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김홍걸 등 당내 金 흔들기 본격화

송영길, 추미애 등 당내 다선 의원들이 차기 당권 도전 의사까지 내비치면서 조기 전대 개최 압박을 가중시키고 있는 데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인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까지 이런 기류에 힘을 싣고 있어 상황은 점차 한 치 앞도 알 수 없는 국면으로 흘러가고 있다.
이런 와중에 김 대표는 총선 뒤 2번째로 호남을 방문해 호남 참패에 대해 사과했지만 책임론까지 불거지는 것에 대해선 적극 반박했는데, 오는 5일부터 10일까지 휴가를 떠나기로 계획해 둬 3일 연석회의 결과에 따라 본인의 거취를 결정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 ‘호남 패배’ 내세워 당내 ‘김종인 체제 축출’ 표면화
더민주 내에서 ‘김 대표 체제’ 연장에 가장 먼저 반발한 건 차기 당권을 노리는 중진 의원들인데, 그 중에서도 이번 총선을 통해 지역구 최다선(5선) 여성 의원 기록을 세운 추미애 의원은 지난 1일 김 대표를 겨냥해 “호남 참패를 가져온 현 비대위 체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더민주의 심장인 호남을 포기하는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추 의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계파주의에 우리 스스로를 가두고 서로 ‘네 탓이오’라고 책임을 떠넘기고 끝내 ‘셀프 공천’과 ‘비례대표 파동’으로 지지자들을 등 돌리게 만들었다”며 “결국 총선을 이끈 비대위 지도부에 대해 정당지지 3위라는 채찍을 내렸다”고 말해 텃밭인 호남을 잃은 이번 총선을 일종의 패배로 규정했다.
또 그는 전대시기에 대해서도 “당헌상 후보 등록 개시 90일에는 전대 관련한 당헌과 당규를 바꾸지 말라고 돼 있다”며 “(전대는) 90일을 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고 유추할 수 있다”고 밝혀 사실상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전대 연기론을 일축했다.
하루 뒤인 2일엔 총선 뒤 문재인 전 대표와 함께 호남을 방문한 바 있는 김홍걸 국민통합위원장까지 “지금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은데 절차적 정당성이 부족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는 한계가 있다”며 비대위 체제를 지속하기 어렵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김 위원장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국민의당과 정쟁을 벌여야 하고, 정부여당과도 여러 가지 협상할 것이 많은데, 절차적 정당성이 없기 때문에 비대위 체제로는 어렵다”며 “비대위가 원하는 대로 전대를 연기하려면 중앙위를 여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는 3일 당선자-당무위 연석회의를 통해 전대 개최 시기를 결정하기로 한 데 대해서도 그는 “비대위에서는 중앙위에서는 (전대연기를) 통과시킬 자신이 없으니, 당무위에서 하겠다고 한다”며 “마치 헌법을 국회에서 고치지 않고 국무회의에서 고치겠다는 소리와 마찬가지”라고 일침을 가했다.
김 위원장은 이어 “당내 일부 사람들이 전당대회면 분열이 된다고 몰아가는지 저는 이해가지 않는다”라며 문희상 전 비대위원장이 김 대표 퇴진에 대해 ‘토사구팽 이미지를 줄 수 있다’고 한 데 대해서도 “토사구팽이란 표현 자체가 부적절하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그는 “김 대표가 이미 비례대표 2번을 받지 않았나. 우리당에서 나가라고 한 것도 아니다”라며 “김 대표와 그를 영입한 문재인 전 대표 사이에 무슨 다른 약속이 있었을지는 모르겠지만, 약속이 따로 있었다고 해도 두 사람의 문제이기 때문에 ‘이 당이 나에게 빚을 졌으니 갚아야 한다’고 이야기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오히려 그는 김 대표를 겨냥해 “김종인 대표가 스스로 당의 주인인 것처럼 독선적인 리더십을 보였줬다. 지금은 민주적인 리더십이 필요한 때”라며 “김 대표가 선거 후엔 당론과 위배되는 말을 많이 해 지금 지지층의 확고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또 김 위원장은 전대 연기가 호남 포기와도 같으냐는 질문엔 “그렇게도 볼 수 있다”며 “민주정당에서 경선(전당대회)이라는 것은 축제이지, 내분이 아니다”라고 답해 어떤 식으로든 조기에 전대를 개최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다만 그는 김종인 대표가 당 대표 경선에 참여할 가능성에 대해선 “그것은 본인 자유”라고 말해 굳이 막지는 않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 김종인, ‘호남 참패’ 사과는 해도 ‘책임론’엔 발끈
김 대표는 2일 이번 총선에서 전북 2석, 전남 1석으로 모두 3석을 얻는 데 그친 호남으로 내려가 일단 ‘참패’란 결과를 놓고 사과했다.
