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출신 이원종, ‘潘 총장’ 둘러싼 충청대망론 이끌까

충남 공주부여청양이 지역구인 정진석 의원이 신임 새누리당 원내대표에 오른 데 이어 혁신위원장에는 충남 대전 출신의 김용태 의원이 임명됐고,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까지 충청 제천 출신의 이원종 지역발전위원장을 임명하면서 당청 주요 라인이 충청권 인사들로 꾸려졌다.
이는 과거보다 소통이 더 절실해진 20대 국회의 정국 구도를 감안한 청와대의 인사 조치이기도 하지만 일각에선 친박계에서 적극 부채질하고 있는 ‘반기문’발 충청대망론에 본격 힘을 실어주기 위한 인선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충청 출신 인사들이 요직을 차지함에 따라 과거보다 그 역할이 대폭 증대되면서 이른바 ‘충청역할론’의 선두에 선 이원종 신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한 관심도 집중되고 있다.
◆ 충청역할론 기수, 이원종은 누구인가
이원종 신임 대통령 비서실장은 그야말로 자수성가의 본보기를 몸소 보여준 입지전적인 인물인데, 광복 전인 1942년 충북 제천에서 태어나 가난한 집안 사정으로 제천고만 졸업한 뒤 농사를 짓던 그는 대학 진학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주경야독한 끝에 국립체신대에 국비 장학생으로 수석 합격했으며 졸업 뒤에는 9급 체신부 서기보로 전화국에 근무하게 됐다.
그럼에도 여기서 그치지 않고 주간에는 공중전화 동전 수거를, 야간에는 성균관대를 다니며 공부와 일을 병행한 그는 결국 66회 제4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서울시청 사무관으로서 본격 공직사회에 첫 발을 내딛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그간 누적된 주경야독의 후유증으로 폐결핵 3기 진단을 받은 그는 5년간 병마와 사투를 벌여야 했는데 이후 건강을 회복하게 되면서부터는 서울시의 예산, 기획, 행정 등 요직을 거친 것은 물론 용산구, 성동구 등 서울 5개 지역 구청장 및 교통ㆍ내무 국장 등을 역임하는 등 승승장구했다.
이후 92년엔 관선으로 충북도지사에, 93년엔 관선 서울시장에 임명됐으며 94년 10월 성수대교 붕괴 사고로 시장직에서 물러났다가 성균관대 교수로 재직하던 중 98년 자민련 소속으로 지방선거에 출마해 민선 충북도지사에 당선됐다.
다음 지방선거인 2002년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소속으로 나와 재차 민선 충북도지사에 당선된 그는 그 해 열린 오송국제바이오엑스포를 성공적으로 개최하며 민선 도지사 3선까지도 충분히 바라볼 수 있었지만 2006년 지방선거에선 “물러날 때를 알아야 한다”며 용퇴했다.
그 뒤로 한참동안 공직을 떠나 있던 그는 2013년 박근혜 정권의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장으로 임명되며 다시 일선에 나섰는데, 이번에 청와대 비서실장으로까지 임명되면서 과거 박정희 정권 시절엔 행정관으로, 노태우 정권 시절인 91년엔 내무행정비서관으로 근무한 데 이어 3번째로 청와대에서 다시 입성하는 기회를 얻게 됐다.
◆ 이원종 “반기문, 고향만 같은 정도”…충청대망론 선 긋기?
이처럼 가난한 환경 속에서 어떤 배경도 없이 스스로 일궈내 서울시장(관선)까지 오른 점을 비롯해 관·민선 합쳐 3차례나 충북 도지사를 지낸 이 신임 비서실장에 대한 충청 민심은 상당히 호의적이다 보니 앞서 이명박 정부 때에도 총리 후보로 거론됐던 것은 물론 박근혜 정부에서도 차기 대선의 변수로 작용할 수 있는 충청권 표심을 의식해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을 내세우려는 과정에서 이 비서실장을 박 대통령과 반 총장 사이의 매개로 삼으려는 의도가 이번 비서실장 인선에 반영된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박계 중진인 홍문종 의원은 16일 YTN라디오 ‘신율의 출발 새아침’과의 인터뷰에서 “새누리당의 미래에 필요하면 우리가 어느 분이라도 모셔올 수 있는데 반 총장을 모셔오는 것도 새누리당이나 대한민국을 위해 좋은 선택이 아니냐고 말하는 분들이 있다”라며 “반 총장은 새누리당에 변수가 아니라 상수”라고 강조해 청와대가 차기 여권 대선주자로 반 총장을 내세울 것이란 충청대망론에 힘을 실었다.
다만 자신의 인선 배경을 둘러싸고 반 총장과의 관계만 부각되는 분위기가 부담스러웠는지 정작 이 비서실장 본인은 애써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는데, 반 총장과 최근 만난 적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의에 그는 지난 15일 “오래됐다. 청와대 수석하실 때 부부 모임으로 청와대 초청 받아서 식사하는데 옆자리에 있었다”고 밝혀 자신이 충북도지사로 재직하던 10여년전 참여정부 시절 당시 청와대 외교안보 보좌관으로 있던 반 총장과 만난 이후엔 서로 본 적이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충청지역 친목 모임인 ‘청명회’에서 자신이 반 총장과 함께 활동해왔다는 일각의 주장을 근거로 기자들이 반 총장과의 관계를 질문해도 “그런 모임이 있냐”고 반문하며 “(반 총장과는) 같은 고향인 정도”라고 선을 그었다.
청와대 역시 표면상으론 그가 행정 전문성을 갖춘 경륜 있는 관료라는 점만 언급하며 반 총장에 대해선 일체 언급하지 않았는데, 김성우 청와대 홍보수석이 지난 15일 이번 인선 배경과 관련, “행정 전반에 걸쳐 풍부한 경험과 식견을 갖추고 있고 친화력과 신망이 있는 분으로 대통령을 원활히 보좌해 국민 소통과 국가 발전에 기여해 나갈 적임자”라고만 설명한 데 비쳐 봐도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새누리당 역시 이 비서실장의 출신지역인 충북도당을 중심으로 “박 대통령이 이 전 지사를 비서실장에 기용한 건 박 대통령의 충북 사랑을 다시 한 번 입증한 것”이라며 환영한다는 입장을 내놓는 분위기지만 반 총장에 대한 별도의 언급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충북도지사를 3차례나 지낸 이 비서실장이 반 총장을 비롯해 김만기 전 청주시장, 이시종 충북지사 등 충청 지역 출신의 전·현직 국회의원부터 장·차관, 시장, 도지사들이 회원으로 있는 청명회를 모른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데다 지난해 11월에는 충북 청명회로부터 그가 고문으로 위촉받은 적도 있어 이번 이 비서실장의 인선을 두고 ‘반 총장의 충청대망론’이 회자되는 것은 본인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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