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엔 여자들만의 비밀얘기를 들어보자
가을엔 여자들만의 비밀얘기를 들어보자
  • 고미정
  • 승인 2006.08.24 0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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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에 만나는 알모도바르 감독의 '귀향'
폭염과 태풍이 지나간 가을에는 극장가에 잔잔한 영화들이 속속 개봉된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작품은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올 칸영화제 화제작〈귀향〉이다. 이미〈그녀에게〉〈내 어머니의 모든 것〉을 통해 여성관객들에게 절대적 지지를 받고 있는 알모도바르 감독은, 이번 영화〈귀향〉을 통해 더욱 유머러스하고 더욱 다정한 여성의 이야기로 돌아왔다. 망나니 같은 남편과 사춘기 딸을 부양하는 라이문다, 이제 막 혼란스러운 사춘기에 접어든 파울라,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아구스티나, 남편에게 버림받은 채 야매 미용실을 운영하는 쏠레…. 그리고 그녀들의 거칠고 질퍽한 삶에 찾아온 달콤하고도 포근한 비밀이야기.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귀향〉은 여자들만의 비밀이야기로 가득하다. 마드리드와 라 만차를 살아가는 다섯 여자들의 삶에 죽은 줄로만 알았던 엄마 이렌느가 찾아와 희망을 안겨 준다는 작은 기적은, 여자들만의 아기자기하고 토속적인 에피소드와 스페인의 서민적인 캐릭터들이 만나 다정한 알모도바르식 판타지를 만들어 내고 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은 스스로도 어린 시절을 함께 해왔던 누이들과 라 만차를 떠올리며〈귀향〉을 만들었다고 밝힌 바 있다. “〈귀향〉은 가족에 관한 영화이고 나의 가족과 함께 한 영화이다. 나의 가족은 쏠레와 라이문다처럼 성공을 위해 촌에서 도시로 왔다. 내 여동생은 다행히도 어린 시절의 경험과 어머니의 유산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었다. 나는 어릴 때 집에서 나와 도시인이 되었다. 라 만차의 관습과 문화로 돌아 갔을 때 그러한 경험이 나의 가이드가 되어주었다.” (페드로 알모도바르) 어린 시절 촌과 도시를 오가며 알모도바르 감독 자신이 느껴왔던 라 만차에 대한 향수, 그곳에서 보아왔던 누이, 어머니들의 모습들은〈귀향〉의 생생한 캐릭터들을 탄생시키게 된 계기가 되었다. 야매 미용실에서 부인네들이 모여 재잘재잘 사는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 시장에서 가격을 흥정하며 알뜰하게 살림을 꾸리는 주인공 라이문다의 모습, 어머니가 사용하던 악세서리를 소중히 간직하는 아구스티나의 모습 등은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섬세한 관찰력과 경험이 빛을 발하는 디테일. 내 누이, 내 어머니와 내 고모를 닮은 친근한 캐릭터, 그리고 그 주인공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비밀이야기는 삶의 가장 일상적인 공간에서 일어나기에, 그리고 가장 친근하고 따뜻한 방식으로 우리에게 찾아오기에 스페인의 뿐만이 아닌, 세계 공통의 정서를 흔들며 관객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다. 그 어떤 모난 인생의 난관도 부드럽게 감싸 쥐며, 어떤 상황에도 맞설 수 있는 강인하고 씩씩한 용기를 불어넣는 커다란 힘이 되어줄 귀중한 선물, 올 가을엔〈귀향〉과 함께 여자들만의 비밀이야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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