리고 있는 윤상현 의원에 대해서도 “윤 의원 막말 사건은 오만함의 절정을 보여준 사전으로 복당 이전에 진상을 밝혀야 한다”며 “이 사건 제대로 털고 가지 않으면 내년 대선에 영향을 줄 것이다. 국민들은 윤 의원의 복당엔 관심 없고 누구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관심이 있다”고 꼬집어 친박계를 더욱 몰아붙였다.
이날 워크숍에 불참한 김무성 전 대표의 측근이자 비박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의원 역시 총선 책임론을 내세워 “어떻게 이런 무참한 일이 벌어졌는지 낱낱이 밝히는 것이 일의 순서”라며 “지금 우리를 유혹하는 민의 왜곡의 방편과 꼼수는 한 치 앞도 못 보고 제 무덤을 파는 일”이라고 친박계를 비판하고 나섰다.
여기에 비박계 의원이자 새누리당혁신모임의 일원으로서 쇄신파로 꼽힌 황영철 의원 역시 “책임있고 잘못이 있는 사람이 그에 합당한 처신을 해야 한다”며 친박계를 향한 공세에 힘을 보탰다.
여기에 친박계 맏형이라는 서청원 의원까지 나서서 “젊은 마음으로 당을 새로운 지도부가 이끌어나갈 때 당이 집권여당으로서 마지막 역할을 할 수 있지 않겠나”라며 “이 시점에 맞는 우리 당 인재가 나서 야당과 대화와 타협을 통해 상생하는 그런 인물로 앞으로 원내대표와 당 대표를 채울 때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해 ‘친박계 2선 후퇴론’으로 기울어진 것 아니냐는 해석까지 나왔다.
◆ 친박, ‘공동책임론’ 내세워 맞불
이런 분위기에 따라 절체절명의 상황에 처한 친박계 의원들은 국면 전환을 시도했는데 그 중에서도 이번에 재선에 성공한 김태흠 의원이 그 선봉에 섰다.
김 의원은 먼저 총선 책임론을 일축하려는 듯 “누구에게 책임 떠넘기는 건 우리 당의 미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우리 모두 책임이 있고, 주연은 김무성 대표, 조연은 이한구 공관위원장을 비롯한 공관위원들이다”라고 규정했다.
특히 그는 “책임을 져야 하는 사람, 첫째는 김무성이 당 대표 아니냐”라며 “(총선) 끝나고 어떻게 했냐. 야반도주 한 거 아니냐. 국민에 진정성 있는 사죄 메시지 보냈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또 김 의원은 최근 급부상한 쇄신파에 대해서도 날을 세웠는데 “선거 끝나자마자 상처 난 당에 책임론 이야기하며 총질이나 하는 꼴”이라며 “선진화법으로 4년 내내 국정 발목 잡히게 한 부분들에 원죄 있는 사람들이 지금 누구를 비판하며 쇄신 운운하는가”라고 일침을 가했다.
같은 친박계인 박대출 의원 역시 ‘공동책임론’을 들고 나와 “네 탓 반성 말고 우리 탓 반성하자. 가짜 반성 말고 진짜 반성해라”라며 “급조 혁신이나 보여주기식 혁신 말고 진짜 혁신 정도 혁신하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직 ‘추대’ 가능성 역시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호응에도 불구하고 차기 원내대표 경선 출마 후보들의 냉대 속에 급격히 잦아들었다.
현재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인물들은 모두 4선 의원인데 비박계에선 나경원, 친박계에선 홍문종, 유기준, 정진석 등이 출마할 것으로 알려졌다.
원내대표는 이번 총선을 통해 당내 다수를 이룬 친박계에서 배출해낼 가능성이 있지만 총선 패배 상황에서 당권을 노리는 것이 자칫 역풍을 부를 수 있단 판단에 상당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인 만큼 비박계가 의외로 선전할 여지도 없지 않다.
다만 양측 계파 간 대립이 첨예하게 이어지고 있는 만큼 친박계나 비박계 색채가 강한 인사보다는 계파색은 옅고 지역색이 강한 정진석 의원이 꼽힐 가능성도 높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래서인지 추대보다는 경선이라는 대결을 통해 친·비박 양측 간 신경전에 종지부를 찍으려는 목소리가 상당했는데 쇄신파 황영철 의원은 “원내대표 합의 추대에는 반대다. 각자 당을 어떻게 끌고 갈지 혁신 방안을 분명히 밝히고 각자 선택하게 하는 투표가 좋다”고 말했고, 같은 비박계인 김성태 의원도 “합의추대는 안 된다. 반대하는 사람이 더 많다”면서 “경선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친박계도 일부 비슷한 입장을 내놨는데, 박대출 의원은 “원내대표를 추대할 주체가 없다”고 선을 그었고,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하려는 친박계 핵심 홍문종 의원도 “어차피 당이 추대 안 해도 건강한 모습으로 국민들에게 비칠 수 있어 추대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원유철 대표 권한대행은 경선 후폭풍으로 계파 갈등이 재발될 부담이 있음에도 오는 3일 원내대표 경선을 예정대로 치르기로 뜻을 모았고, 또 다른 쟁점 사안이었던 비대위원장직에 대해선 1달 정도 임기의 비대위원장에 외부 인사가 도전하겠느냐며 ‘외부 영입론’을 일축하고 원내대표와의 겸직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결국 신임 원내대표 선출과 별개로 비대위원장을 선출하기로 우선 결론 났다.
하지만 원 대표 권한대행은 “차기 원내대표가 당무를 결정하는 권한 대행인 만큼 오늘 당선인들로부터 들은 얘기를 바탕으로 충분히 판단할 것”이라고 설명해 실제로는 비대위원장 선출 문제를 차기 원내대표에 넘긴 것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처럼 새누리당이 총선 패배에도 불구하고 계파 갈등을 수습하지 못하는 가운데 3일 진행될 차기 원내대표 경선 결과가 양 계파에 상당한 파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를 통해 여권 내 힘의 구도가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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