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쪽에선 계파 갈등을 우려해 외부 인사 영입 주장을 펴고 있고, 다른 쪽에선 계파성은 옅으면서도 당 상황을 잘 아는 당내 전직 원로를 추대해야 한다며 내부 인사론을 주장하고 있는 등 의원들 간에 좀처럼 접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선 시간만 보내며 각자 주장만 난무할 게 아니라 당이 어려운 시기인 만큼 각 계파의 대표라고 할 만한 인물이나 전임 최고위원, 중진 등이 머리를 맞대고 시급히 검토해야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이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을 선임하는 데에 있어 가장 고려해야 될 부분은 크게 3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먼저 이번 총선 참패의 근본적 원인이 됐던 당 화합 문제다. 친박과 비박 간 계파 갈등으로 선거에서 패배한 만큼 화합능력을 우선적으로 갖춰야 하는 것은 물론 계파색이 없으면서도 계파 갈등을 제압하고 당을 이끌 만한 강력한 카리스마와 리더십을 가진 인물이 비대위원장이 돼야 한다.
두 번째로는 20대 국회에선 야당과의 협치가 정국 운영의 주요 관건이 되는 만큼 야권에 밀리지 않을 비대위원장을 선출해야 한다.
특히 원내 지도부 구성까지 이미 마친 국민의당에선 원내대표직을 이번까지 3번째 맡게 됐으며 김대중 전 대통령 측근으로 활동해 온 정치 9단의 박지원 의원이 진두지휘하고 있어 새누리당은 이에 맞설 정치력을 가지고 있는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의 김종인과 문재인 측 전략을 꿰뚫는 인물이 나서야 한다.
또 비대위원장도 향후 당 지도부와 6자 회동이나 당정청 회동에 함께 동참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만큼 이런 역량을 갖춘 인물이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셋째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 성공을 기원하고 도움을 줄 수 있으면서도 맹목적인 예스맨이 아니라 경우에 따라 소신 발언도 할 수 있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뽑혀야 한다.
아울러 더민주와 국민의당이 서로 호남의 적통임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속에서도 호남 출신 국회의원을 설득해 여소야대 정국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고, 차기 대권을 노리지 않으면서도 더민주 김종인 비대위 대표처럼 분파를 일으키지 않는 인물이어야 된다.
이번 비대위원장의 역할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머지않아 열릴 차기 전당대회를 중립적 입장에서 원활하게 치러야 되는데, 여기서 태동한 새 당권은 원내 주도권을 야권으로부터 다시 탈환하느냐 여부를 결정지을 뿐 아니라 차기 대권의 향방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중차대한 상황에 친·비박이 모두 반성 없이 당내에서 자신들의 친소 관계에 따라 무작정 비대위원장 후보군을 거론해서는 안 된다.
호박에 줄긋는다고 수박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 있듯 그 사람이 그 사람이고 이도 저도 아닌 인사를 비대위원장으로 선정하면 어느 누구도 감동하지 않는다.
또 다시 이번 총선과 같은 패배를 반복하지 않으려면 반드시 감동을 주는 인물이 비대위원장으로 꼽혀야 하며 당을 살릴 만한 적임자가 있다면 이번 비대위원장직의 역할과 중요성을 감안해서라도 삼고초려가 아니라 십고초려라도 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당 원로들은 물론 김무성 전 대표, 서청원 전 최고위원 등 전임 지도부 인사들도 적극 나서서 비대위원장에 누굴 세울 것인지 먼저 의논해야 한다.
비대위원장을 잘못하면 당권이 날아가고, 당권이 날아가면 대권이 날아가는 만큼 대통령에 목소리를 내되, 대통령을 지켜주는 정치력을 가진 인물, 그러면서도 야당과 화합해 나갈 수 있는 ‘맞춤형’ 비대위원장이 필요한 시점이다.
한편 일각에선 원내대표가 비대위원장을 겸직해야 한다는 주장도 펴고 있지만 최근 국민의당 원내대표에 추대된 박지원 의원이 새누리당에 국회의장을 주겠다면서 고도의 심리전을 펴고 있는데, 이 같은 전략을 현재 새누리당의 차기 원내대표에 도전하는 4선 의원들이 과연 감당할 수 있겠는가.
현재 야권은 지난 노무현 정권 초기 있었던 여소야대 상황에서 대통령 탄핵 시도를 했던 당시 야당(현재 새누리당 등)이 역풍을 맞고 여대야소로 정국이 전환됐던 과거를 기억하고 있어 야권이 다수더라도 강하게 나가기보다는 지구전을 펴는 방향으로 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런 판국에 새누리당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친박이니 원박이니 편을 가르며 반성하지 못하고 있는데, 이대로라면 정국 주도권 탈환이 요원한 것은 물론 대권마저 야권에 내주는 사태가 빚어질 수도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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