김 대표는 이날 전북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수권여당이 됐지만 전북에선 패배를 했다”며 “직접 챙겨 소외되지 않는 전북이 되도록 하겠다. 금융도시를 조성하고 새만금 사업이 한 단계 더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그는 호남 패배 책임을 모두 자신에게 지우는 데 대해선 노골적으로 불쾌하단 반응을 드러냈는데, 기자들이 “추미애 의원이 호남 패배에도 비대위 체제로 계속 가는 것은 호남 포기라고 주장했다”며 이에 대한 견해를 묻자 “비대위 체제를 가지고 이러쿵저러쿵 얘기가 많은데, 비대위 체제를 안 만들었으면 어땠을 것 같은가”라고 반문했다.
김 대표는 이어 “외부에서 사람 모셔서 실질적으로 20대 총선에서 제1당 자리 차지했으면 일단 그것으로써 받아들이는 게 원칙”이라며 “(패배하지 않은) 선거 결과를 갖고서 이러쿵저러쿵 얘기하는 것은 온당한 처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맞받아쳤다.
이는 자신이 이번 총선을 통해 더민주를 제1당으로 만들어 사실상 선거 승리의 공로를 세웠음에도 당내 일각에서 일부 패배한 지역만 부각시켜 자신을 몰아내기 위한 구실로 삼는다고 불만을 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북 지역 공천에 문제가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 그는 “전북 공천에 대해 어느 지역을 어떻게 하라고 관여한 바 없다”며 “공관위원들이 객관적 수준에 따라 가능한 인재풀을 갖고 공천한 결과 이렇게 된 것이지, 인재풀이 굉장히 많은데 거기서 특별한 사람을 선호해 공천했다고 보진 않는다”라고 공관위원들에 책임을 돌렸다.
그러던 중 비례대표 공천 당시 ‘셀프 공천’ 파문까지 언급되자 그는 불쾌했는지 말을 끊으며 “그것이 그렇게 중요한 선거의 요인이었다면 어떻게 더민주가 제1당으로 올랐겠느냐”라며 “솔직히 얘기해 당이 낭떠러지 떨어지려던 찰나, 자기들끼리 수습을 못해 정당 사상 있지도 않았던 비대위 체제를 만들었다. 호남 참패를 가지고서 당 몇몇 분들이 구실을 찾다보니 그런(비례파문) 얘기를 하는 것”이라고 날선 비판을 가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는 “선거를 마친 뒤 이런저런 얘기가 당에서 나오는 것이 부끄러운 얘기”라고 자신을 비판하는 당내 세력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다만 김 대표는 비대위 체제의 지속 여부와 관련된 질문에는 “당선인들 모아놓고 의사 결정할 테니 그때까지 지켜보라”면서도 “(선거가 끝났으니) 정상적인 지도부가 생겨나는 게 당연한 것”이라고 말해 만일 비대위 체제를 연장하지 않게 되더라도 그 결정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음을 암시했다.

한편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같은 날 MBC라디오에 출연해 “난파 직전의 더불어민주당을 김종인 비대위 대표가 취임해 구해낸 건 사실”이라며 “(김 대표가 더민주를) 제1당으로 성공을 시켰기 때문에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상당한 공이 있다”고 추켜세웠다.
이는 김 대표를 두둔함으로써 조기 전대 개최 주장을 펴고 있는 더민주 내 친문계(친문재인계)를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해석된다.
박 원내대표는 3일 연석회의에서 조기 전대 개최 시기가 결정되는 것과 관련, “결정은 더민주 당원들이 할 일이지 제가 할 일은 아니기 때문에 추이를 보겠다”면서도 “지금 이렇게 꼬여 있는 정국에서 김 대표만큼 훌륭한 분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갖는다”고 밝혀 내심 친문계를 더 경계하고 있다는 속내를 내비쳤다.
이런 가운데 3일 연석회의 결과에 따라 김 대표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비대위 체제의 존폐에 따라 향후 더민주 당권 구도에 어떤 변화가 일어날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저작권자 © 시사포커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