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실 채권 비율 상승 재무 건전성 ‘경고등’ 켜져

NH농협금융 홈페이지에 ‘항상 고객님과 함께 행복을 채우고 기쁨을 나누는 농협금융이 되겠습니다’ 문구는 고객의 친구로 자리매김 하려는 NH의 의도가 나타나있다. 그러나 행복과 기쁨을 줘야 할 NH농협이 최근 대기업 구조조정 여파로 재무 건전성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NH농협금융지주가 흔들리고 있다.
이 같은 우려감에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18일부터 농협지주와 농협은행에 현장검사를 진행, 재무건정성을 들여다보고 있다. NH금융지주의 부실대출 비율이 지난해 4분기 크게 오른 것에 따른 조치로 풀이된다.
◆조선·해양 구조조정 여파에 휘청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농협금융지주의 부실채권(NPL) 비율은 2.27%를 기록했다. 은행지주회사의 부실채권 비율은 평균 1.35%인 것을 감안하면 1.0%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부실채권 비율이 높다.
농협금융 해심계열사인 농협은행이 지난해 4분기 STX조선해양 대출에 5000억 원 가량의 충담금 여파로 적자 수렁에 빠졌다. 최근 구조조정 중인 대우조선해양과 STX조선해양에 물려있는 여신 규모만 2조원이 넘는데다 STX조선해양이 법정관리에 들어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면서 농협금융이 실적회복을 하는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은행권 이자 수익이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충담금 여파로 농협은행이 타 금융기관보다 유독 타격이 컸다. 농협금융이 특수은행이라는 점과 기업 금융 노하우 부족이 이 같은 결과로 이어졌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금감원은 이에 따라 농협은행에 대한 리스크 재무건전성 은행법 등 관련법규 준수 여부와 대출 절차상 문제도 들여다 봐 문제 발생 시 건전성 검사에서 준법성 검사로 전환한다는 방침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도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결과로 농협금융지주가 올해 경영실적이 어렵다는 관측이 많다. 1분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5%급감한 894억 원을 기록했다.
연결기준 총 자산은 356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8% 증가한 반면 대출채권은 207조원으로 전년 말 대비 4.5% 증가했다. 농협금융의 순익 감소는 조선·해운업종 부실기업에 대한 과도한 충당금으로 주력 계열사인 농협은행 실적이 악화된 결과다. 조선·해운업 호황기에 농협금융이 리스크 관리에 소홀한 측면과 무리하게 시장에 뛰어든 것이 지금의 대출부실로 이어졌다는 평가다.
농협금융의 계열사 중 농협은행은 대출규모가 전년 말 대비 4.6%증가한 189조5000억 원을 기록했다. 농협생명은 신용대출 비중이 50%로 늘어난 가운데 이중 부실 대출 비율도 덩달아 높아져 리스크 부담이 가중됐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대출 잔액은 6조8671억 원 가운데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3조2062억 원으로 46.7%에 달했다. 신용대출 비중이 이렇게 급등한 것은 지난해부터 공격적인 자산 전략으로 운영했기 때문이다. 농협생명의 지난해 기업의 신용대출은 1조1802억 원이 늘었고, 기업 대출에서 신용대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90%를 넘었다. 이 가운데는 부실대출 비율이 0.4%에서 0.7%로 1년 사이 0.3% 급등한 것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빅배스’ 카드 NH농협 위기론 잠재우나

금융권에서 이 같은 우려감이 커지자 김용환 NH농협금융그룹 회장은 ‘빅배스(Big Bath)’ 카드를 꺼내 올해 해운·조선업의 구조조정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NH농협금융그룹의 위기론을 잠재우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빅배스는 ‘목욕을 철저히 해서 몸에서 더러운 것을 없앤다’는 뜻으로 부실자산을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함으로써 잠재부실이나 이익규모를 있는 그대로 드러내는 회계기법이다.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 기업에 충격을 줄 수 있지만 기업 체질을 개선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농협금융지주 체질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김 회장은 빅배스를 단행해 금융그룹 건전성과 수익성의 ‘두 마리 토끼’를 잡겠다는 복안이다. 김 회장이 주력하고 있는 부분은 부실채권 규모와 2년 내 부실채권이 될 가능성이 있는 자산규모 파악이다. 임원진들과 농협중앙회 이사진들에게 부실 자산을 정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이후 공감대가 형성됨에 따라 시기와 방법을 놓고 농협중앙회와 조율 중에 있다.
농협금융 관계자는 “올해 해운 조선업의 부실로 인한 구조조정 여파로 힘든 한해가 예상된다”며 “건전성 관리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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