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의원은 국회의원의 축소판이다. 국회의원들이 법률을 제정하는 입법행위를 하듯 구 의원들은 조례를 만들어야 하고, 국회의원들이 국정감사를 하듯 구 의원들은 구정감사와 회계감사 등을 실시해야 한다.
그런 만큼 국가와 구라는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국회의원에게든 구 의원에게든 의정 활동에 있어 자신이 맡은 업무 분야에 대한 전문적 지식은 반드시 요구되는 소양이라 할 수 있는데 실상 우리나라의 구 의회 실태를 살펴보면 상당수 구 의원들이 행정이나 회계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어 제대로 감독할 수 없다보니 행정 방만과 무책임, 각종 비리 등이 빈발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국정에 대해선 감사원과 상급기관의 감사 기능 등을 통해 어느 정도 감시가 이뤄질 수 있다지만 지자체는 이 대상에서도 벗어나 있는데다 지자체장 역시 공무원조차 일종의 ‘표’라는 생각에 눈치 보며 행정을 하다 보니 아무 것도 못하고 있어 구 의원들까지 전문성이 부족할 경우 지방행정은 거의 통제되지 못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 전문성 없는 문외한들이 구 의원으로서 조례를 제정하다보니 상위법에 어긋나는 돌연변이 조례가 만들어질 수 있고 결국 구민생활을 억압·제한하는 결과까지 초래할 수 있다.
이 같은 우려 때문에 우선 초선 구 의원들에 한해서라도 조례 제정 등과 관련해 일정기간 교육이 필요한데 이런 교육이 체계화, 제도화돼있지 못하단 점도 문제고, 그렇다고 구 의원은 9명이나 보좌관을 둔 국회의원과 달리 예산 부족을 구실로 단 한 명의 비서관도 두지 못해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방법이 거의 없다.
구 의회 사무를 처리하기 위해 의회 사무국 내 서른 명이 안 되는 공무원이 있다지만 이들 중 자치입법활동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은 전문위원은 단 4명에 불과하며 이마저도 모두 인사권이 구 의회가 아닌 구청이 갖고 있어 이들이 조례 제정과 관련해서도 구 의원들을 지원한다기보다 구청의 통제를 받고 구 의회를 견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구 의회가 오히려 구청의 시녀로 전락할 우려가 나오고 있는데 차라리 유명무실한 현재의 전문위원 제도를 폐지하고 어느 정도 돈을 들여서라도 구 의원 한 명당 의회 업무보조원을 한 명씩이라도 두는 게 더 낫다.
구더기 무서워 장을 못 담그겠는가. 당장 구 의원을 보조할 업무보조원 몇 명을 두는 데 드는 비용부터 걱정할 게 아니라 매년 자치단체에 배정되는 수천억원의 예산이 잘못 집행될 가능성부터 막는 게 급선무다.
예산 부족을 핑계로 구 의원의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할 어떤 방책도 마련하지 않은 채 제대로 된 구정감사조차 진행하지 못한다면 구 의회가 존재할 이유가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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