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정부와 지자체가 수 십여 년 동안 관행적으로 유지해 오던 규제 중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거나 개정해 국민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경제 활성화를 추구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갈수록 더욱 힘을 얻고 있다. 대통령의 의지에 따라 중앙 정부는 규제 개혁에 적극 나서 왔고 실제 각 분야에서 적지 않은 성과가 창출되고 있기도 하다.
하지만 대통령의 목소리가 지방까지는 닿지 않는 것인지 지자체들의 규제 개혁 움직임은 여전히 지나치게 소극적이다. 지자체는 규제가 실제 집행되고 시행되는 현장이고 주민들에게 직접적으로 대민 행정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 기관인데 여기서 규제 개혁이 적극 이뤄지지 않는 경우 결국 대통령의 규제 개혁 목소리는 공염불에 그칠 수밖에 없다.
실제 법규가 개정되면 중앙정부 규제의 세부 사항은 지자체에 위임되는 경우가 많다. 지자체는 위임받은 권한 내에서 조례와 규칙 등의 자치법규에 세부사항을 규정하게 된다. 하지만 법규 개정의 취지가 잘 반영되지 않는 일은 물론이고 심지어 위임 범위를 벗어난다거나 반영이 아예 안되는 경우까지 있다. 믿기지 않겠지만 사실이다.
실례로 입간판 설치를 허용해 달라는 건의를 정부가 수용해 옥외광고물 관리법 시행령을 개정했지만 일부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된 조례를 제정하지 않아 주민들이 규제 개혁의 효과를 체감하지 못하는 일이 일어나기도 했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지자체와 지방의회의 야합을 통해 규제 개혁 사항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는 일도 있다고 한다.
정부로서는 속이 탈 노릇이다. 많은 준비 끝에 가까스로 국회와 조율을 마쳐 시행하기로 한 규제 개혁들이 정작 일선 기관에서 반영이 안 된다면 아무 의미가 없는 일 아닌가. 올해 초 한 지자체에서 지역 내 주요 기업 500여곳을 상대로 조사했더니 상당수 기업들이 규제 개혁을 잘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온전히 지자체 탓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지자체가 규제 개혁에 적극 동참했더라면 이런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결국 심각성을 인지한 정부가 팔을 걷고 나섰다. 2년 전 5만건이 넘는 지자체 규제에 대해 정부는 ‘지방규제개혁 추진단’을 설치하고 규제 개혁의 총괄 기능을 맡겼다. 전수조사로 불필요한 규제를 발굴해 시·도의 지방규제 개선위원회에 상정하고 해소한다는 방안이었다. 채찍을 가한 셈인데 사실 큰 성과는 없었던 것으로 평가된다. 이에 이달 초 정부는 당근을 꺼내들었다. 지자체가 지방규제개혁완화를 위해 ‘사전컨설팅 감사’를 요청하고 이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면 중앙부처의 감사를 면제하는 제도다. 이 방안은 내달 경 공포돼 시행될 예정이다.
사전컨설팅 감사는 시·도가 각종 인허가를 내릴 때 기업들의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규제 완화를 시도할 경우 정부가 각종 규정에 위반되지 않는지를 미리 체크해주는 제도다. 채찍을 가해도 소극적으로 대처할 뿐이니 결국 먼저 규제 개혁에 나서면 감사를 면제해주는 당근을 주겠다는 얘기다. 정부가 앞서 사전컨설팅 감사 제도의 활성화를 꾀한 결과 갈수록 실적이 늘어나고 있다고 하니 기대를 걸어볼 만한 것 아닌가 싶다. 위에서 규제 개혁을 외쳐도 아래에서 호응해주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지자체들이 좀 더 적극적으로 규제 개혁에 동참해 주길 바란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