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 대금과 회계기준 변경으로 자본확충 부담

안방보험의 알리안츠생명 인수가격을 놓고 당시 업계는 ‘헐값 매각’이라며 충격이 컸다. 독일의 알리안츠그룹은 한국법인에 1조원이 넘는 막대한 금액을 쏟아 붇고도 헐값 매각을 결정하면서 보험사 M&A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각에서 안방보험이 ING생명 인수도 ‘헐값’에 인수하려는 목적에서 인수 후보군에 거론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 나오고 있다.
앞서 알리안츠생명 인수 당시 알리안츠생명은 지급여력비율이 170%까지 떨어지면서 안정적 기반인 200%이상 끌어올리기 위해 3500억 원 가량이 유상증자가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2020년 보험사 회계에 국제회계 기준 2단계가 적용되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 35억 원에 매각했다.
안방보험은 35억 원 매각 대금을 두고 “헐값 매각이 아니다”며 인수 후 인력 구조조정 비용도 부담해야 될 상황이다고 반박한 바 있다. ING인수 가격에 안방보험은 1조 6000억원을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2013년 ING를 인수했던 MBK는 당시 매각대금으로 1조8000억 원에 인수했기에 안방보험의 가격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MBK가 원하는 매각대금은 3~4조원대로 알려진다. 헐값에 인수하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그럼에도 만약 안방보험이 ING생명까지 인수하면 국내 생보업계 삼성·한화·교보·농협을 위협하는 빅4자리까지 넘볼 수 있다.
앞서 안방보험은 생보업계 9위인 동양생명과 11위인 알리안츠생명 인수에 성공하면서 총 자산만 40조원으로 생보업계 5위권에 위치하고 있다.
◆회계기준 변경, 매각대금 여력 될지 불투명

이 같은 중국자본을 앞세운 안방보험의 거침없는 행보에 금융당국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ING생명이 매물로 나올 당시만 하더라도 국내 생보업계 큰손들이 인수 후보군에 거론될 것으로 전망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자 인수전에 찬바람만 불고 있다.
유력 후보군이었던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하나금융지주는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기로 내부 방침을 정했다. 업계는 KB금융지주, NH농협금융이 최근 M&A에 뛰어들어 실탄을 이미 소진한 상태에서 ING생명에 쏟아 부을 실탄 마련이 쉽지 않다는 분석과 시장상황이 많이 변한 것이 인수전에 뛰어들지 않은 것 같다는 분석이다.
김용환 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모 언론과의 인수전 관련 여부에 “외형보다는 내실을 다질 시기에 계열사 추가 인수는 없다”고 밝힌바 있다. 현재 농협금융지주는 해운·조선사의 구조조정 여파로 실적하락이 이어져 당분간 내실을 다져야할 상황이다.
김 회장은 빅배스(Big Bath)’ 카드로 농협금융지주 체질 개선에 나선 상황에서 인수전에 눈을 돌릴 여력이 없다. 농협금융지주가 ING생명 인수전에 뛰어들어 성공하면 자산총액에서 업계 3위인 교보생명을 제치고 3위에 오를 수 있다.
KB금융도 최근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 인수전에 성공하면서 현대증권 실탄 마련과 통합작업이 한창인 가운데 지금은 인수전보단 내실 다지기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하나금융도 실탄 마련에 여유가 없어 ING생명 인수에 나설 여력이 당분간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ING생명이 이처럼 시장에서 매력이 떨어진 것을 두고 보험사 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자본확충이 불가피한 상황과 저금리로 인한 생보업계 시장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재 ING생명 자산 규모는 지난해 기준 30조원에 달한다. 지난해 수입보험료도 5조원에 육박 전년 대비 36.3% 증가했다. 순이익도 3048억 원으로 22% 늘었다. 지급여력비율은 지난해 말 324.9%로 자산건전성도 양호하다.
CEO스코어 ING생명 세부 실적(2014~2015)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ING생명의 보험영업이익은 1조6148억 원으로 1년 새 103%(8193억 원)나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장성보험 수입보험료는 96억 원 늘어난 데 비해 같은 기간 저축성은 7999억 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축성 매출이 증가한 것이 M&A에 불리한 요소로 작용했고, 회계기준 변경으로 인한 자본확충 부담으로 국내 생보업계가 M&A에 주저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선 안방보험이 앞서 인수한 알리안츠생명만 앞으로 5년 안에 2조~3조원의 자본확충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MBK가 제시한 인수가격에도 난색을 표하면서 발을 뺐다는 분석이다.
◆中안방보험 위력 한국시장 눈독

안방보험의 출발은 2004년 자동차 보험회사로 출발했다. 최근 중국 내 3만 명이 직원과 3000개 지점을 거느린 중국 5대 보험사로 성장하면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안방보험이 M&A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미국 뉴욕의 랜드마크인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 인수전이다. 안방보험은 당시 19억 5000만 달러라는 최대 호텔 매각 인수가격을 제시하면서 힐튼 월드와이드로부터 월도프 아스토리아 호텔을 20억 달러에 사들였다. 지난해까지 해외 사들인 자산만 약 27조원에 달한다.
국내 금융업계에 문을 두드린 시기도 2014년으로 해외 M&A시장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 지난해 9월 동양생명을 1조 1300억 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시장에 첫 발을 들여놓았다. 이어 올해 알리안츠생명을 35억 원 헐값 가격에 인수하면서 국내 생보사 M&A시장을 독식하고 하고 있다.
안방보험이 이같이 국내 보험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중국은 보험업을 이차익을 얻을 수 있는 자산운영업의 개념으로 이해하고 있다”며 “한국에서 저렴한 자금을 조달 중국에서 자산운영해 큰 이익을 남기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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