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 드 라 퐁텐의 "라 퐁텐 그림 우화(지혜로운 영혼을 위한 240가지 이야기)"
'우화'가 '동화'와 같은 것으로 취급되어 어이없이 '아동문학 코너'에 진열되곤 하는 것이 우리 문학계의 현실이다. 다들 알만한 이야기일테지만, 다시 한번 언급해보자면, '우화'한 사물이나 동물 등을 통해 교훈적 내용을 은유적/상징적으로 전달하는 문학형태를 가리키며, 주로 추상적 관념을 구체적 형상을 빌려 보다 쉽고 일반화된 형태로 이야기하는 흥미로운 장르이기도 하다.
최근 발매된 장 드 라 퐁텐의 "라 퐁텐 그림 우화(지혜로운 영혼을 위한 240가지 이야기)"는, 비록 우리에겐 생소하더라도 유럽지역에서는 이솝우화 정도로 잘 알려진 베스트셀러로서, 17세기의 대표적인 시인인 라 퐁텐이 프랑스에서는 유일하게 '우화'의 형식으로 펴낸 책이다. 시인이라는 신분에 걸맞게 훌륭하고 아름다운 운율성 - 불행히도 본국어인 프랑스어를 제외하고는 이 맛과 멋을 제대로 즐길 수 없을는지 모르겠다 - 을 띠고 있으며, 동물과 인간, 신을 넘나들며 배배 꼬이지 않은, 날카롭고 유쾌하며 깔끔한 풍자와 따스한 유머감각을 지니고 있는 작품인 "라 퐁텐 그림 우화"는, 이솝 우화를 비롯해 동서고금을 막론한 수많은 소재들을 취입하여 자신만의 스타일로 재해석, 총 12권으로 집대성한 야심만만한 기획이었다.
"라 퐁텐 그림 우화"가 여타 '우리에게도 유명한' 우화들과 차이를 두는 점이라면, 역시 교훈적 요소보다는 유희적 요소를, 단단한 주제의식보다는 탐미적인 시각을 더 짙게 부여하고 있는 라 퐁텐의 독특한 방향성일 것이며, 이런 까닭에 라 퐁텐의 우화들은 이솝 우화가 10세 미만 어린이들만의 산물로 끝나버리며, 그마저도 비디오게임과 MTV가 넘실대고 잇는 세상에서 무시되고 있는 판국에, 유일하게 '살아남아' 어린이가 아닌 성인층에게 어필할 수 있는 도서로서 각광받고 있는 것이다.
"라 퐁텐 그림 우화"는 1668년부터 라 퐁텐의 별세 직잔인 1694년까지, 무려 26년간에 걸쳐서 쓰여진 라 퐁텐 '필생의 거작'이었다. 우리가 이 책을 읽는데는 물론 26년이라는 세월은 걸리지 않을테지만, 이 책은 대신 앞으로 적어도 26년 동안은 우리를 충분히 즐겁게 해주며, 가슴 속에 남을만한 감흥을 남겨줄 작품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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