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정진석 “국민의당 박지원에 의지할 것”…더민주는 범주류 우상호 당선

우선 총선 참패로 여소야대 구도가 형성되며 좋든 싫든 야권과의 협상을 통해 정국을 풀어나가야 되는 새누리당은 지난 3일 당내 원내지도부 경선에서 당선된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가 하루 뒤인 4일부터 인사차 더민주와 국민의당 지도부를 잇달아 방문하는 등 ‘협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반면 야권에선 일찌감치 원내 지도부 구성을 마무리 지은 국민의당이 더민주보다 한 발 앞서 정국을 주도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그 중에서도 박지원 원내대표가 연일 각종 현안에 대한 입장을 내놓으며 두각을 드러냈다.
이런 와중에 더민주 역시 당내 범주류에 속하는 3선의 우상호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되면서 앞서 원내지도부를 이룬 각 당과 3자 구도를 형성했는데 특정 정당이 홀로 정국을 주도할 만큼 압도하지 못하는 20대 국회인 만큼 3당 모두에 요구되는 ‘협치’의 길이 제대로 열릴 수 있을지 많은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 與 정진석, 국민의당에 러브콜…합종연횡 신호탄?
여대야소라는 총선 결과를 반영한 20대 국회의 주요 화두는 바로 ‘협치’다.
이를 보여주듯 여당인 새누리당 정진석 신임 원내대표도 당선 뒤 첫날인 4일 야당 지도부를 처음 방문한 자리에서 “협치는 외통수”라고 목소리를 높였고, 그를 맞이한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도 이날 정 원내대표를 향해 “개인적으로 만나면 형님, 동생하는데 오늘 보니까 30년이 됐다”며 친근함을 드러냈다.
두 사람은 지난 1988년 미국 뉴욕에서 기자와 취재원 관계로 만나 지금까지 장장 30년의 인연을 이어온 만큼 향후 정국 운영에 있어서도 협조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당선 인사를 위해 앞서 방문한 더불어민주당 김종인 대표와는 “김 대표는 제가 존경하고 따르고 했던 어른”이라며 “제가 많이 부족하니 대표님이 지도해 달라”고 몸을 한껏 낮추면서도 정작 10분 남짓 머무는 데 그쳤지만 뒤이어 만난 국민의당 지도부와는 무려 50분이나 이야기를 나누며 상당히 공들이는 모습을 보여 이목을 끌었다.
이는 향후 쟁점 법안 처리 등에 있어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고 있는 더민주보단 중도를 지향하는 국민의당 측에서 협조를 얻어내는 것이 한결 수월할 것이라 판단한 데 따른 행보로 보인다.
이 같은 정 원내대표의 속내는 최근 그가 사석에서 내놓은 발언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데 “국민의당이 수도권에서 정당 득표율을 크게 올린 건 결국 새누리당 지지자들의 표가 옮겨갔기 때문”이라며 “국민의당에 새누리당 피도 섞여있는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또 국민의당을 향한 정 원내대표의 구애는 이날 국민의당 지도부를 만난 자리에서 초록색 넥타이까지 매고 오는 배려에서도 드러날 만큼 첫 행보임에도 상당히 적극적이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 발 더 나아가 정 원내대표는 박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선 “대선배이신 박 원내대표가 국민의당 원내 책임을 맡았기 때문에 많이 의지해야 겠다”며 노골적으로 협조를 요청하고 나섰는데, 이에 박 원내대표 역시 “덩치도 크고, 권력도 크고, 원내 의석도 큰 정진석 원내대표가 ‘형님’이 됐기 때문에 큰 정치를 해서 작은 정당을 잘 도와주길 바란다”고 화답하며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박 원내대표의 경우 이미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에서 “대통령이 바뀌어서 우리에게 협조 요청을 해올 때 국회의장이 아니라 무엇이라도, 어떤 것이라도 협력을 해서 우리 경제를 살리고 나라를 살리는 데 돌팔매를 맞더라도 협력하겠다”고까지 여당에 협조 의사를 밝힌 바 있어 정 원내대표도 여기에 거는 기대가 큰 것으로 관측된다.
무엇보다 협조에 앞서 대통령의 태도 변화를 지적한 국민의당에 대해서도 정 원내대표는 크게 반발하기보다 4일 박 원내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수였을 때와 지금은 다르다. (청와대가 지시해도) 관철시킬 방법이 없다”고 여소야대의 현실을 인정하는 반응을 보였고, 국민의당에서도 천정배 공동대표가 “협치와 타협이 이뤄지려면 청와대 특히 대통령으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거듭 당부했다.
다만 세부적인 사안을 두고선 국민의당과도 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는데 국민의당 일각에서 거론했던 연립정부론에 대해 박 원내대표는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을 향해 “우리 정체성을 지키면서 그 분들이 우리 정체성을 인정하고 오면 할 수 있다”고 전한 반면 정 원내대표는 4일 같은 라디오 방송에서 “헌법 정신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며 “대통령위임제 국가에서 연립정부라면 국민이 누구를 심판하느냐”고 반문해 반대 의사를 내비쳤다.
◆ 다수 계파 출신 3당 원내대표, 소수 계파 퇴조 반증하나
이런 가운데 4일 더민주에선 새 원내대표로 86운동권 출신인 우상호 의원이 당선돼 다시 한 번 당을 장악한 친노 주류의 힘을 확인시켰다.
앞서 치러진 새누리당 원내대표 경선에서 비박인 나경원 의원이 낙선하고 다수인 친박의 지지를 등에 업은 범친박계의 정 원내대표가 당선된 상황과 마찬가지로 계파 갈등을 겪던 더민주 역시 당내 다수인 친문계 등의 지지를 받은 우상호, 우원식 두 범주류 후보가 일찌감치 비주류 출신의 다른 4명의 후보를 멀리 따돌리고 결선에 돌입했는데, 7표 차의 접전 끝에 우상호 의원이 신임 원내대표로 당선됐다.
이렇게 완성된 각 당 원내대표들의 출신 계파에 비쳐볼 때 새누리당은 총선 패배에 대한 친박 책임론 속에서도 다수인 친박이 그나마 계파색이 옅으면서도 자신들과 적대하진 않는 범친박계에 힘을 실어줘 사실상 당내 장악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야권과의 협상력을 올릴 수 있는 선택을 했고, 더민주 역시 비례대표 파동으로 김종인 대표와 충돌했던 당내 친노 주류가 범주류인 우상호 의원을 지지하면서 다수로써 가진 당내 주도권을 유지하면서도 계파색은 옅은 인사를 전면에 내세웠다.
또 국민의당은 비록 경선을 치르진 않았지만 당의 안정을 우선해 당내 다수인 호남계를 대표하는 박 원내대표가 합의 추대되면서 다수 계파가 원내지도부를 장악한다는 ‘익숙한 공식’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처럼 이번 원내대표의 계파 색을 살펴보면 향후 전당대회에서 어느 계파가 당권을 장악할 것인지도 살펴볼 수 있는데, 새누리당은 당내 소수로 전락한 비박계에서 ‘총선 책임론’을 제기하며 반발하지 않는다면 정 원내대표를 통해 조용히 정국을 운영하며 친박계 좌장인 최경환 의원 등을 추후 당 대표에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더민주 역시 전날 당선인-당무위 연석회의에서 결정된 전대 개최 시기에 따라 김 대표를 중심으로 한 비대위 체제는 4개월 남짓한 시한부 지도부로 확정된 만큼 김 대표를 지지해 온 이종걸, 진영, 김부겸 등 당내 비주류 인사들이 급격히 퇴조하며 2선으로 물러나 있는 문 전 대표의 수렴청정 하에 친문계가 전면으로 나설 것이라 전망되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기존 지도부를 계속 이어가다보니 적어도 당권 문제 등에 있어선 아직 잠잠하지만 안보 이슈 등 몇몇 쟁점 사안마다 안철수계와 호남계 사이의 입장차가 존재하는 만큼 해당 쟁점 사안들이 입법화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과 더민주 중 어느 쪽에 손을 들어줄 지를 두고 당내에서 적잖은 진통이 있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남아있다.
이번 달 말에야 열리는 20대 국회에 앞서 각 당 원내지도부가 이제 첫 발을 뗀 상황인 만큼 3당이 한 목소리를 낸 ‘협치’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아직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당장 정부에서 19대 국회가 끝나기 전에 통과시킬 것을 촉구하는 경제활성화법 처리를 놓고 각 당이 보여주는 모습이 앞으로 순탄한 정국 운영이 가능할지를 가늠할 기준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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